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마 나기사의 교사형. 솔직히 오시마 나기사란 감독이 누구인지. 교사형이란 영화가 무슨 내용인지 들어본 적이 없었다. 세상 모든일에 우연이 겹치고 겹쳐서 일어나듯 나와 교사형의 만남도 그러했다.
흑백영화.
오른쪽에 올라오는 자막. 마치 20년전... 영화를 보던 때의 분위기가 나는듯 하다. 곳곳에 빈자리가 있지만, 여느 시사회와는 다르게 차분한 분위기로 영화를 감상한다. 재일교포 청년이 일본인 여성 2명을 강간 살인해 사형을 언도받지만, 죽음을 거부한다는 내용이다. 실제 1958년도에 일어났던 사건을 실험적 기법으로 다룬 영화라고 한다.
지금의 영화기법과는 다른 점들이 유독 눈에 띄었지만, 영화가 이야기하는 바는 확실히 알았다.
사형제란 과연 정당한 제도인가? 사형을 선고받고서 형이 집행돼지만, 육체는 살아남고, R은 기억을 잃는다. 이러한 초유의 사태에 대해 교도관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우왕좌왕한다. 결국 사형을 집행하기 위해 정신을 잃은 청년을 다시 소생시키는 아이러니가 생긴다. 죽이기 위해 다시 살리는 것이라니... 간신히 깨어난 R은 자신이 R이란 사실을 잃었다. 재일교포청년에게 일본인 경찰과 의사는 자신이 R이라는 것을 기억해내라고 한다. 기억을 하게 되면 사형을 다시 집행해야하고, 기억하지 못하면 자아정체성이 훼손되는...앞으로 나아가지도 뒤로 갈수도 없는 이 상황에서 교도관들과 R은 R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그의 어린시절부터 되돌아보게된다.
되돌아보는 과정에서 민족간의 차별. 가난함에 대한 차별이 여실히 드러나게 되나 교도관이나 검찰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단지 형만 집행하면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R은 자신이 R임을 기억해내지 못한다. 또한, 살인자를 살인하는 것은 결국 그 집행하는 사람도 살인자가 아닌가 되묻는다. 또한, 형을 집행하는 국가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살인자를 사형에 처하면 그 역시 살인자. 그러면 이 살인자를 또 처형해야하고... 이 악순환을 막기 위해 국가라는 개념을 찾지만, 결국엔 형을 집행하는 것은 교도관이라는 사람일 뿐. 눈에 보이지 않는 국가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R에게 교도관들은 허둥댄다. 결국, 사형은 다시 집행된다...
화려한 볼거리는 없고, 약간의 지루하고, 일본 특유의 유머를 이해 못할 때도 있다. 하지만, '사형제도'와 '국가'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이 영화는 우리의 삶에 대해 진지한 성찰을 하게끔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