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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기대된다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caspercha 2010-09-21 오후 2:02:19 703   [0]

'o' 이런 예상치 못한... 추천수 덕분에 허술한 글이 생각보다 많이 읽히고 있네요.
훨씬 개인적인 공간에 썼던글인데.. Cindi에서 상영전, 감독님이 직접 오셔서 관객들의 반응을 어떤 루트를 통해서든 알고 싶어하시는것 같기에.. 그런 열심이 좋아보여서 수고스럽게 :) 네이버에도 긁어 붙였습니다.
평론, 평가. 아니구요 영화가 불러온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 감흥입니다.

너무나 스포일러 성이기 때문에..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들께, 지금이라도 이 페이지를 벗어나실 기회를 드리고자 머릿글을 답니다.

아무런 정보 없이 영화 보는게 저는 좋더만요.

 

그럼, Back 하실 분들은 지금 Back!

 

 

----- 이젠  Go!

 

뭍이나 섬이나, 여자가 살아가기 험난한 세상이다.

서울이나 시골이나 약자가 살아남기 무서운 세상이다.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은, 외형으로는 복남이 저지른 무도라는 섬 주민 몰살에 대한 전말이지만 안으로는 복남의 어린시절 단짝친구이며 서울에서 커리어 우먼으로 살아가는 해원이 힘과 폭력의 사회안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아가는 행보를 그리고 있다.

 

영화는 이렇게 시작한다.

반짝이는 불빛이 유혹하는 서울의 밤거리, 나이트클럽 앞에서 한 여자가 남자들에게 주어터지다가 길가의 자동차를 향해 달려와 도움을 구하지만 창문은 오토매틱 전자음을 내며 외부세계를 차단한다. 

이것은 해원의 차안에서 본 시선이며, 우리네 차안의 시선이다.

흐트러짐 없는 머리 모양을 한 해원은 몸에 맞는 유니폼과 높은 굽을 신은, 서울의 싱글 직장여성이며, 도심 속의 섬이며, 삼투압해오는 사회의 파고를 버텨내는 고단한 개인이다.

이러한 그녀의 모습이 극장 안 푹신한 의자에서 볼때는 전형적으로 이기적이며 전형적으로 비열한 몰골이라 손가락질 하기 쉽지만, 실상 어제 오늘, 서울메트로 차창에 비친 수많은 너와 나의 굳은 외피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

 

영화는 이렇게 끝을 맺는다.

해원은 경찰서에 출두해 자신이 목격한 폭행사건의 용의자들을 대면하고 지목한다. 목격자 보호용 유리 뒤에서도 그렇게 꺼리던 일이다. 연류되고 싶지 않은 타인의 불행에 개입하는 순간이며 그 불행이 자신에게 전염될 위험을 받아들이는 순간이다.

사실 이런 엔딩이 다가옴을 예측하기는 그리 오래걸리지도 않고 그리 어렵지도 않은 것이 이 영화의 단점 아닌 단점이다.

하지만 재미난 순간이 바로 이어진다. 지목을 받은 폭행범이 그녀에게 곧바로 폭력을 가할때, 그녀는 반격한다.

그녀가 순식간 집어든 모나미 볼펜촉은 폭행범의 단단한 목에 솟은 동맥을 겨눈다. 찌르려는 힘과 저지하려는 힘의 균형.  

해원은 반격의 의지를 보였고 처음으로 그 반격의 의지가 올바른 대상을 향해 발현된 것이다.

폭력의 야비한 속성 앞에서 그녀의 반격은 언제나 답습되어 온듯 자신보다 약자 (직장 여자 후배, 남루한 할머니 대출고객, 무엇보다 여성) 에게로만 향해 있었고 실상 이것은 반격이라기 보다 힘의 원리 아래 치졸한 분풀이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폭행범들이 그녀의 블라우스 단추를 뜯어내며 희롱할때도, 그녀의 명함을 빼앗으며 협박할때도, 해원의 반격/분풀이는 진작 겨누었어야 할 그놈의 동맥이 아닌 애먼 분출구를 찾아 헤멨었다. 결론적으로 분출될수 없는 막막함.

척박한 자연 아래 '좆'이 귀해 좆달린 생물은 그저 감싸고 보는 무도의 윗세대 여인네들이 약자=여자=복남을 짖밟았듯이, 복남이 그리도 동경했던 서울의 해원은 동일한 힘의 원리 아래 살고 있었다.

젊어서는 복남처럼 살다가, 늙어서는 무도의 할매들 처럼 되고 마는 무시무시한 굴레를 벗어나는 순간이 바로 이 반격의 볼펜을 높이 치켜든, 그 순간이다.

이 순간은 복남에게 먼저 찾아왔는데, 딸아이가 죽자마자 광기가 휘몰아친것이 아니다. 복남에게 가장 큰 추락은 '서울'이라는 막연한 피난처에 대한 희망(명분)이 사라졌을 때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으로 복귀하여 뙤약볕 아래 노동을 강행하던중 복남이라는 여자에게 늘 그랬을법하게 한템포 늦게 찾아온 자각, 부당하고 뻔뻔한 사이클을 끊겠노라 낫을 높이 치켜든 결단이다.

'참으면 병된대유-'

그러나, 아니 그리고, 아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어떻게 스스로를 구원해 갈것인가.

참지 않고 뱉어내면 자연치유 될만큼 우리는, 환경은 건강한가.

경찰서에서의 대결이후 검은 정장을 입은 해원은 자신의 원룸 바닥에 마치 관 속의 송장처럼 가지런히 드러눕는다.

그녀의 모습은 이내 일렁이는 바다 저편, 가지런히 누워 있는 여자의 형상을 닮은 무도와 겹쳐진다.

악을 악으로 갚을 수 밖에 없었던 복남은, 불의에 대항하는 최소한의 진실을 마지못해 대면한 해원은,

과연 무도에서 탈출했을까.

더불어 살기를 향해 문을 연 순간, 더 큰 고립의 방으로 스스로를 가둔 것일 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 작가의 회의감, 너와 나의 의혹들.

바로잡아야 할것들, 바꾸어야 할 부당함들, 계승해야 할것들과 죽여 없애버려야 할것들에 대한 판단, 이 모두가 시작도 끝도 없이 너무나 거대하고 깊숙히 자리잡은 것이라 어떤 우화나 어떤 교훈으로도 감히 건드릴수 없는 심연 아래 섬의 뿌리와도 같다.

야만과 원시성이 넘실대는 우리의 피와 뼈가 어떻게 문명과 사회안에서 너와 나의 정의로운 공생을 도모할수 있을까.

이것은 잔혹 스릴러가 아니라 잔혹 알레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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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2010, Bedevilled)
제작사 : 필마픽쳐스, (주)토리픽쳐스 / 배급사 : 스폰지
공식홈페이지 : http://kim_boknam.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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