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어떤 영화를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절대 빠질 수 없는 영화 중 한편이 바로 왕의 남자이다.
장생과 공길의 이야기는 언뜻 보면 당시 인정받지 못하던 수많은 광대들의 이야기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지만,
모든 이야기에는 그 나름의 소중함과 슬픔과 기쁨이 있기 마련인만큼 두 사람은 진한 감동으로 내 가슴을 채워주었다.
원래 소설이든, 영화든. 같은 작품은 두 번 이상 꺼내보지 않는 편인데, 이 영화만큼은 두 번을 보고도 더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왜 였을까. 내게 그 이야기는 정말 크게 다가왔다. 아직 작품성을 논하기엔 아는 것도 없고 나이도 덜 먹어서
뭐라 말할 순 없어도, 한 가지는. 영화를 좋아한다 뿐이지 거기에 대해 자세히 아는 건 하나도 없는 내게,
가장 소중한 영화가 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좋은 작품임을 말해준다고 생각한다.
감정, 상황, 친구, 거기에 죽음까지. 모든 것이 얽혀서 그들의 운명을 꼬아갈 때, 그래서 그들을 끝으로 몰아갈 때에도. 서로를 원하고 서로가 믿어주길 바랬다. 결국 끝을 맞을 때. 두 사람은, 서로가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 곳. 줄, 위에서 신명나게 마지막을 장식한다. 줄 위에서 그들에겐 아무것도 필요 없었다. 돈 걱정도 할 필요 없었고, 세상 걱정도 할 필요 없었다. 장생이 말했던 것 처럼, 허공과 땅. 그 중간인 반허공의 존재는 그들을 속세로부터 떨어지게 해줬다. 그렇게, 서로만 있으면 그저 즐겁고 행복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반허공, 줄 위였다. 그러니까, 둘만의 세계, 였다고 생각한다.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순수한 그들의 세계.
결국, 가장 소중한 장소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과 함께 웃으며 행복하게 결말을 맞이한다. 비극적인 해피엔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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