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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치의 개그는 사람을 즐겁게도, 불편하게도 하는 재주가 있다. 몸개그라고 해야할까 AT9 상영관 밖의 소개 글에도 적혀있었지만 주성치의 영화를 논리적인 구성이나 탄탄한 스토리로 보려고 하면 굉장히 불편하다. 상식에 맞지 않는 대사나 행동, 리액션으로 보는 이를 당황스럽게 한다. 그러나 생각하기보다 눈으로만 즐긴다면 웃찾사나 개그콘서트를 보는 듯한 개그를 보게 된다. 15년 전의 비디오판 영화를 스크린으로 보니 화소도 조정했겠지만 요즘 영화와는 다른 맛이 있었다. 약간 끊기는 듯한 느낌과 지지직 거리는 느낌이 나름 정겨웠다. 수렴동이 반사동(반시동?)으로 바뀌는 CG도 지금 보면 참 유치하지만 귀여운 측면이 있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배우들의 머리 위로 보이는 까만 줄은 진정 와이어의 그것! 모든 배우의 머리 위에서 보인 것이 아니니 지운다고 지웠겠지만 몇 장면에서 미처 확인하지 못했거나, 기술이 부족했거나, 귀찮았건. 여자 요괴들이 나타났을 때 지붕 위에서 비파라고 해야하나 악기를 연주하며 공격하는 내용이 있는데 이 장면에서는 고등학교 때 남는 시간을 활용해서 교실에서 비디오로 본 육지금마 라는 영화를 생각나게 했다. 거기 보면 임청하가 나왔던 것 같기도 하고, 거문고 같은 걸 연주하면서 상대방을 공격했는데. 그리고, 이런 무협을 가장한 중국영화에서 빠지지 않는 내용은 바로 바로! 시간을 넘나드는 사랑. 손오공은 자신이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500년 전에 사랑을 약속한 여자가 있었고, 그 여자와 500년 후 요괴와 자신이 손오공임을 모르는 여자와 만나게 된다. 약간은 악연으로. 물론 여자는 기억하고 있었지만. 나중에는 본심을 숨기고 사랑하는 여인을 외면해야 했고 사랑의 죽음 앞에서 감정을 끊어야 했던 우리 원숭이의 아픔. 불교적 해탈과 아픔의 승화가 도대체 뭐길래. 이 원숭이는 관세음보살의 의도대로 500년 동안 정말 인간답게 변한 것일까? 어쨋든 세상과의 감정의 연을 넘어서고 미션을 향해 달려가는 원숭이. 하앗~ 얏! 등의 어릴 때 듣던 중국식 기합들이 가소롭기도 했지만, 동심으로 돌아가 추억에 빠져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생각 외로 많은 사람들이 관람해서 놀라웠고, 대부분의 성인들은 웃기도 하고 동감하는 분위기였는데 내 주변의 부모님 따라온 아이들은 유치하다고 느낀 건지 졸고 있더라는. 시간의 흐름이 동심의 입맛을 바꾼 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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