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인간의 물건을 ‘빌려’ 쓰며 살아가는 키 10㎝가량의 소인들이 있다. 그들의 불문율은 인간에게 들키면 지체 없이 그 집을 떠나야 한다는 것. 교외 외딴 저택에 엄마, 아빠와 사는 14살 소녀 아리에티는 인간의 물건을 빌리기 위한 첫 작업에 나선다. 그러나 마침 큰 병 때문에 수술을 앞두고 이 저택으로 휴양온 인간 소년 쇼우에게 정체를 들킨다. 쇼우는 소인들과 친해지기 위해 애쓰고 아리에티도 그에게 조심스럽게 다가선다. 하지만 이들의 만남엔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익숙한 세계를 다르게 보는 재미가 있다. 인간이 일상생활에 쓰는 티슈, 각설탕, 못, 빨래집게 등의 물건이 소인들에겐 전혀 다른 용도로 사용된다. 소인에게 인간 세상은 우선 공포로 다가온다. 시계의 똑딱이는 소리가 공장 기계처럼 큰 소리로 들리고, 인간의 말소리와 문소리는 재난을 예고하는 천둥소리 같다. 흔한 물건과 소리를 반대편에서 바라보고 들어, 때론 우습게 때론 무섭게 형상화하는데 지브리는 탁월한 솜씨를 보인다. ‘낯설게 보기’는 모든 예술의 기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