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드래곤을 길들이고 싶다....★★★★
매일같이 드래곤과 전쟁을 벌이는 바이킹 마을 버크섬. 드래곤을 잡아야만 남자로서, 투사로서 인정받는 이곳에서 족장의 아들 ‘히컵’은 허구한 날 사고만 쳐 마을 주민들의 웃음거리로 전락해 있다. 그러던 어느 날, 히컵은 자신이 개발한 무기를 사용해 아무도 보진 못했지만 최고로 사납다는 용 ‘나이트 퓨리어’를 잡게 된다. 용을 죽이려던 히컵은 목숨을 포기한 듯한 용의 눈빛을 보고는 살려 주게 되고, 이를 계기로 친구가 된 둘은 남모르게 우정을 나누게 된다. 그러나 용과 전쟁을 벌어야 하는 숙명을 안고 태어난 히컵은 자신의 운명과 우정 사이에서 갈등에 빠지게 된다.
일단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어보자. 친구 하나 없는 외로운 아이가 마음을 열고 대할 수 있는 친구를 만나게 된다. 그 친구는 사람일 수도 있고, 고래일 수도 있으며, 강아지나 또는 심지어 외계인 내지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그 무엇일 수도 있다. 아이는 새로 사귄 친구로 인해 외로움을 극복하고 성장해 간다. 그러다 그 친구에게 위기가 닥친다. 그 위기는 대체로 둘의 우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른들로(기성세대, 기존 사회 구조) 인해 발생하게 된다.
무슨 영화의 스토리인가? <ET> <프리 윌리> <워터호스> <마음이> 등등등. 거기에 <드래곤 길들이기>까지. 이 외에도 많은 성장 영화들이 기본적으로 동일한 구조로 되어 있다. 그러니깐 <드래곤 길들이기>의 스토리는 기본적으로 매우 관습적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대부분의 영화는 거슬러 올라가면 몇 개의 원전에 기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깐 이야기 구조가 관습적이라는 것 자체만으로 그 영화가 진부하다고 비판하는 건 자칫 경솔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사실 <드래곤 길들이기>는 관객 입장에선 드림웍스의 2010년도 기대작은 아니었다. 누가 뭐래도 <드래곤 길들이기>는 드림웍스의 대표 상품인 <슈렉 포에버>로 가는 일종의 징검다리 작품 정도로만 치부되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막상 개봉하고 보니 <드래곤 길들이기>는 기존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의 특징에 더불어 픽사의 전유물로 치부되던 감동까지 덧붙여져 드림웍스의 새로운 변화를 알리는 작품으로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먼저 <드래곤 길들이기>의 장점은 기술적 성취도라고 할 수 있다. 전문적인 분야라 잘은 모르겠지만, 이전에 봤었던 3D 영화는 사실 굳이 3D로 관람하지 않아도 별 문제 없는 작품들이었다. 게다가 3D로 관람하는 데 따르는 눈의 피로도 등의 문제는 쉽게 간과하기 힘든 단점이었다. 이런 점에서 <드래곤 길들이기>는 정말 대단한 작품이라고 할 만하다. 자연스러운 입체 효과는 <아바타>와 견줄만하고, 몇 차례 등장하는 액션 시퀀스들은 눈이 빙빙 돌아갈 만큼 장쾌하며, 특히 히컵이 투슬리스를 타고 하늘을 나는 장면은 눈이 시리도록 아름답기까지 하다.
기본적인 성장 드라마에 덧붙여져 어떤 특정 세력에 대한 적대감이 상당부분은 오해에 기반하고 있다는 영화의 기본 스토리는 진지하게 고민할 여지를 던져준다. 물론 남북한이 대립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선 특히 더욱 그러하겠지만, 이는 국가 대 국가의 대립이라는 큰 차원의 문제가 아닌 개인 대 개인의 관계에서도 그러하다.
이러한 차원의 진지한 문제가 아니더라도 고양이를 모델로 창조했다는 드래곤의 다양한 행동 양식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관객의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 안으며, 행복감을 불어 넣는 데 성공한다. 저런 드래곤이라면 누군들 길들이고 싶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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