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잇&데이]의 포스터나 트레일러를 봤다면 가장 먼저 연상되는 영화는 [미스터앤미세스스미스]가 아닐까싶다. 하지만 이 영화는 [미션임파서블]의 플롯을 그대로 옮기면서 좀 더 가벼운 재미를 선사해주는 코믹액션극이다. 특히 캐머런 디아즈(준 헤이븐스분扮)가 잘츠부릇에서 톰 크루즈(로이 밀러扮)를 미행하는 장면은 [미션임파서블]의 대사관 파티 미행씬과 너무도 닮아 있다. 염두에 두고 오마쥬를 한 것은 아닌지 제임스 맨골드 감독에게 묻고 싶을 정도다. 물론 콤비 플레이 면에서는 [미스터앤미세스스미스]가 단번에 떠오른다. 그 밖에 무적의 생존능력은 [다이하드]시리즈를, 편집과 촬영은 [007...]시리즈를, 유머감각은 [인디아나존스]시리즈를, 특정 씬은 히치콕의 영화까지 오버랩 시킨다. 이토록 유사한 장르의 다양한 영화들이 겹쳐지는 이유는 [나잇&데이]가 TV프로그램 <무한도전>의 매력과 닮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현란한 CG와 특수효과가 난무하는 디지털 파워 속에서 오롯이 퓨전 아날로그 파워를 고수하고 있으니 말이다. 영화는 굉장히 능청스럽게 전개된다. 캐릭터도 그러하거니와 연출 역시 못지않다. 그래서 [나잇&데이]는 상투적인 첩보액션 스토리에 적절한 액션쾌감을 안겨주면서도 스멀스멀 예능본능을 감추지 못한다. 어쩌겠는가? 웃기고 싶다는데, 그래도 첩보액션물의 재미는 충분히 선사하지 않는가!
이 영화의 화제 가십거리는 배우들도 한 몫 한다. 한 시대의 청춘 아이콘이었던 톰 크루즈와 캐머런 디아즈의 쿨한 액션이 [나잇&데이]에서 조우한다. 근래의 액션연기로 볼 때, 톰 크루즈는 [미션임파서블3](2006), 캐머런 디아즈는 [미녀삼총사2](2003)다. 안타까운 것은 세월의 흔적을 무시할 수 없음이다. 그나마 톰 크루즈는 영화 속 캐릭터 덕을 톡톡히 보고 있기 때문에 그 매력이 크게 떨어지지 않지만, 캐머런 디아즈는 다소 안습이다. 여전히 시원시원한 미소와 비키니 라인을 뽐낸다 하지만 뭔가 안쓰러운 이 마음을 어찌할꼬! 그래도 두 배우 모두 이 영화를 위해 청춘? 아니 중년을 불살랐다 하니 액션연기는 기대할 만하다. [마스크]나 [메리에겐뭔가특별한것이있다]에서처럼 캐머런 디아즈는 이 영화에서도 엉뚱한 매력과 백치미로 코믹한 섹시를 선보인다. 초반 비행기씬만 보더라도 그 매력이 여실히 드러나고, 극중 로이 밀러에게 끌려 다니며 티격태격하는 모습이나 마지막에 막무가내 냉혈 로맨스남 로이에게 동화되어 복수하는 장면은 캐머런 디아즈가 표현할 수 있는 이미지와 잘 맞아 떨어졌다. 톰 크루즈 역시 [미션임파서블]시리즈로 유사한 액션을 많이 거쳐 왔기 때문에 너무도 딱 맞는 옷을 입은 셈이다. 게다가 뻔뻔함과 능글맞음까지 업그레이드 했으니 [나잇&데이]를 통한 둘의 귀환은 안성맞춤이라 하겠다.
어찌 이 남자를 미워할 수 있으리오. 어쩌다 보니 얽히긴 했지만 대책 없이 일을 크게 만들고 또 마무리는 알아서 잘 지어주니,,, 거기에 진심인지는 모르겠으나 로맨틱한 매너남이라는 점까지 정말 헤어 나올 수 없는 매력을 갖췄소이다. [미션임파서블]의 이단 헌트를 능가하는 캐릭터 ‘로이 밀러’가 탄생한 영화가 바로 [나잇&데이]다. 솔직히 다른 헐리웃 영화들이 이미 액션의 끝을 보여준 전례가 많았기에 첩보액션영화로서 큰 임팩트를 주지는 못한다. 더불어 내러티브 또한 진부와 비약의 온상이다. 하지만 이를 모두 상쇄시켜주는 재미는 캐릭터빨이다. "with me without me..."를 연신 내뱉으며 촐싹거림, 역주행하는 차의 본네트 위에서 준을 걱정해주는 배려심, 막막한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는 카리스마까지 영화는 시종일관 로이 밀러의 매력 뽐내기쇼 그 자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미 시리즈 속편을 원하고 있었고, 내친 김에 타이틀 롤까지 욕심내서 슈퍼 히어로물 못지않은 캐릭터화는 어떨까 생각해보기도 했다. 사실 어찌 보면 영화제목에는 로이 밀러의 이름이 숨겨져 있다. 영화를 보고 나서도 이를 알아채는 이는 드물 것이다. [나잇&데이]! 제목이 밤과낮? 베를린 영화제에 진출했던 홍상수 영화랑 같네? 이러코롬 생각해서 밤낮 없이 돌아다니며 동해번쩍 서해번쩍 해서 그런가? 하실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영어원제는 [Knight&day]다. Knight는 극중 로이 밀러의 과거 본명이다. 더 이상 말하면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으니 삼가겠다. 영화는 스릴러의 서스펜스적인 면모도 갖추고 있다. 쉽고 빠르고 가볍게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서도 로이 밀러의 정체에 대한 교묘한 긴장감이 흐르기 때문이다. 액션, 코미디, 로맨스에 비해 가장 미약한 장르적 표현이긴 하지만 첩보라는 소재와 맞물려 스릴러의 매력도 살짝 느낄 수 있으니 누가 많은 장르를 취하느냐는 보는 이의 선택이다.
< 새로 바뀐 이 포스터가 더 마음에 든다 >
[나잇&데이]는 콤비액션, 첩보액션, 로맨틱코미디, 액션코미디,,, 그 어떤 장르 면에서도 기본기 이상의 오락적 성과를 이뤄낸다. 지금껏 다채로운 장르의 옷을 갈아 입어왔던 제임스 맨골드 감독의 유려하고 여유 있는 연출은 영화의 매력을 한껏 살려준다. 특히 음악은 장면장면 마다 너무도 센스 있게 흥을 돋워줘서 흥미진진한 시너지를 일으켜 줄 것이다. 전반적으로 봤을 때, [트랜스포머]시리즈와 [해리포터...]시리즈를 너무 일찍 접한 10대들에게는 어떻게 비춰질지 모르겠으나 이립(而立)에 가까워 온 필자로서는 황홀했던 팝콘무비로 칭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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