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태운 빛으로 세상 가장 어두운 곳을 빛낸 눈물의 가동 실화 인간이 인간에게 꽃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 당신은 사랑입니다.
" 이 생명 다하도록 ...불꽃을 피우리라 " 48세의 짧은 나이에 말기 암 판정을 받은 고 이태석 신부가 마지막을 보내는 수도원에서 노래를 부른다. 제목은 윤시내가 부른 '열애' 이 생명 다하도록 이 생명 다하도록 뜨거운 마음 속 불꽃을 피우리라. 태워도 태워도 재가 되지 않는 진주처럼 영롱한 사랑을 피우리라... 그가 부른 이 노래가 더 애절한 것은 왜일까... 평생을 남들을 위해 가장 가난한 곳에서 자신을 불사르며 촛불같은 삶을 살았던 그분이 부른 이 노래는 이 세상 어떤 슬픈 노래보다도 더 슬픈 여운을 남기며 영화는 시작한다.
안타깝게도 이 영화를 보기 전 난 이태석 신부의 이름 석자를 알지 못했다. 이 영화 포스터를 보고도 영화를 보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런 내가 이 영화를 다시 알게 된 건 <나를 닮은 얼굴>을 보러 간 극장에서 본 예고편 때문이었다. 그 짧은 순간의 영상을 보고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고 영화를 꼭 보리라 다짐했다. 스산한 가을에 어울리는 운치있는 영화를 보고 싶어서도, 왠지 센치해진 느낌 탓에 울고 싶은 영화가 보고 싶어서가 아닌 그분의 삶을 늦게나마 제대로 알고 싶어서였다. 이태석 신부는 누구이고 그분이 행하신 일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 궁금증을 풀기위해 자리한 극장에서 시작된 그분의 이 노래는 아직 이야기가 시작도 하지 않은 시점에서부터 눈시울을 붉게 물들이며 짧지만 누구보다 훌륭한 삶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안정된 의사를 버리고 하나님의 부름에 따라 신부가 된 남자"
본격적인 이태석 신부의 이야기가 시작되면 그가 자라온 발자취를 따라간다. 10남매 중 9번째로 태어나 어릴적 아버지를 여의고도 혼자서 열심히 공부해 의사가 된 과정과 홀연 신부가 되기로 한 군대시절의 모습을 사진과 인터뷰로 소개한다. 이미 자식들 중 2명이 하나님의 제자가 되었기에 어머니의 반대도 있었지만 그는 의지대로 신부가 되었고 한국사람 최초로 가난한 아프리카 수단에 자원한다. 자신이 가야할 곳은 세상 가장 가난한 곳이라는 생각에 모든 이의 만류를 뿌리치고 그곳에서 그들을 위한 삶을 시작한다. 의대를 졸업하려면 돈도 많이 들었을 것이고 홀어머니 혼자서 그 고생을 하신 걸 모를리 없어 마지막 눈을 감는 순간까지 내려놓을 수 없는 마음의 짐인 어머니 곁을 떠나 자신은 하나님의 아들이기에 그분의 뜻에 따라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그를 불모지로 가게한 것이다.
아프리카 가난한 나라 수단은 83년 내전으로 북수단과 남수단으로 나눠져 북쪽 아랍계와 남쪽 원주민간의 내전으로 수많은 사상자를 냈고 그로 인해 원래 가난한 나라는 더욱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제대로 된 의료시설도 없어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죽는 사람이 헤아릴 수 없으며 오염된 물을 그대로 먹을 수 밖에 없기에 항상 각종 질병에 무방비로 노출된 그야말로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깔린 세상 가장 어두운 곳이다. 그런 곳을 자원해 그들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며 그 사람을 위해서 의료와 교육에 힘쓰며 그들을 돕는 외국인이 아닌 그들과 하나된 현지인이 되어간다. 결핵, 말라리아와 임산부를 도와주고 밤에는 총상을 입은 군인을 치료해주며 하루에 300명 이상의 환자를 돌보아 주었다는 내용이실제 장면으로 보여질 땐 말 그대로 충격 그 자체였다. 그렇게 관심을 가지며 돌봐준 환자들 중 유독 충격적으로 느껴졌던 것이 바로 '한센병' 환자를 대한 신부의 모습이었다.
"누구도 하지 못했기에 더욱 숭고한 행적"
어릴적 '다미안 신부'를 다룬 영화를 보고 한센병에 관심을 가진 뒤 톤즈에서 이신부는 한센인들을 위해 더욱 헌신적인 치료를 한다. 그 병을 낳게 할 수는 없더라도 따듯하게 손을 잡아주며 그들의 말을 귀기울여 들어주고 상처로 더 악화되는 환자들의 발을 위해 각자에게 맞는 신발을 만들어 줄 정도로 관심을 가졌다. 모두 병을 옮을까봐 격리시키고 꺼려할 때 이신부님은 마치 하나님이 하신것처럼 그분들을 위해 일하셨다.
한국의 슈바이처라고 불리우며 자신이 갖고 있는 의술의 힘을 이용해 그들을 도와준 것에 더해 신부님은 지금의 가난을 벗어나게 할 미래의 희망을 위해 아이들에게 교육을 시작한다. 병원을 지을 때처럼 벽돌을 하나하나 만들어서 비오는 날에도 교육을 할 수 있도록 정식 학교인 톤즈 본고스코 초,중,고를 건립한 것이다. 톤즈 공동체 밖에선 내전으로 총성이 울리는 상황에서도 아이들은 내일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게 했다. 전기가 없는 그 곳에서 태양열을 집전해 전기를 모아둬 (원래는 열에 약한 백신 보관용 냉장고 때문) 전기를 아껴야 함에도 유독 공부하는 기숙사에만큼은 밤에도 전기를 허락했다. 마치 자신이 어렸을 적 방황을 잡아 준 음악의 힘을 알게 해 주기 위해 톤즈 아이들에게 악기를 가리쳐주고 그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해준다. 그리고 수단에 평화의 기운이 보이자 35명의 브라스밴드를 조직해 총을 집었던 다른 사람들의 마음에도 잔잔한 충격을 안겨준다. 가난과 질병, 전쟁으로 희망이란 단어조차 모르던 수단에 그가 보여준 행동들은 기적 그 자체였고 그렇게 이태석 신부는 그들 마음 깊숙히 자리했다.
"저널리스트의 시선과 애잔한 목소리"
<추적 60분>을 통해 사회 어두운 곳의 비리와 문제를 날카롭게 바라보던 구수한PD의 시선은 이번 작품에서도 여전히 빛났다. 고인을 떠올리고 그를 추억하기 위해 발자취를 따라가는 행적은 보는 이의 감정을 조금씩 움직이며 고조시키고 있다. <워낭소리>처럼 카메라가 배제된 상태의 느낌과 다른 다큐의 느낌을 주며 생생한 현장감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이번 작품 도중 스스로도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참으로 인간적이었기에 훨씬 인간미가 넘치게 느껴졌다.
구수한 PD의 연출력과 함께 <울지마 톤즈>가 더욱 애잔한 이유는 바로 이금희 아나운서의 내레이션 때문이다. 나직하고 안정된 톤의 목소리는 일관된 감정 흐름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애잔한 음악과 함께 안타까운 비극의 느낌을 크게 고조시켜준다.
"에필로그"
하나님이 그분을 서둘러 데려 가신 이유는 알 수 없다. 그리고 우리나라에도 못 사는 사람들이 많은데도 그곳으로 가신 이유도 잘 모른다. 다만 성경에 있는 '너희가 내 형제들인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라는 향기로운 구절이 그분의 삶을 인도했다고 믿는다. 스스로의 삶을 태워 세상에 가장 어두운 곳을 밝힌 촛불같은 삶을 살다 가신 신부님... 지금까지의 삶을 반성하며 앞으로 당신의 삶을 기억하며 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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