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격투기 헤비급 선수처럼 생긴 남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프랭크(제이슨 스태덤)다. 냉혹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그 앞에서 멋모르는 양아치 몇명이 그의 고급 세단을 내놓으라며 협박하고 있다. 그러나 그가 양복이 구겨지는 것이 싫다며 차 위에 차분히 옷을 개어 올려놓는 순간 이 싸움판에서 누가 승자가 될지는 이미 정해진다. 남자는 말 그대로 인간 병기이며 전직 트랜스포터(영화의 설명에 따르면, 불문곡직하고 자신이 맡은 짐을 범죄 집단 사이에서 운반해주는 직업이라고 한다)다. 그러나 동시에 치기에 젖은 양아치들 정도는 몇대 때려주고 돌려보낼 만큼 신사다.
‘좀 조용히 살아보려는 은퇴한 영웅이 사건에 휘말려 어쩔 수 없이 실력 행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의 전통을 이 영화는 고스란히 반복한다. 운전기사로 일하고 있는 프랭크는 주인집 꼬마와 깊은 정이 든다. 결국 그를 움직이게 하는 것도 꼬마를 납치하여 정치가인 아버지를 협박하려드는 마약 밀매조직이다. 프랭크는 아이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몇년 전부터 양산되고 있는, 그래서 종종 한국에도 개봉하고 있는 프랑스 액션영화의 한 특징은 무국적성이거나 초국적성이다. 주인공은 홍콩 액션영화의 동적인 주먹질과 발차기와 총싸움을 원래 자신의 전통인 양 사용한다(이 영화는 2002년 한국에서 개봉한 <트랜스포터>의 속편격인데, 그 영화의 연출을 맡은 것은 바로 <신조협려> <이연걸의 영웅> 등을 만들었던 홍콩 무술영화감독 출신의 원규였다). 한편으로 그 주인공을 싸우도록 조장하고, 승리하도록 이끄는 서사적 요인은 할리우드 관습에서 가져온 외피다. 그것도 아주 굵직한 관습만 가져와 덮는 방식을 채택한다. 그런데 그런 경향의 프랑스 액션영화의 배후를 보면 그 명단에 뤽 베송의 이름이 자리할 때가 많다(이 영화의 시나리오도 그가 공동으로 각본을 썼다고 한다). 그리고 그 뤽 베송이 제작자 명단으로 올라 있는 영화들의 경우 대다수 100m 달리기를 하듯 속도전이다. 그러나 그 속도전은 속도 이외에 다른 것이 없다. 이 영화는 그중에서도 특히 상업적 만족도를 채우지 못하는 수준에 속한다. 초반부 의사로 변장하여 꼬마를 인질로 잡기 위한 마약 밀매상과 그걸 알아채는 프랭크의 눈썰미를 보여주는 장면은 재치있는 관습의 유용이지만, 일단 그런 뒤에는 오직 지루한 싸움뿐이다. 총싸움 영화도 얼마든지 흥미진진할 수 있다. 그 무엇이든 독창적이라면. 뤽 베송이 만든 <레옹>이 그랬다. 그러나 <트랜스포터 엑스트림>은 그렇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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