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냥 즐기자....★★★
우연찮게 만나게 된 남자가 쫓기는 비밀 첩보원이고, 이 남자가 정의의 편인지, 악당인지는 애매모호하다. 뛰어난 살인 기술을 가지고 있는 남자는 자신이 누명을 쓰고 쫓기는 중이라고 여자에게 말한다. 어쨌거나 여자는 남자 때문에 죽음의 고비를 몇 차례 넘기게 되면서 잠깐 동안 의심하게 되지만, 결국 둘은 사랑에 빠진다.
<나잇 & 데이>의 시놉시스를 읽어보면 상당히 익숙한 이야기임을 알 수 있다. 이거 혹시 <본 아이덴티티> 시놉시스 아닌가? 어디선가 <나잇 & 데이>를 <본 아이덴티티>의 로맨틱 코미디 버전이라고 소개했던데 크게 틀린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본 아이덴티티>에서 진지함이나 치열함을 깨끗이 제거하고 유머를 한 스푼 첨가하면 분명 <나잇 & 데이>와 가까울 것이기 때문이다.
막상 영화를 보면, <본 아이덴티티> 말고도 수많은 영화들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트루 라이즈> <미션 임파서블>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 <미녀 삼총사> 등등등. 이처럼 이 영화는 일종의 헐리웃 프렌차이즈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찌 보면 거의 똑같은 이야기를 배우들만 살짝 변주해 마치 신상처럼 내놓는 헐리웃의 뻔뻔함에 기가 차다가도 어쨌거나 오락적으로 충분히 흥미롭고 재밌는 영화를 내 놓는 그들의 능력(?)엔 놀라게 된다. 관객들이 별다른 고민 없이 유쾌하게 즐길만한 영화의 설계도를 가지고 있고 최소한 손해 보는 장사를 하지 않는다는 건 우리 영화계로서는 아직 도달하지 못한 지점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나잇 & 데이>는 전형적인 킬링 타임 오락 액션 영화로서 보는 내내 잠시의 지루함도 허용하지 않고 전 세계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관객의 눈과 귀를 즐겁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이런 오락적 재미를 부여하는 가장 큰 힘은 뭐니 뭐니 해도 톰 크루즈, 카메론 디아즈라는 걸출한 두 배우의 조화에 있다. <바닐라 스카이> 이후 오랜만에 한 영화에 동반 출연하는 두 배우의 표정엔 즐기는 티가 역력하다. 본인들이 즐겁게 연기하는 모습은 보는 관객에게도 전이되어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만드는 힘이 있다. 불가능할 것 같은 상황에서의 탈출 장면을 한 배우의 기절을 이유로 은근슬쩍 빠져나가는 잔재주도 과히 얄밉지 않고, 뻔히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흘러감에도 불구하고(설마 친절한 톰 아저씨가 악당일 리가 있겠어) 영화가 제공하는 재미는 그런 단점을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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