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남자들이 하는 농담으로 이쁘면 다 용서가 된다는 말이 있다. 헌데 이건 동서를 막론하고 통하는 유행언가 보다. 요즘은 이쁜 여자뿐만 아니라 잘생긴 남자들 역시 용서의 대상이다. 온통 잘나고 예쁜 것들만 판치는 세상이 돼버린 듯싶다. 하지만 이건 모두 우리가 만들어낸 욕구의 표현이니 어쩌랴. 아니꼽고 비위가 상해도 속으로 삭이는 수밖에. 괜히 밖으로 드러냈다가 속 좁은 놈이란 소리 듣기 십상이다.
어쨌든 퀸카로 살아남는 법은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득실대는 밀림 속에서 아니꼽고 얄밉지만 선망의 대상인 퀸카들의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을 그리고 있다. 이쁘다는 그 하나만으로 아무 고민 없이 그냥 살수 있을 것 같은 그녀들의 삶 또한 우리 못지않게 치열하단다. 하긴 공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조그만 실수하나에도 온 동네 소문이 파다하게 퍼지는 게 현실인데 오죽하겠는가? 그들만의 세계에서 그들은 곧 공인이나 다름없으니 말이다.
케이디(린제이 로한)는 동물학자인 아버지 덕에 아프리카에서 자란 순수 무공해 아가씨다. 평소 잘난 부모덕에 학교 교문 턱도 안 밟아 봤지만 누구 못지않게 박식하다. 특히 실리를 따지는 수학에 있어서는 더 이상 배울게 없을 정도로 빠삭하다. 입시에 목매는 우리 부모님들이 볼라치면 누구는 학교도 한번 안가보고 척척 박사라더라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받아 마땅한 타입니다. 여기에 쭉쭉 빵빵 몸매까지 겸비했으니 그야말로 퀸카로서의 자질을 제대로 갖춘 준비된 여성으로, 아버지의 근무지를 쫓아 일리노이즈의 한 고등학교에 첫 등교하게 된다. 하지만 아무리 예쁘고 똑똑해도 낯선 곳에서의 첫날은 어벙하기 마련이다.
한편 케이디가 등교하게 된 학교에는 여러 부류의 학생들이 존재하는데 그 중에 으뜸은 일명 자뻑 파. 본인들 스스로 학교의 퀸카라 칭하는 레지나(레이첼 맥아담스)와 그녀를 따르는 두 명의 멍청하고 아리따운 아가씨가 있었으니. 톡톡 튀는 의상과 쭉쭉 빵빵한 몸매로 늘 시선을 몰고 다닌다. 그 시선을 유지하기 위해서 이들은 나름대로 자신들만의 규칙이 있었으니 이게 바로 이들이 이 학교에서 퀸카로 살아남는 비법. 요일별로 입는 옷이 따로 있고 옷 하나를 사더라도 서로 상의해야 하는 등 나름대로 품위유지에 엄청난 신경을 써야한다.
쉽사리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케이디. 레지나는 혹시 그런 케이디가 자신의 퀸 자리를 능가하지 않을까 싶어 아직 어리버리한 케이디를 자기편으로 영입하는 영악함을 보인다. 뿐만 아니라 케이디가 전에 애인이었던 애런(조나단 베넷)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도와주겠다며 슬쩍 가로채기까지. 그야말로 천사의 미소에 악마의 마음이 숨겨진 레지나의 진면목을 한몫에 보여준다. 케이디는 자뻑파의 삶이 시기와 조롱 그리고 거짓말로 충만하다는 걸 알지만 부럽게 쳐다보는 주위의 시선이 싫지 않고 혹시 왕 따 당할까 싶어 자뻑파에 가입한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살 수 있다는 걸 수없이 되 뇌이며 말이다. 하지만 앞에서는 웃으면서 뒤에서는 레지나를 비난하던 케이디는 서서히 레지나의 복사판이 되어간다.
영화는 자뻑파에 한발 보통 친구들과 나머지 한발을 담고 있는 케이디를 통해 그녀들의 허영과 시기, 질투를 세상에 전송한다. 예쁜 여자는 머리가 비었다는 속설을 입증하듯 케이디 역시 그녀들과 어울리느라 공부할 틈이 없고 타인을 무시하는 왕재수가 되어간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그걸 깨닫지 못한다. 본인의 마음은 여전히 착하며 나쁜 행동은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잠시 하는 것이라 스스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서로를 시기하고 질투하던 관계는 순간적으로 무너지고 만다. 이런 자뻑파 역시 일정 시기에 연예인을 추종하듯 한때의 열정뿐이라고 얘기한다. 성장의 통과의례에 지나지 않음을 대를 이은 자뻑파를 통해 보여준다. 그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면 진짜 구제할 수 없는 자뻑파가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는 성장영화로 읽을 수 있다.
아프리카의 밀림 속에서 순진무구했던 소녀가 인간세상의 밀림에서는 사악한 야수처럼 돌변해가는 과정을 코믹하고 재미있게 그리고 있다. 예쁜 소녀들 사이사이로 레지나 엄마의 유치하다 싶을 정도의 과장이 있는가 하면 마치 인터뷰 하듯 퀸카들을 평하는 화면의 진중함도 있다. ‘헤드 오버 힐스’, ‘프리키 프라이데이’를 통해 여성들의 시각에서 이야기를 주로 그려왔던 마크 S. 워터스 감독은 한층 더 여성의, 소녀들의 심리를 세심하게 들여다본다.
남의 약점을 들춰낸다고 해서 자신이 더 잘나지는 게 아니라는 평범한 진리를 퀸카들의 시기와 질투로 그려낸 퀸카로 살아남는 법. 잘났든 못났든 사는 게 다 밀림이라는 얘기다. 혼자서 파헤쳐나가기 힘든 밀림. 혼자서 잘났다고 밀림으로 뛰어들지 말고 함께 할 수 있는 동지를 만드는 것이 진정한 퀸카로 살아남는 법이란 얘기를 아리따운 아가씨들이 손톱을 치켜세우며 들려주기 때문인지 여운은 없고 아리따운 실루엣만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