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터와는 다르게 7월 14일 개봉
하나의 생각을 표현한다는 것은 정말 어렵다. 말이든 글이든 그것은 내 머릿속의 생각을 실체화 시키는 한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내 느낌이나 생각, 그 추상적인 것들을 실체화 하기 위해서는 많은 어려움이 따르고 노력이 따른다. 영화 <이끼>의 원작은 다음 웹툰의 '이끼'에 두고 있다. 이미 작가가 구상한 하나의 생각들을 만화를 통해 실체화 시키고 그리고 그것이 영화로 제작된 것이다. 그 과정에 있어서 매체와 매체 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고, 필연적으로 수정되어야 할 부분이 있을 것이다. 또한, 원작을 그대로 옮기는 데 의미를 둔 것이 아니라면-굳이 똑같다면 영화를 봐야할까?- 원작과는 또 다른 맛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기대만큼은 아니지만(기대가 워낙 컷다) <이끼> 볼만 하다!
웹툰 '이끼'나 영화 <이끼>의 이야기 스케일은 꽤나 방대하다. 원작 '이끼'가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 받았고 그 의미 해석을 위해 많은 네티즌이 관심을 쏟은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 거대한-피라미드 같은-이야기의 주춧돌이 잘못 되었다는 생각을 원작을 읽는 내내 떨칠 수 없었다. 또한 그런 잘못을 영화가 얼마나 수정 보완해 낼 수 있을 지 기대감에 들뜬 채 영화관을 찾았다. 결과적으로 어느 정도 보완을 되었다. 하지만 치밀하고 거대한 스토리일 수록 그 기초가 중요해야 하는 법. 살짝만 건들여도 무너질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이 주관적인 생각이다.
영화 개봉 전 웹툰 '이끼'를 두 번 보고 영화관을 찾았다. 나름 원작을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영화에 대한 기대 또한 클 수밖에 없었다. 개봉 전부터 강우석 사단의 <이끼>는 큰 관심을 받았기 때문에 미리 원작을 읽은 관객들이 많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원작 '이끼'를 읽을 것을 권한다. 원작과는 다른 부분이 꽤 존재하고, 원작에 비해 영화가 정교함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영화에서 한 컷 한 컷 모두 존재하는 이유가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한정된 것이 웹툰이다. 정지된 한 장의 그림으로 모든 것을 이야기한다? 그것 참 심오하다. 그런 부분에서 영화가 놓친 컷들과 그것들이 뭉쳐낸 이야기들을 놓친 것은 상당히 아쉬운 점이다. 영화의 러닝 타임만 보아도 그 치밀한 이야기들을 다 담아 내기에 버거웠으리라 짐작된다.
또한 영화 개봉 전부터 캐스팅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그런데 왜 우려하는 지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캐스팅 정말 무난하게 했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고?
1. 류해국(주인공 - 박해일)
이분이 바로 박해일씨다. <극락도 살인 사건>을 통해 어느 정도 비밀 파헤치는 연기(?)에 대한 인증을 마치셨다. 사실 이번 <이끼>의 주인공역으로 정말 손색 없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사실 캐스팅 논란도 이 분 때문은 아닐 것이다.
2. 천용덕(마을 이장 - 정재영)
아마 캐스팅에서 가장 논란이 된 건 정재영의 역활 때문은 아니었을까? 창창하게 젊은 배우에게-그것도 정재영을-70대 노인역을 맡기니 말이다. 사실 어떤 영화 전문 기자 또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그건 원작 '이끼'를 보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다. 극 중 천용덕 이장은 그저 늙은이가 아니다. 이장의 카리스마와 발산되는 에너지는 정말 정재영 정도 되는 배우여야 한다.
3. 박민욱 (검사 - 유준상)
극중 류해국 때문에 좌초되지만 류해국을 돕는 역할이다. 이 역할에 유준상이라는 배우는 적제적소의 배치라고 생각한다. 근데 오히려 그게 더 재미 없어질 뻔했다. 가끔은 안경을 집어 던지고 이빨을 한 번 뿌득 갈아 주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4. 그 외의 주옥 같은 캐릭터들은. 직접 극장에서 만나 보시길 :D
꽤나 긴 러닝 타임에 불구하고 나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영화를 볼 수 있었다.(2시간 30분 가량) 물론 보완된 부분과 잘 짜여진 내러티브는 칭찬 받아 마땅하다.(그것은 극장에서 직접 확인 하시길^^) 하지만 10가지 잘 한 것보다 한 가지 잘못한 것이 눈에 가시처럼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가장 아쉬웠던 점은... 바로 정재영의 연기다.
내가 이해한 극중 천용덕 이장과 정재영이 연기한 이장은 크게 다르다. '이끼'는 치밀한 이야기 구성만이 뛰어난 만화가 아니다. 바로 이장의 카리스마다. 정재영 연기의 가장 큰 실수는 웃어야할 부분에서 웃지 않은 것이다. 나는 정재영이 캐스팅된 것을 알았을 때 충분히 역할에 맞는 웃음을 터트릴 줄 알았다. 가장 비열해야하고 폭력적인 순간에 이장의 웃음을 말이다. (영화보고 원작 '이끼'를 보시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능할 것입니다.)
두 번째, 캐릭터들.
절사된 이야기가 너무 많다. 2시간 30분에 달하는 긴 러닝 타임이었지만, 방대한 이야기를 전부 담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박민욱 검사와 마을 사람들은 제 각기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박민욱의 좌초기는 짤막히 넘어갈 뿐더러 훈훈(?)한 엔딩은 이게 뭐지?라는 생각을 일으킨다.(원작의 주제와 전혀 빗나가고 있다.)
마을 주민들 또한 숨겨진 그들의 과거가 존재한다. 하지만 부분적이고 원작과는 다른 설정으로 바뀐다. 이야기 되지 않은 부분 또한 매우 많다.(꽤나 아쉬운 부분들이다 원작에서는 류씨의 월남전 이야기까지 나온다.)
영화 <이끼>는 원작 '이끼'와 시작부터 달랐다. 원작에서 등장하는 다수의 플래쉬백이 영화에서 똑같이 구성될까하는 노파심이 있었지만 영화에 와서는 이야기를 비교적 잘 풀어논 셈이다. 하지만 절사된 플래쉬백들로 인해 주변의 이야기들을 안고 가지 못한 것이 이내 아쉽다. 또한 시작부터 달랐으니 그 이야기가 틀어질 수밖에 없지만 공든 탑이니 쉽게 무너질 이야기 구성은 아니다. 2시간 30분이라는 시간동안 시간이 그렇게 흐른지 느끼지 못했다. 적어도 킬링 타임은 되었다는 소리. 최소 재미는 있다는 이야기다.(이미 내용을 다 알아서 그런지, 원작과 계속 오버랩이 되었다.)
애착이 가는만큼 혹평을 했지만, 적어도 나는 <이끼>를 보러 한 번은 더 상영관을 찾을 것 같다.
원작 웹툰 '이끼'의 주소 ↓ (※ 영화를 보고 원작을 보는 것을 권합니다. 먼저 보면 재미없어요!)
http://cartoon.media.daum.net/series/list/ik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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