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세월과 상관없이 언제나 소녀의 마음으로 사랑을 꿈꾸는 여자들을 위한 로맨스가 환타지와 절묘하게 어울어져 이제는 하나의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잡아 신드롬이 되어버린 영화. 경이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거듭되는 흥행의 순항은 이번 작품에도 이어질까...
"대세는 환타지 거기에 애절한 로맨스"
바야흐로 대세는 환타지다. 환타지 소설로 명성을 얻은 작품은 거의 모두 영화로 옮겨져 자웅을 겨루며 서로 최고가 되려는 야망을 감추지 않는다. 그 중 '환타지 = 해리포터'로 대변되던 공식은 조금씩 해리포터가 예전만큼의 힘을 갖지 못하자 서로가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좀 더 자극적이고 강렬한 무기를 뽐내며 난립하는 양상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그런 어지러운 상황도 잠시, 스테파니 메이어의 동명 작품인 영화는 더 이상의 난립을 허락하지 않고 정리된 듯 하다.
천만부를 넘어 1억부를 넘어서는 놀라운 판매를 기록중인 그녀가 만들어 낸 사랑 이야기에 팬들은 4편의 시리즈를 모두 읽기 위해 긴밤을 지새우는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트와일라잇>, <뉴문>, <이클립스>, <브레이킹 던>으로 이어진 4부작 환타지 로맨스인 원작은 인간의 사랑으로 느낄 수 없는 이색적이고 독특한 틈새을 매워가며 여성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게 되고 여성 감독 특유의 감성적인 면을 잘 살린 연출을 통해 <트와일라잇>이 대성공으로 이어저 영화에서도 순조로운 흥행 항해를 시작한다.
일부 국가의 소녀들에게 사랑을 받을 것이란 비평가들의 예상을 깨고 전세계적으로 그들의 사랑에 열광하게 만든 <트와일라잇>은 지금까지의 벰파이어에 대한 선입견을 완전히 바꾼 새로운 에드워드와 평범한 인간인 벨라의 애절한 사랑과 그들의 사랑을 위협하는 늑대 인간 제이콥의 등장으로 삼각 로맨스의 전형을 보인다. 새벽 동이 트며 찬란하게 떠오르 에드워드가 주된 이야기의 중심인 <트와일라잇>, 새롭게 등장하는 인물 의미하며 달을 상징하는 늑대 인간인 제이콥의 이야기인 <뉴문> 그리고 이번 <이클립스>는 달이 해를 가린 모양처럼 벨라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스토리를 이어가며 각자가 한 편씩 자신의 이야기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독창적인 흐름을 이어간다.
"로버트 패틴슨으로 완성된 그들의 로맨스"
1억부라는 경이적인 판매를 기록하고 있는 원작을 영화로 옮겼다는 점도 성공의 요인이겠지만 이 영화의 시리즈를 사랑하는 관객들에게는 배우가 가진 마법과 같은 힘도 절대 무시할 수 없어 보인다. 로버터 패틴슨을 필두로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테일로 로트너라는 배우들의 위용은 화려한 초특급 할리웃 스타들의 출연 못지않은 무게감을 가진다. 특히 로버트 패틴슨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듯 하다.
<해리포터>시리즈에서 주목받았던 그가 <트와일라잇>에서 배역과 하나된 에드워드로의 등장은 작품의 완성도와는 별도로 그를 보고, 그가 하는 사랑을 보기 위해 극장으로 모여들게 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지지하는 로버트 패틴슨을 향한 애정도 그의 다른 작품들의 냉담한 평가를 보면 로버트 패틴슨은 오직 트와일라잇 시리즈에서의 모습일 때만 사랑할 수 밖에 없다는 공식을 유도한다.
그런 이유로 <뉴문>이 전편을 능가하는 인기를 모았지만 많은 관객들에게 악평을 감내해야 했던 이유는 로버트 패틴슨이 거의 등장하지 않았다는 점을 꼽는다. 이야기 흐름상 어쩔 수 없는 과정이었을 지 모르지만 에드워드의 빈자리를 1편에서 어리고 여리게만 보였던 테일러 로트너가 근육질 몸매로 매꿔보려 했지만 역시 트와일라잇은 로버트 패틴슨의 로맨스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시킬 뿐이었다.
"최강의 대결"
환타지 액션으로 생각한 남자들이 <트와일라잇>을 보고 많은 실망을 한 반면 여자들은 지금껏 기다려 온 하이틴 로맨스의 절정을 만끽했다. 그리고 이어진 시리즈부터 남자들도 이들의 이야기에 눈높이를 맞추며 로맨스를 보았지만 <뉴문>은 액션조차도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다. 별다른 충돌과 갈등이 없이 로맨스에만 치우친 이야기이기에 피할 수 없는 결과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 막강한 볼투리가가 등장했고 제임스를 잃고 하염없이 복수에 칼을 가는 빅토리아를 잊지 않게 만들었다.
그 중 먼저 <이클립스>는 빅토리아를 중심으로 결성된 새로운 벰파이어 집단과 에드워드를 중심으로 한 벰파이어 가족인 컬렌가와 제이콥을 중심으로 한 늑대인간 퀼렛족이 임시로 협력하여 궁극의 대결을 펼친다. 가장 사악하고 강력하며 잔인하기까지 한 그들은 볼투리가의 묵인아래 컬렌가를 위협하는 절대악으로 등장하며 전편과 확 달라진 액션을 기대하게 만든다.
그런 기대감으로 시작한 <이클립스>는 단순히 로맨스만을 이야기하지 않을 것을 암시하듯 영화 초반부부터 신종 벰파이어에게 누군가가 살해당하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그들의 막강한 힘은 벨라와 컬렌가에게 위협이 되기에 충분히 강력하기에 늑대인간은 그들을 협력하며 조금씩 치열한 결전의 기대감을 높인다. 그런 기대치에 부응하는 화려하고 강렬한 전투는 이전까지의 액션에 아쉬움을 달래주기에 충분하다. 분량의 아쉬움이 남기는 하지만 질적인 면으로는 만족할만하다. 이렇게 확언히 달라진 액션의 비결은 새롭게 연출을 맡은 데이빗 슬레이드가 <30 데이즈 오브 나이트>, <하드 캔디>처럼 처절하고 잔혹한 액션이 가득한 영화를 즐겨 만들었던 감독이기 때문이리라.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전투장면은 애절한 로맨스만큼이나 이번 작품의 백미이다.
그리고 <이클립스>의 광고 카피인 '최강의 대결'에는 신종 벰파이어와의 대결을 외에 또 다른 대결도 숨어있다. 바로 에드워드와 제이콥의 대결이다. 전작의 카리스마를 모두 버리고 오로지 그녀만을 위해 결혼해 달라고 조르는 에드워드는 여전히 그녀만을 위한 사랑으로 그녀의 선택을 기다린다. 그에 반해 육감적인 근율질의 모습으로 전형적인 짐승남인 제이콥은 혼란스러운 그녀 마음을 흔들며 따듯한 인간의 피가 흐르는 자신을 선택해 달라고 애원한다. 이들의 로맨스 대결은 안전을 위해 산 정상으로 피신한 그녀의 몸을 녹여주기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애드워드에 비해 자신의 따듯한 피로 그녀의 몸을 녹여주는 장면처럼 이미 결정이 된 사랑이 아닌 아직 이들의 사랑은 끝나지않았음을 보이며 한 여자를 사랑하는 두 남자의 대결이라는 또 다른 최강의 대결 구도를 만든다.
"꿈꾸는 사랑을 위한 로맨스"
누구를 선택해야할 지 부럽기만한 벨라의 로맨스는 마치 자신으로 투영되며 꿈꾸는 여심으로 인해 시리즈는 흥행을 거듭하고 있다. 첫 등장의 강렬하고 화려한 애드워드는 조금씩 나이에 밀려 오히려 제이콥의 성숙한 근육질의 모습이 좀 더 점수를 받는 듯한 아이러니가 연출되는 또 다른 재미를 주는 시리즈는 아제 <브레이킹 던>이라는 마지막 페이지를 남겨둔다. 이번 작품의 결말에 자신의 흔들린 사랑을 결정 내린 듯한 모습을 보인 이들의 로맨스는 어떤 결말을 맺을 지 궁금하다.
자신이 사랑한 남자로부터 배신당해 벰파이어가 된 로잘리가 들려주는 조언 속에는 더이상 그녀가 인간으로 누리고 싶었던 행복을 갖을 수 없다는 후회를 담고 있고 벰파이어로 변하면 결국 사랑보다 피를 원하게 된다는 경험도 상기시키며 벨라가 벰파이어로 변하면 에드워드와 꿈꾸는 사랑만 있지 않을 것을 암시한다.
<나잇 & 데이> 예고편에 나와 본 영화 어딘가에 등장할 거란 기대를 무참히 밟힌 아쉬움을 조금이나 달래 준 뮤즈의 'Neutron Star Collision'이 영화의 파티 배경음악으로 등장했지만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들의 로맨틱한 장면에 아름다운 배경음악으로 연주되기를 바랬는데... 하긴 1,2편에서 빅토리아를 연기한 레이첼 르페브르에 비하면 그리 아쉬울 것도 없다. 그 전까지 제대로 얼굴 비추지 못하던 그녀가 이번 작품에서는 드디어 전면에 모습을 드러내며 존재감을 높이려는 찰라에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로 바뀌었으니까... 이유는 잘 모르지만 비중이 높아진 빅토리아에 보다 예쁜 여배우가 어울렸기에 교체되었을 지 모른다는 엉뚱한 상상을 해 보면 어쨌거나 꿈꾸는 로맨스를 위해서 여자는 예뻐야 한다는 결론으로 여인들이 좌절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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