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 네이버 국어사전에 따르면 수다는 ‘쓸데없이 말수가 많음. 또는 그런 말.’이라고 한다. 사실 수다의 궁극적인 목표는 바로 거기에 있다. 쓸데없는 이야기를 쓸데없이 많이 하는 것. 그러면서 몸속에 먼지처럼 희부연하게 내려앉은 스트레스를 방싯방싯하며 입으로 모두 내뱉는 것이다. 수다에는 그런 효과가 있다.
그리고 여기, 남자들 수다의 결정판이 있다.
문경(김상경)은 오랜만에 선배 중식(유준상)을 만나 막걸리를 마신다. 둘 다 얼마 전 여름 통영에 각자 여행을 다녀온 것을 알게 되고, 막걸리 한잔에 그 곳에서 좋았던 일들을 한 토막씩 얘기하기로 한다. 주거니 받거니, 마시자, 마셔, 하면서 서로 그 곳에서 있었던 일(온통 여자 얘기)을 털어낸다.
이 시나리오에는 재밌는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두 남자의 모습을 움직이는 화면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만나서 술을 마시는 마시며 마주 대하고 있는 모습을 스톱모션으로 짧게 짧게 보여준다. 그러면서 그 위에 천연덕스럽게 그런 일이 있었다니깐 글쎄! 하하하~ 마시자~ 마셔~ 하는 나레이션을 입힌다. 듣는 것만으로도 유쾌해지는 그들의 수다!
중간 중간 그런 나레이션이 들어가고 그들은 통영에서 있었던 일들과 만났던 사람들에 대해 수다를 떤다. 영화의 대부분은 바로 이들의 주요 이야기들의 영상이다. 그리고 그들이 만났던 여자와 그와 얽힌 사람들이 나오는데 이들이 주고받는 대사가 예사롭지 않다. 역시 홍상수. 이 범상치 않은 대사빨 죽이는 스크립트! 쫄깃쫄깃한 대사가 주는 희열이란 게 바로 이런 것 아닐까. 특히 성옥(문소리)이 선물한 작은 화분을 두고 정호(김강우)가 막 흥분하며 화내는 장면은 정호의 속물적 예술가 타입의 캐릭터를 잘 살린 코믹한 부분이었다.
거기다 열심히 나불대는 두 남자는 모르고 우리만 아는 사실. 거기에 이 영화의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 있다. 한 여름 통영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해 주저리 주저리 떠들던 두 남자, 알고 보니 그들은 서로 딴 사람 얘기를 한 게 아니라 사실은 같은 사람들에 대해 떠들어 댔던 것. 그러면서 마지막에 가선 결국 술판의 질펀하게 퍼지는 하하하 하하하 하는 웃음소리로 영화는 끝이 난다.
이 얼마나 유쾌한 한 편의 수다인가. 예전의 홍상수 영화들에서 좀 불편한 부분이 없지 않았다면, 이 영화는 그런 걱정 없이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다.
아- 홍상수는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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