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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 원작과의 차별화는 확실히 성공한 영화 이끼
shin424 2010-07-16 오후 10:58:36 2081   [0]

 

 

 개인적으로 (알 수 없는 이유로) 만화를 참 싫어합니다. 아마도 대부분 유치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런 것 같은데...(이상하게도 유치한 건 별로 안 좋아하는지라...) 그런 저에게 웹툰 이끼는 그야말로 컬쳐 쇼크 비슷한 걸 안겨주었습니다. 세상에나... 만화나 웹툰 이런 거에 선입견을 가지고 있지만, 이건 정말 보면서 충격을 금치 못했습니다. 중간에 너무 질질 끄는 것 같다는 것과, 결말을 너무 쉽게 맺은 것 같다는 점이 약간은 아쉬웠지만 그래도 정말 대단한 작품이었습니다. 거의 매 장면마다 살갖을 파고 드는 듯한 무서움이 엄습해왔고, 끝까지 보면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소름이 돋았으며, 이장과 마을의 과거사 이야기에서는 머리가 아찔해저버렸고, (그래봐야 만화(?)인데) 사회, 정치, 종교, 인간의 선과 악, 구원 등등...(심지어는 전쟁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까지..) 많은 메시지와 주제를, 그것도 이토록 경이로울 정도로 대단한 이야기에 정말 자연스럽게 융합시켜버렸으니... 그야말로 만화에 대해 제가 가지고 있는 모든 선입견을 완전히 파괴시킨 작품이었습니다. 

 

 

 웹툰을 보고 나서... 이건 어떤 감독이 만들던지 간에 잘 만들 확률보다는 산산조각 날 확률이 더 크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무리 봉준호 감독처럼 정말 훌륭한 감독이 만든다고 해도(근데 강우석 감독이 만든다고 했으니 정말... 웹툰 보기 전과 보고 난 후에 영화 보기 전까지... 여전히... 이건 아니잖아라는 생각이 사라지질 않더군요..), 이야기 자체가 상당히 영화적인 이야기라고 해도, 너무나도 방대하고 복잡하게 얽혀있는 이런 이야기를 완전하게 영화화 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생각 밖에 안 들었습니다. 그래서 영화 보기 전에 한 가지 결단을 했죠. 잘 되었든 못 되었던지 간에 원작과의 비교는 무의미하다는 것과 어디까지나 영화는 원작과는 별개로 생각해야겠다는 걸 말이죠.

 

 

 그러고 나서 본 영화 <이끼>는... 예상보다는 괜찮았던 영화였던 것 같습니다.. 물론 원작을 읽지 않고 봤더라면 더 좋았으리라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고, 원작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계신 분들에게는 관람을 적극 추천하고 싶은 영화도 아니고, 원작에 비해서, 그리고 원작의 영향 아래에서 보면 불만 사항이 폭주하는 영화이긴 합니다, 그렇지만, 원작을 넘을 수 없다면 원작과는 달라야 한다는 감독의 말처럼, 원작과의 차별화에는 확실히 성공한 것처럼 보입니다.

 

 

 

 

 줄거리는 생략하고.. 일단 든 생각이 주제 의식이 너무나도 단순해졌다는 겁니다. 일단 원작에서 다루는 범위가 넓기에 읽으신 분들마다 메시지나 원작에서 던지는 질문에 대해선 각자 다 다르게 받아들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일단 전 인간이 죄와 악을 낳고, 그러한 죄와 악은 또 다른 죄를 잉태하여, 인간들은 그러한 죄로부터 구원받고 싶어하고, 그러기 위해서 지어진 사회, 어떻게 보면 악이나 온갖 불신과 부패, 더러움으로 가득한 것 같은, 이러한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추잡하고 부패한 이끼 같은, 이끼스러운 내면과 본성을 지닌 우리들이 과연 구원을 통해서(꼭 구원 만은 아니더라도) 이러한 죄악과 개인적, 사회적 악의 굴레 속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 그러한 우리들의 내면의 이끼스러움이 어떻게 파괴되는가. 이런 식으로 받아들였는데... 글쎼요... 여기에도 물론 선과 악, 그리고 그 모호함에 대해서,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고민할 만한 부분은 있지만, 뭐랄까.. 원작 만큼으로 깊이 있거나 묵직하게 다가오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원작에 비해 영화가 너무 가볍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인물간의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인간 군상의 파노라마 같았던 이야기가 단순히 누가, 왜, 어떤 일이 있었는가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고만 하는 단순한 이야기로 변한 것도 많이 아쉬웠습니다. 사실, 원작의 이야기 자체로는 누가,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게 그렇게까지 어렵지는 않습니다.(영화에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어떻게보면 약간은 생뚱맞기까지한 결말로 한 바퀴 꼬아놓긴했지요...) 오히려 원작은 외적으로 드러나는 사실보다도 이야기에서 우러져나오는 분위기, 그리고 이야기 속에 깊게 담겨진 그 이면이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 이야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영화는 전형적이게도 내적인 것보다는 외적인 사실을 찾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방향 설정을 이렇게 하다보니 긴 시간 동안 이야기는 탄탄한 것처럼 보여도 정확하게 보면(그니까.. 대략 원작을 읽은 후의 시각에서 보면) 디테일하지 못합니다. 필요 없는 부분에서 잔가지를 너무 많이 치고, 오히려 더 거창하게, 시간을 들여서 만들었으면 좋았을 장면들은 (가장 대표적으로 기도원 장면이 저한테는 그랬어요) 오히려 너무 단순하게 다루었다는 생각도 듭니다.(너무나도 친절하다고 할 정도로 빈번하게 나타나는 회상이나 공공의 적을 연상시키는 지나친 설명조의 (완벽하게 늘어지는) 후반부는 영화로 옮겨오면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하면서 넘어갈렵니다.)

 

 

 영화는 여전히 강우석스러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약간은 불만이었습니다. 가장 짜증났었던 부분은 역시 코미디였습니다. 물론 적당한 유머는 좋지요. 몇몇 유머는 확실하게 웃기고 적절한 타이밍을 지킵니다. 그러나 이 영화의 장르나 분위기, 이야기 등을 생각헤보면 유머를 사용함에 있어서도 지켜야 할 선이 분명히 있었을텐데, 영화는 중반부를 넘어가기 전에 이 선을 넘어간 걸로도 모자랐는지 아예 그 선을 파괴시켜 버립니다.(강우석 감독이 왜 이 부분에서 이러한 코미디가 관객에게 안 먹힌다면 망한 것이다라고 생각했는지 전혀 모르겠어요.) 누군가 이걸 서스펜스가 전혀 없는 농촌 코미디로 묘사를 했던데 그런 최악의 상태는 면했지만 필요 이상으로 너무나도 많은 코미디와 유머를 집어넣어서 종종 심각한 분위기를 잡아먹습니다. 몇몇 장면에서는 정말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황당하기 그지없고, 원작에서 무게감 있는 캐릭터가 단순한 코미디를 위해 희생당하는 경우마저 생깁니다.(박민욱 검사를 그저 유머러스한 캐릭터로 쓰고 나서 갑자기 정의감 넘치는 검사로 바꿔놓은 것만 봐도... ) 너무 코믹했다는 것 말고도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사용된 배경 음악도 귀에 거슬렸구요.(적절했다면 더 좋았을텐데...)

 

 

 

 

 이렇게까지 말하고 나니까... 이 영화에 대해 뭐가 좋았냐고요? 단순화, 방향의 변화, 유머... 원작을 이렇게 영화화시킴으로서 감독이 얻은 건 대중성과 활력입니다. 원작의 이야기에서 나오는 힘이 영화에는 절반 밖에 되지 않지만 원작을 본 상태에서 봤음에도 불구하고 2시간 40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의자에 앉아있느라 엉덩이가 아팠을지언정)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았다는 점은, 정말 대단하다고 말하고 싶은 부분입니다.(이것만으로도 감독이 영화를 찍으면서 많이 고민했다는 흔적은 충분히 볼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영화에서 전혀 강우석스럽지 않았던 몇 안 되는 부분이었던) 힘 있는 오프닝에서 이야기가 지닌 비밀의 절반을 풀어버렸음에도 불구하고, 흥미로움을 떨어뜨리지 않고 끝까지 힘있게 진행시켰다는 것, 그리고 여전히 과도하지만 강우석 감독의 이전 영화에 비해서 완력 조절이 뛰어나고 감독의 통제를 벗어나지도 않았다는 것도 충분히 좋았습니다.(이렇게 보면 강우석 감독의 최고작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원작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마을 세트도 좋았고, 마을 사람이 첫 번째로 죽는 장면에서는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지 알면서도 느껴졌던 서스펜스가 정말 대단했습니다.

 

 

 

 

 그래도 역시 산산조각 날 뻔했던 영화가 살아날 수 있었던 것은 어디까지나 배우들의 힘입니다. 처음에는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를 할 수 없었던 이장 역의 정재영은 미스캐스팅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습니다. 비록 전혀 노인같지 않았다는 말도 있지만, 여기에서 그가 보여준 모습은 지금까지의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뛰어난 연기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가 끝나기 전까지 계속 힘 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박해일은 원작의 유해국과 싱크로율이 100%였으니 더 할 말은 없구요. 가장 뛰어났던 것은 김덕천 역의 유해진이었습니다. 이 영화에서 너무나도 지나쳤던 유머가 그래도 조금이나마 먹힐 수 있었던 것은 어디까지나 그의 공이 가장 큽니다. 그의 발작 장면은 장면 자체로만 보면 정말 이상했던 배경 음악과 전혀 쌩뚱맞은 타이밍에 나온 정말 어처구니없는 장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실제와 같은 그의 발작 연기로 인해 자연스럽게 넘어가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의 최종 승자가 되어버린 영지 역의 유션 역시 적은 분량에서도 큰 존재감을 나타내었고, 이외에도 김상호와 김준배 역시 극의 어두컴컴한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결정적인 역활을 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끼는 강우석스럽지 않은 부분이 좋았고, 강우석스러운 부분은 정말 아숴웠던, 감독보다는 배우의 힘이 더 컸던 영화입니다. 영화 자체에 불만스러움은 많지만 강우석 감독도 자신의 이전 작품과는 다른 변화를 주려고 했고 이 점에서는 어느 정도는 성공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원작을 완벽하게 다른 방향으로 만들어가면서 차별화를 시키는 과정에서 지루하지 않도록, (대부분의 원작 광팬들한테는 해당되지 않을 것 같지만) 대중의 입맛에 딱 맞는 영화로 만드는데 성공했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괜찮았던 영화였습니다. 

 

 

p.s

 

 

1. 그래도 전 감독이 원작을 가지고 이렇게 단순하고 대중적인 코믹 스릴러로 만들 필요는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원작의 분위기 자체를 그대로 살리는 게 더 나았을 거 같아요. 물론 원작과의 차별화도 나쁘지는 않죠. 그래도 굳이 이런 방식으로 차별화를 시킨 건, 원작의 광팬들에게는 원작에 대한 모욕이라는 생각이 들 것 같습니다. 차라리 이런 느낌보다는 이 영화에서의 코믹한 요소를 80% 정도 빼 버리고 필요 없는 군살을 다 뺴버리고 2시간 20분 정도로 해서 이보다 더 지독한 서스펜스 스릴러로 만들어버렸으면 훨씬 더 대단한 작품이 되었으리라는 아쉬움은 크게 남습니다.

 

2. 영화 보기 전에 보지 말았어야했지만 이거 장난 아님이라는 친구의 말을 듣고 나서 영화 보기 며칠 전에 원작을 봐 버렸는데 조금만 참았다가 영화 보고 나서 웹툰을 볼 껄 하는 후회가 생기긴 했습니다. 이 영화 보실 분들에게는 원작을 읽지 말고 보시기를 적극 추천해드리는 바입니다.(물론 원작을 이미 보셨다면... 어쩔 수 없지요...)

 

 

3. 인셉션과 개봉을 같이 안 한 것이 정말 다행스러운 것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끼와 인셉션이 둘 다 공개되기 전에는 이끼가 인간의 작품이라면 인셉션은 신의 작품이 될 것이라고 비교한 이야기마저 나온 걸 보면요.

 

 

4. 이해가 안 되는 거 한 가지. 원작에서는 전혀 안 웃겼던(오히려 살벌한 분위기였던) 대사들이 영화에서 그대로 나올 때는 왜 웃겼던 걸까요...??


(총 0명 참여)
soja18
잘읽었어요   
2010-07-22 15:20
snc1228y
감사   
2010-07-18 21:56
dhrtns0616
잘봤어요   
2010-07-18 02:14
kooshu
thank you   
2010-07-17 10:46
smc1220
대단해요   
2010-07-17 10:29
hooper
감사   
2010-07-17 10:27
boksh2
감사   
2010-07-17 10:16
1


이끼(2010, M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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