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넘게 연락 두절된 아버지의 사망소식을 듣고 찾아간 외딴 마을, 타지인을 극도로 꺼리는 이 마을에 왠지모를 구린내가 나지만 유해국은 그 마을에 정착을 하게 되고 이 마을에서 엄청난 진실을 마주친다.
내용에서도 보면 알겠지만 그동안 웹툰에선 보지 못했던 독특한 컬러와 웃음기 하나도 없이 중독성있게 밀고 나가는 묵직한 스토리라인은 단숨에 조회수 3천만이라는 어마어마한 수치를 기록하였고 강풀의 작품들처럼 마찬가지로 영화화에 바로 착수가 되었다.
여기서 원작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하나같이 딜레마에 빠지는데, 하나는 누구나 아는 내용을 각색했을때 오는 반감을 어떻게 최대한 줄일것인가의 문제와 원작의 분위기에 맞추어서 자신의 색깔을 낼수 있느냐는 거다.
거기에 반지의 제왕은 절대걸작 반열에 들어섰으며 해리포터는 적어도 3편까지는 이 두가지의 조건에 다 충족했었다.
이영화의 감독이 강우석이라고 했을때 고개를 갸우뚱했던 이유도 바로 이런점에 있다. 왜냐하면 강우석감독은 투캅스,공공적으로 대표되는 코믹전문 감독이다.영악하게 코미디와 사회 풍자적인 요소, 혹은 스릴러 요소를 담아서 흥행에 성공하였고 신파라는걸 최대한 극대화 시켜서 대한민국 관객 첫 천만돌파라는 엄청난 기록도 세웠다.
과연 그가 한번도 해보지 못한 장르에 성공할것인가? 그것도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인데?
하지만 그에겐 꿈이 있었으니 바로 정통 스릴러였다. '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에서 꿈꿔오던것..
늘 자신이 항상 말해왔던 사회성을 가미 시킬수 있는 스릴러. 그에겐 어쩌면 이끼는 반드시 선택했어야 했던 작품이었을지도 모른다.
<최종원이 제일 적합하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했지만 정재영이야 말로 적합한 인물이었다.>
결국 그의 꿈을 이루게 할수 있는 실력이 컸는지 아님 원작이 컸는지의 문제였는데 이작품은 원작이 너무 컸다.
배우들의 연기를 최고로 끌어오르게 하는 강우석의 힘은 이영화에서도 나타나며 (정재영은 미스 캐스팅이 아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주인공들의 복잡한 기억을 효과적인 각색으로 기-승 -전-결이 딱딱 떨어지게끔 만들었다.
거기다가 2시간 반이라는 어떻게 보면 흥행에 부담스러운 러닝타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영화는 놀라운 흡입력을 가지며 묵직하게 나아간다. 그리고 중간 중간 강우석표 개그도 선보이며 호흡을 거를줄도 안다.
또 한가지 강우석이 흥미롭게 보여주는것은 원작에서도 그리 큰 비중이 없었던 여자 캐릭터인 영지의 변화이다.
그간 여성을 제대로 표현해 내지 못했던 그의 전작과 비교하면 매우 창조적이며 능동적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실제적으로 이 이야기의 중심 축으로 비춰진다.
하지만 문제는 원작의 의미를 제대로 반영해 내지 못했다는거다. 아무리 효과적으로 각색했다 할지라도
원작이 가지고 있는 이끼의 방대한 의미가 단순히 조용히 지내는 것으로 후퇴해 버렸고, 사람들의 기억들 사이속에 마을의 탄생과 아버지의 죽음을 추적해 나가면서 이끼가 말하고자 했던 구원과 복수 그리고 이기심이라는 주제는 그저 아버지를 죽인 범인 찾기에 힌트로만 묘사가 되어있다. 그러다 보니 이야기는 단순한데서 괜스레 폼을 잡는 꼴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결국 원작과 차별화를 시도한 감칠맛 나는 결말도 ,그의 변신도 결국에는 반쪽짜리가 되었다. 차라리 이작품이 원작이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영화 보는 내내 수많은 원작 팬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던 유력한 감독후보인 봉준호가 그리워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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