레슬링 동메달리스트, 공필두는 강력반 형사에 특채된다. 그러나 그의 찬란한 인생은 거기까지다. 이 무능력, 사고뭉치, 실수투성이 노총각 형사는 현재 지방을 전전하는 한심한 일상을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공필두는 아들을 결혼시키기 위해 홀아버지(변희봉)가 꾸민 연극에 속아 조직폭력배 태곤(김수로)과 어쩔 수 없는 거래를 하게 된다. 그러나 그것이 거래가 아닌, 태곤이 파놓은 함정이었음을 너무도 뒤늦게 깨달은 공필두. 이제 형사 공필두는 그 자신이 형사들에게 쫓기는 처지가 된다. 그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 태곤을 찾으러 다니지만, 이 불운한 소시민이 가는 길에는 방해물만 가득하다.
이문식의 첫 주연작이자 김수로, 변희봉, 김수미, 김갑수, 김뢰하 등 개성 강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공필두>는 일단, 잡다하다. 서로 조율되지 않은 배우들의 연기도 문제지만, 이야기의 구성 또한 들쑥날쑥하다. 이미 너무 많이 본 장면들과 이야기들이 <공필두>만의 필터로 걸러지지 않은 채, 그대로 나열된다. 이를테면, 검사와 형사, 범인간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 조직폭력배의 세계와 내부의 배신, 삼류 건달들이 만들어내는 특유의 웃기는 상황들, 소시민적 휴머니즘 등이 멋대로 뒤섞이고 있다. 이 많은 이야기들과 인물들이 만나기 위해서는 잘 짜여진 틀이 필요하겠지만, 영화는 이들이 만나는 순간에만 집중할 뿐, 이야기 전체의 완결성에는 신경을 쓰지 않은 듯하다. 다시 말해, 하나의 사건, 한명의 인물이 여러 개의 사건과 여러 인물들로 확장되는 과정은 지나치게 우연에 기대어 억지스럽거나 구태의연하게 다가온다. 그건, 한신에서 다음 신으로의 연결, 한 인물군에서 다른 인물군으로의 이동뿐만 아니라, 인물들의 행동의 동기를 이야기 자체 내에서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소시민 형사, ‘공필두’를 필두로 이 영화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말 그대로 ‘소시민 형사’의 애환, 소박하고 구질거리지만 인간미 넘치는 삶이었다면, 영화는 야망을 줄이고, 이야기의 폭을 줄였어야 하지 않을까. 이것저것 다 하려다, 공필두는 <마파도>와 <범죄의 재구성> 속 캐릭터들의 비빔밥에 그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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