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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추얼 웨폰] 중류 열풍 그 후 10년.. 홍콩 영화의 현주소 버추얼 웨폰
lchaerim 2002-09-18 오전 9:49:25 944   [2]
지금 중국어권 나라에서는 우리나라 가수 & 배우들이 자국인 우리나라보다 더 대대적인 인기를 등에 업고, 성공적인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아니 앞으로도 그 인기도는 쉽게 사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반짝 스타가 아님을 우리는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시기가 있기 전, 우리는 한 때 이와 비슷한 성향으로 중국어권 스타에 목을 맨 적이 있다.

딱 10년 전이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 쌍권총과 성냥개비 하나로 남자들의 영웅, 여자들의 영원한 오빠 ‘주윤발’이 모 CF에서 ‘사랑해요 XXX' 멘트 하나로 음료 시장을 통일했었고, 청순가련형의 대변인 ’왕조현‘ 역시 모 CF에서 그 매력을 한껏 발산하며, 한국을 뒤흔들었었다. 여기에, 만능 배우 ’장국영‘과 ’유덕화‘를 포함한 ’사대천왕(四大天王)‘의 그칠 줄 모르는 영화와 음반은 한국의 상권을 온통 중류 스타의 각축장으로 변모시켰고, 또 그렇게 해야만 이른바 남는 장사를 하였다.

지금은, 다행인지 불행인지.. 똑같은 이미지 일변도로 인한 식상함에 우리나라에는 씨도 안 먹히는 문화 후진국이 되었지만, 우리나라가 지금 한창 이뤄내고 있는 이와 같은 한류 열풍은 남의 얘기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 한류 열풍에 때를 맞추어 아시아의 세계 시장 석권을 야심차게 준비한 영화가 있었으니 그 영화가 한국의 최대 명절인 추석을 시점으로 대대적인 개봉을 준비중이다.

중국제명 <석양천사(夕陽天使)>, 영어제명 <So Close>, 한국제명 <버추얼 웨폰>에 걸맞게 세계적인 영화 제작/배급사 ‘콜럼비아 트라이스타社’가 자본을 대고, 홍콩 액션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감독 ‘원규(코리 유엔)’과 홍콩의 신세대 미녀 트로이카라 불리우는 ‘서기’, ‘조미’, ‘막문위’등의 캐스팅... 여기에 한국의 톱스타 ‘송승헌’이 출연한다는 것만으로 중국어권쪽이나 한국쪽이나 올해 최대 이슈가 되었던 이 작품은 이제까지 보여왔던 SF 액션 영화의 공식을 답습하는 것이 아닌, 그야말로 밀레니엄 시대를 대표하는 최첨단 버전이다.

인공위성을 통한 신개념 네트워크 프로그램인 ‘월드 파노라마’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복수와 사랑.. 상업적 이익에 눈이 멀어 그 공공 프로젝트를 사유화 하려는 검은 음모가 맞물려 돌아가는 줄거리가 주된 이 영화는 이제까지 와이어 액션과 CG의 눈요기로만 딱딱한 액션 시퀀스를 채워왔던 뭇 영화와의 차별을 강조하며, 감미로운 배경음악위에 펼쳐지는 발레같은 유연한 동작의 부드러운 액션을 선보인다. 이전에 <와호장룡>에서도 보여졌던, 대나무 숲 액션시퀀스가 고전 검술 액션에 현대 와이어의 부드러움을 접목했다고 표현한다면, <버추얼 웨폰>은 현대 총격 액션의 과격함이 한편의 무용 공연을 보는 듯한 아름다움이 녹아내려 이 영화를 잊지 못하게 만들 것이다.

또 하나, 이 영화를 다르게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CG의 화려함의 업그레이드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장면 장면들이다. 유리 조각이 날라다니는 첫 번째 액션씬, 인공위성에서 놀랍도록 정교하게 파악되는 자동차 추격씬 등. 이전 작품들에서 보아왔던 눈요기의 차별성은 이제 홍콩의 상업적인 영화도 중국 반환을 앞둔 늘 어둡고 암울했던 시기의 작품들로 그 시간들의 정서를 대변하는 것들이 아닌, 밝고 쾌활하게 새로운 미래를 제시할 수 있는 홍콩의 현재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숙제는 남아 있었다. 장장 100여분간을 이끌고 갈 시나리오의 완벽함이 아직 상업영화 내에서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빈약하다. <버추얼 웨폰>도 그 도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여기 저기 눈에 띄지만, 두 마리 토끼를 쫓다가 둘 다 놓치기 보다는 한 마리 토끼라도 쫓아가서 잡으려는 그 의도가 충분히 전달됨에 있어 아쉬움은 절반으로 줄어든다.

<버추얼 웨폰>... 미래의 홍콩 영화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교과서가 될 수 없어도, 세계를 겨냥하여 만든 야심찬 프로젝트의 시작은 이제 영화라는 문화 아이콘도 전 세계가 공유할 수 있는 만국 공통 코드이며 아시아 문화권의 세계화 발돋움에 발판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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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추얼 웨폰(2002, So Close)
제작사 : Columbia Pictures / 배급사 : 콜럼비아 트라이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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