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칠맛 나는 대사의 힘은 여전하다. 홍상수 영화에는 늘 욕망이 숨어 있고, 그 욕망은 대사를 통해서 중의적으로 나타난다. 예컨대 중식의 "경치 좋다"는 말은 바다의 풍경을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그 바다를 바라보는 정화(김규리)의 뒷모습을 의미하기도 한다. 배우들의 실감 나는 연기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특히 김상경의 치졸한 연기는 압권이다. 좋아하는 여인 성옥(문소리)에게 남자친구(김강우)가 바람을 피우고 있다고 고자질하는 장면은 박장대소 감이다. 문소리도 경남 사투리를 구성지게 사용하며 이혼녀 역할을 제대로 소화했다. 성웅 이순신으로 생뚱맞게 등장하는 김영호도 짧지만 큰 웃음을 전한다. 유준상의 어눌함과 대책 없음도 실소를 자아낸다.'하하하'는 이처럼 인물들의 개성이 하나하나 살아있다. 그 안에는 평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조금씩은 지닌 치졸함이 자리하고, 이는 웃음으로 연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