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영화 : 파코와 마법의 그림책
황당하고 엽기적인 캐릭터와 복잡 다양한 그림책을 보는 듯한 영상.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을 조화시켜 매력적인 영화로 만들어 냈다.
자기 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회장.
여자가 된 아빠.
스무살이 넘어서도 아역 시절 귀여움만 연기하다 팬들로부터 외면받아 괴로워하는 배우.
소방차에 치어 입원한 소방관.
원숭이가 쏜 총에 맞은 건달스러운 남자.
돌팔이 의사.
악마처럼 보이는 간호사.
도대체가 엽기적인 캐릭터만 모여 있는 병원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자기 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회장은 주변 사람들에게 늘 윽박지르고,
그들이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하는 게 싫다며 투덜댄다.
그런 어느 날, 그림책을 읽고 있는 한 소녀를 만나게 된다.
소녀의 이름은 파코.
파코에게도 똑같이 쌀쌀맞게 대하던 회장은 자신의 라이터가 떨어진 줄도 모른다.
다음날 라이터를 잃어버려서 잔뜩 골이 나 있는 회장.
그런 회장 앞에 파코가 다시 나타나, 주은 라이터를 자기 것인양 내밀며 예쁘다고 자랑한다.
회장은 파코가 라이터를 훔쳤다고 오해하며, 뺨을 때리게 된다.
하지만 잠을 자고 나면 그 전 일은 모두 잊어버리는 파코였다.
파코는 7살 생일 전날, 교통사고로 인해 부모를 잃고, 뇌를 다친 가엾은 소녀다.
늘 오늘이 자신의 생일이라며 기억하고 살아가는 파코.
파코는 다음날 회장이 자신을 때린 것도 기억 못한 채, 회장을 향해 환한 미소를 짓는다.
회장은 그런 파코의 미소를 보며, 조금은 미안한 감정을 느낀다.
누군가에게 늘 소리치고, 구박하면서도 미안해 본 적이 없던 회장이 파코의 미소에 감정의 변화가 나타난 것이다.
회장은 자신이 때린 파코의 얼굴을 어루만지려 한다.
그러자 파코는 어제도 자신의 얼굴을 만졌냐며 되묻고...
회장은 파코가 자신의 손길을 기억해주는 것에 대해 무척이나 행복한 기분을 맛보게 된다.
늘 성공을 위해 외톨이로 살아온 회장에게 파코는 외로움을 감싸주는 존재가 되는 순간이었다.
회장은 순수하고 맑은 파코에게 자신을 기억시키고자 애를 쓰기 시작한다.
늘 파코가 생일 선물로 받은 것이라며 보물처럼 안고 다니는 그림책을 읽어준다.
초반 영화가 시작될 때는, 다소 지루함을 느꼈다.
그러나 영화 시작 10분 즈음이 지났을 때는 결코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것은 파코 역을 맡은 귀여운 아이의 미소 때문이기도 했고,
화려하고 판타지적인 영상 때문이기도 했고,
이야기의 재미 때문이기도 했다.
사람은 누구나 아픔과 상처를 안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상처와 아픔은 다른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면서 자연스레 치료가 되는 게 아닐까 싶다.
누군가를 위한 행동은 결국 나의 상처와 아픔 또한 치료시키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영화를 보고 나서, 나는 누군가에게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면 좋을지...
곰곰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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