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부한 이야기 속에 졸리의 액션만 빛난다...★★☆
확실히 <본 시리즈> 이후 스파이 영화의 액션은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007 시리즈>마저 변화시켰을 정도로 현실화되었다. <솔트>에서 선보이는 액션도 그러한 흐름 위에 존재한다는 것은 어쩌면 너무 당연하다. 그리고 그런 흐름을 타고 시종일관 강인함으로 버텨내는 안젤리나 졸리의 아름다운(!) 육체가 빚어내는 액션장면을 감상하는 것이야말로 영화 <솔트>의 최대 미덕이자 거의 유일한 미덕일 것이다.
<솔트>는 전혀 예상치 않았던 북한 사투리로 문을 연다. 북한에서 모종의 작전을 수행하다 검거되어 고문을 받던 솔트(안젤리나 졸리)는 스파이 교환의 형식으로 겨우 목숨을 건지게 된다. 이후 한동안 내근을 하던 솔트는 막 자수한 러시아 간첩을 심문하게 되고, 이 러시아 간첩은 솔트를 이중간첩으로 지목한다. 러시아 간첩에 의하면 솔트는 구소련 시절, 어릴 때부터 고도의 훈련을 받은 KGB 정예요원이라는 것. 미국과 러시아 대통령을 암살할 위험인물로 지목된 솔트는 CIA 정예요원으로서의 기술을 총동원해 도주를 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숨겨졌던 음모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처음에 말했듯이 <솔트>의 최대 미덕이자 유일한 미덕은 안젤리나 졸리의 육체와 그 육체가 빚어내는 액션을 감상하는 것이다. <솔트>는 철두철미하게 안젤리나 졸리를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진 영화 같기도 하다. 거의 처음부터 끝까지 카메라는 안젤리나 졸리를 따라다니느라 소비되고 단 한 순간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고 휘몰아치는 졸리의 액션은 90여 분 동안 관객의 정신을 혼미하게 해 놓는다.
졸리는 교각 위에서 달리는 트레일러 위로, 트레일러 위에서 유조차 위로 뛰어 내리는 등의 고난이도 액션을 선보이는 등 영화 내내 끊임없이 달리고 때리고 쏘아 댄다. 당초 남성을 주인공으로 했다가(톰 크루즈, 극중 이름 에드워드 솔트. 그러나 톰 크루즈가 <나잇 & 데이> 촬영으로 포기) 여성으로 변경됐다고 해서 액션의 강도나 파괴력이 감소했을 것이라는 선입견은 일찌감치 버리는 게 좋다.
이렇듯 눈을 즐겁게 하는 졸리의 액션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기본 설정이나 드라마는 민망할 정도로 진부하다. 사실 이중간첩이란 소재 자체도 그렇지만 진정한 사랑으로 냉혹한 스파이가 변화되었다는 설정도 진부하기 그지없다. 더군다나 <솔트>는 냉전식 대립구도를 부활시켜 불러냄으로서 시대착오적이란 비판마저 감수해야 할 처지다. 구소련에서 미국의 핵심에 심어 놓은 간첩이 무수히 많다는 설정은 마치 메카시의 주장을 현실화시킨 것처럼 보이며, 국내 모 인사의 주장도 떠올리게 한다. “대한민국의 핵심에 수백명의 간첩이 암약하고 있다” 물론 이를 뒷받침할 아무런 자료나 증거는 제시한 적이 없다.
※ 영화를 안 보신 분은 읽지 마세요.
이 영화가 숨겨 놓은 반전도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단적으로 악역이 아닌 리브 슈라이버를 영화에서 본 적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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