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기 전부터 평론가들이나 많은 이들의 호평을 들었기 때문에 기대가 많았다. 과연 이 저예산 영화가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관객을 설득해 나갈지 궁금증을 가지고 영화를 관람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을 예술 영화로 보기에는 힘들었다. 이 영화는 인간의 대한 연구나, 비정한 사회에 대한 경고가 아니라 폭력에 관한 영화였다. 그리고 우리에게 보여지는 영화 속의 폭력은 그 목적성이 관객에게 맞추어져 있다. 즉 상업성이다.
영화는 후반의 슬래셔에 가까운 살인을 정당화하기 위해 구구절절 복남의 겪는 폭력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복남이 겪는 폭력의 시나리오는 기교가 없는 편으로 관객에게 직접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마지막 복남의 복수에 관객을 정서적으로 동참시킨다.
이 영화가 데뷔작인 장철수 감독은 전통적인 여인잔혹사를 더욱 진화(?)된 형태로 나열하다가 후반 이후부터 스릴러에서 호러로 장르 변화를 시도한다. 신인 감독으로써 장르를 넘나든다는 점에서는 매우 도전적으로 평가할 만 하지만 처음부터 의도한 바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영화 전중반의 스릴러는 마지막의 호러.. 또는 고어를 위한 기나긴 여정으로 의도된 것이다. 이에 따른 촬영과 편집은 매우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것은 매우 성공적이긴 하지만 완전하지는 않다.
영화 속의 '무도'는 외딴 섬이자 제한된 공간으로 효과적인 심리극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자 또한 감독이 보고 있는 인간 세계의 축소판이다. 장철수 감독이 만들어 낸 무도에서 시골의 따스한 인심은 애초에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다. 감독은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이라는 강렬한 제목으로 관객에게 처음부터 복수극이라는 정보를 노출시키며 그 복수에 이르는 과정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감독의 의도나 입장이 어찌되었든 간에 드라마의 초점은 피의 복수에 맞춰져 있기에 이를 서스펜스, 멜로, 드라마로 보기엔 무리가 따른다.
'김복남'역의 서영희는 극단적인 상황을 약간은 과장되지만 실감나게 연기하고 있으며. 이는 복남을 살인마로 만들지 않으려는 감독의 의도에 충실하게 반영하고 있다.
복남의 어릴 적 친구로 서울의 복잡한 상황을 피해 무도로 내려와 비극에 동참하게 되는 도시 처녀 '해원'역의 지성원은 복남의 비극을 지켜보고 방관하는 우리의 자화상 같은 캐릭터이며 영화에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인 느낌도 의도된 연출이겠지만 다소 부족한 느낌이 든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끈질기게 밀어붙이는 연출과 강렬하고 대조적인 촬영과 편집, 좋은 연기가 마지막 카타르시스로 이르게 만드는 잘 만든 복수극이라 할 수 있다.
영화의 평과는 상관없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요즘의 한국 영화들은 복수에 대한 테마가 너무 많다. 영화 '아저씨'는 마약과 아동 장기 매매라는 끔찍한 범죄를 설정해 놓고 이에 맞먹는 폭력을 정당히 구사하며, '악마를 보았다' 또한 복수가 과연 정당한 것인가라는 주제를 관객에게 떠넘기고 관객에게 예상하지 못한 폭력을 강요하고 있으며,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도 마찬가지로 복남의 비극적 상황을 잔혹한 복수로 풀어놓아 관객들로 하여금 대리만족을 느끼게 하며 폭력에 동참시키고 있다. 물론 이런 영화들이 만들어지고 개봉하는 이유는 한국 관객들이 이에 반응하기 때문이다. 관객과 같이 호흡할 수밖에 없는 대중문화가 사회적 문제에 관해 화해에 기반이 된 진지한 성찰이 아니라 폭력으로 대리 배설만 해주는 점이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폭력에 의한 카타르시스는 순간 짜릿하지만 결국은 해소되지 않고 폭력에 대한 내성만 쌓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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