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텔파파>는 웰메이드 영화이기를 스스로 포기 했다고 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요소를 통해 관객들로부터 좋은 영화를 보고 싶은 마음을 포기하길 강요하는 느낌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미워도 다시 한번>의 코믹 버전을 보는 듯한 착각을 했다. ‘돈텔파파’는 전국에 걸쳐 유명세를 타고 있는 성인 나이트의 이름을 패러디 한 것이다. 그것은 이 영화가 하위문화 혹은 나이트 문화를 안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그 이름을 가져올 만큼 성인문화 혹은 성적인 문화를 소화해 내거나 보여주지 못하고 저질스러운 코미디 쇼프로그램처럼 이질감만이 가득하게 보이고 있다.
<돈텔파파>는 3부분으로 크게 구분된다. 전반부는 김초원(유승호)이라는 아이가 태어나는 배경과 김철수(정웅인)의 러브신 그리고 부자(父子)지간의 애틋한 정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 부분은 비약과 과장, 억지가 판을 치고 있다. 고등학생이 학교 화장실에서 아기를 출산하고 그것도 모자라 퀵서비스로 그 아이를 애기 아빠인 김철수에게 보내는 일련의 과정이 웃음을 주기에는 너무 파격적이라 관객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아무리 공부를 못하고 철딱서니 없는 아빠더라도 자기 자식이 옳은 길로 가기를 바랄 것이다. 하지만 영화 속 아빠의 모습은 자신의 저질스러운 삶을 아들에게 강요하는 듯 보여 서글퍼진다.
또한 이애란 역을 맡은 채민서는 전형적인 비행청소년을 그리고자 했던 것으로 보이지만 그 강도가 15세 관람가라는 점과 맞물리면 억지스럽고 비행을 조장한다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 물론 등급에 따라 착하고 순수한 영화만 있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수위는 지켜져야 한다는 말이다. 어른들도 입에 담기 어려운 욕이나 문란한 성적인 표현, 나이트 쇼 등은 아직 정신적으로 성숙되지 못한 관객들에게 성인 나이트와 어른들의 성적문화에 대한 환상만을 심어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가슴이 노출이 되고 폭력이 난무해서가 아니다. 어른들조차 공감하지 못할 이야기들을 아직 나이어린 관객들이 스스로 통제하며 걸러서 취사선택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중반부에서는 유치하고 저질스러움의 강도가 서서히 약해지면서 시티콤 분위기로 바뀌어간다. 김초원을 버리고 간 이애란이 우연히 아들을 찾게 되면서 엄마로서의 모성애에 사로잡혀 고뇌하는 과거의 비행소녀를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그 과정에서 과거에 대한 후회와 사랑했지만 떠나야 했던 이야기들을 통해 도덕교과서 같은 교훈적인 이야기를 다시 한번 강요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 보다 더 큰 문제는 조연들과 까메오들의 출연이 웃음을 주지만 의미 없는 말장난과 억지스러움 때문에 방송사의 코미디프로와 흡사해 유치함에 기분을 상하게 한다.
후반부에 이르러 영화는 원제였던 ‘아빠하고 나하고’라는 컨셉에 맞게 드라마에 치중을 해 마무리를 하고 있다. 동요 ‘꽃밭에서’가 계속해서 흐르면서 아빠와 아들의 뜨거운 부자지간의 정을 느낄 수 있는 장면들로 눈물샘을 자극하고 있다. 거기에 어색하지만 엄마의 마음 아파하는 모습까지 더해 영화는 <미워도 다시 한번>과 <클레멘타인>의 최루성 신파로 흐르고 있다.
어찌 보면 전 세대 커버 오르가즘 무비라는 컨셉답게 다양한 문화 코드와 수많은 배우들을 혼합시켜 놓았으며 여러 장르까지 섞어 놓았으나 그 다양한 모든 것들은 서로 융합 되지 못하고 서로 뒤섞여 녹지 않아 컵에 붙어버린 커피와 프림처럼 아쉬움으로 얼룩이 지고 있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의외로 좋은 영화음악 때문에 아빠와 아들에 대한 애정으로 인해 눈물이 흐르게 하는데 성공을 했다는 점과 <클레멘타인>처럼 큰 배우를 이용해 속이지 않았다는 점과 스스로 유치한 영화라고 밝힌 것은 높이 평가해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