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조직, 그 안에 연루된 여자, 그녀의 관능적인 육체, 그리고 비극적인 죽음. <로사리오>는 이러한 도식에서 단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 영화다. 게다가 그녀의 이름은 ‘로사리오’(플로라 마르티네즈)다. 그녀는 성녀와 창녀의 이미지가 노골적으로 공존하는 인물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강간당한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로사리오는 오빠를 따라 범죄조직에 가담하게 된다. 정확히 말하면, 범죄조직의 남자들에게 기꺼이 성적 대상이 되어준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에밀리오(마놀로 카르도나)와 안토니오(유나 유가데)라는 평범한 남자들을 만나게 되고 그 둘 모두에게서 사랑을 받는다. 결국 그녀는 안토니오라는 착한 남자에게 걷잡을 수 없이 망가져가는 자신의 인생을 맡기고 싶어하지만, 애초 행복은 그녀의 편이 아니다.
2005년 콜롬비아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다는 <로사리오>는 언제나 예상 가능한 장면들과 그에 걸맞은 단조로운 이야기로 구성된다. 범죄조직의 냉혈함, 혹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그 어느 쪽으로도 깊이 파고들지 않는다. 그래서 이런 장르를 지탱시키는 뚜렷한 갈등 구도나 긴장의 드라마가 부재한다. 그 부재를 채워주는 것이 바로 로사리오의 몸이다. 카메라는 로사리오의 아름다운 얼굴과 관능적인 몸을 끊임없이 대상화한다. 그 방식은 너무 노골적이어서 지나치게 낡고 촌스러워 보일 정도다. 영화는 로사리오를 성적 대상으로 보지 않는 유일한 남자, 안토니오에게 중심을 두려고 하지만, 여전히 카메라의 시선은 이 영화 속 나쁜 남자들의 시선과 다름없다. 그 사이 사이로 로사리오의 상처와 아픔, 그리고 현재의 외로움이 스쳐지나가지만, 그건 피상적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다. 그녀가 남자들의 성적 대상으로 사는 삶을 선택한 이유는 불분명하게 제시된다. 오로지 양아버지에게 강간당했던 상처가 모든 행위의 근거로 작용한다. 그 상처가 하찮다는 것은 아니지만, 강간의 기억이 여성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간다는 주제는 남자들에 의해 이제 하나의 클리셰가 되고 있다. 여성 캐릭터에 그러한 과거를 불어넣음으로써 남자들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녀의 몸을 관음하고 전유하는 자신의 시선을 정당화한다.
최근 남미에서 흥행에 성공한 많은 영화들에는 범죄조직과 여성의 관능적인 몸이 빠지지 않는다. 더이상 이국적인 풍광에 기대지 않고 자신들의 현실을 담아내려는 시도는 긍정적이지만, 그 풍광을 별다른 맥락없이 여성의 몸으로 대체하려는 시도는 더욱 문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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