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와 새삼스럽지만, J. K. 롤링의 <해리 포터> 시리즈를 읽은 관객이 <해리 포터> 영화를 냉정히 판단하기란 쉬운 노릇이 아니다. 독자의 눈을 가진 관객은 책이 묘사한 수많은 마법과 실물(의 이미지)을 대조 확인하는 일만 해도 장난감 가게에 들어간 아이처럼 숨이 벅차다. 거꾸로 <해리 포터>를 읽지 않은 관객이 영화를 온전히 음미하기도 어렵다. ‘포터월드’를 관통하는 복선과 뉘앙스를 암시하는 영화의 윙크에 제때 호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랜차이즈의 3편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이하 <아즈카반의 죄수>)는 원작 독파 여부를 불문하고 더 큰 만족감을 안긴다. J. K. 롤링이 문장으로 쓴 것을 영화로 옮기는 데에 근면했던 1, 2편의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과 달리, 신임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롤링이 문장으로 쓰지 않은 것, 어둡고 도발적인 <해리 포터>의 영기(靈氣)를 포착했기 때문이다. 그의 연출은 매우 활달하고 종종 불경하다. 원작이 서술한 것을 생략하고 상술되지 않은 대목을 임의로 묘사하는가 하면 (감히!) 없던 것도 집어넣는다.
<아즈카반의 죄수>에서 해리(대니얼 래드클리프)가 어떤 모험을 겪는지는 책읽기를 즐기는 주변 어린이들에게 자세히 문의하길 권한다. 다만 여기서는 열세살의 해리가 질풍노도의 시기를 맞았다는 것, 볼드모트에게 협력했다가 아즈카반 감옥에 갇힌 흉악범 시리우스 블랙(게리 올드먼)의 탈옥이 해리의 신변을 위협한다는 것, 그에 맞서 학교에 파견된 간수 디멘터들이 시리우스 못지않게 해리한테 고통을 준다는 정도만 언급하자. 행복한 추억과 기쁜 생각을 깡그리 빨아내서 최악의 기억만 남기는 디멘터 앞에서 다른 아이들은 떨지만 해리는 번번이 의식을 잃는다. 이 소년의 마음은 또래들이 상상할 수 없는 참혹한 밑바닥을 갖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