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평소 좀비영화라면 쌍수를 드는 필자. 걔 중에서도 [레지던트 이블](이하 '이블') 시리즈에는 버닝 수준. 1, 2편은 케이블에서만 두자리수에 가깝게 봤을 것으로 추정되며 3편은 개인적으로 몇 날 며칠을 돌려봤을 정도니 말 다했다.
사실 이블 시리즈를 명쾌하게 좀비영화로 명명하는 것은 무리다. 1<2<3<4편의 순으로 그 경향은 더욱 뚜렷해진다.
장르로 따지자면 좀비영화는 공포영화에 속한다. 호러라 하면 알 수 없는 대상 혹은 인간이 아닌 대상에 의해 등장인물들이 무기력하게 당하면서 자아내는 서스펜스를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이블 시리즈는 엘리스라는 전사로 인해 온전한 좀비호러가 아닌 액션영화로 거듭난다.
회를 거듭하며 앨리스('밀라 요보비치' 분)가 강해질수록 액션의 강도 역시 비례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시리즈의 팬들조차 갈수록 빈약해지는 스토리에 불만을 표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당연한 반응이다. 안타깝게도 액션영화가 탄탄한 서사를 갖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 정도는 현실로 받아들이는 것이 영화관람에 이롭지싶다. 그래서 깨알같은 액션합은 물론이며 주인공이 자신의 정체성을 쫓으며 전개되는 탄탄한 내러티브까지 갖춘 맷 데이먼의 [본 -] 시리즈가 더 빛나는 게다.
1. 각설하고 시리즈의 마지막이라고 알려진 3편이 공개된 이후에도 속편의 여지를 남겨둔 결말로 많은 팬들이 4편의 제작을 기다려왔다. 그리고 실로 오랜만인 3년만에야 [이블 4 : 끝나지 않은 전쟁]으로 돌아왔다. 더욱 반가운 사실은 시리즈의 제작자이자 1편의 감독이었던 폴 앤더슨이 다시 메가폰을 잡았다는 것이다. 폴 앤더슨은 이블 시리즈의 히로인 밀라 요보비치의 남편이라는 사실.
앤더슨의 귀환으로 많은 팬들이 긴장감을 놓지 않으면서도 요보비치를 필두로 한 다이나믹한 액션을 기대했다. 석호필로 더 유명한 웬트워스 밀러(크리스 역)의 투입은 새로운 인물관계에 대한 궁금증을 야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버뜨,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3D영상을 입고 액션은 더욱 화려해졌지만 스토리와 인물관계는 더더욱 빈약해졌다.
시리즈의 전신인 게임 바이오하자드에 가까운 이야기구조를 가져왔다고 하는데 게임을 접하지 않은 필자로서는 와닿지가 않는다. 게임과 같은 스테이지식 구조 역시 그다지 매력적으로 담아내지 못했다 자평한다. 가령 중반 슈퍼좀비(크리쳐)의 등장은 개연성이 없다보니 쌩뚱맞게 느껴진다.
2편의 경우 1편에서만 해도 한배를 탔던 맷이 엠브렐러사의 가혹한 실험으로 괴물이 되어 엘리스와 대적하게 된다는 드라마적 효과가 있었다면 4편의 슈퍼좀비는 액션효과를 위한 제물 이상이하가 아니다.
3편에 이어 4편에서도 등장하는 클레어와 새로 등장하는 크리스가 남매라는 설정 역시 영 뜬금없다. 링크에 대한 설명은 전혀없고 엠브렐러사의 새로운 수장인 웨스커가 눈에 가시로 여긴다는 정도의 언급만 있다.
역시나 최종편으로 알려진 4편은 중의적인 부제를 달고는 또 다른 속편에 대한 기대를 낳는다. 실은 에필로그에서 노골적으로 새로운 전쟁을 선포한다. 새로운 전쟁의 상대는 T바이러스 감염자(좀비)들이 아닌 엠브렐러사가 될 전망이다. 물론 언제나 엘리스와 친구들(생존자)은 야욕에 휩싸여 인간 존엄성을 무시해왔던 엠브렐러사와 싸워왔다.
2. 언급했듯 4편의 액션 만큼은 3D를 제대로 활용하면서 묘기에 가까운 화끈한 액션을 선보인다. 3D효과를 배가하려는 듯 지나치게 남용하는 슬로우모션도 간지는 난다. 액션팬에게는 놓치기 아까운 재미라는 말씀.
어쨌거나 저쨌거나 시리즈의 옹호자로서 몇 년이 걸리더라도 속편 제작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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