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만 접하던 달라이라마를 목소리와 색, 형태로 전해지는 노승의 모습에서 경외심은 온데간데없고 너무 친근하게 다가온다.
새벽에 런닝머신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양치질을 하고 오체투지를 한다. 종교인으로서의 평범한 일상이다.
'모든 것은 상대적이다(everything is relative)' 그의 이야기 속에서 반복되는 말이다. 간단하고 짧은 영어단어들을 나열하면서 이야기하는 그의 철학은 어느 종교지도자나 정치지도자의 설교와는 달리 마음으로 들려온다. 절대적이지도 허무적이지도 말고 중도적인 길을 지향하는 노승의 말은 인류평화와 행복에 가장 큰 가치를 두고 있다. 종교적인 영향도 있겠지만 조국을 잃고 추종자들과 긴 망명생활을 하는 정치지도자로서의 생각이 더 가미되지 않았나 싶다.
억겁의 시간의 의미를 사유하면서도 현재의 시간을 분, 초 단위로 나누어 충실히 생활하는 모습이 우리가 닮아야 할 아름다운 노년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를 바라보는 추종자들은 모두 만면에 미소를 머금고 있다. 얼굴에 가득한 주름, 초라한 행색이지만 진정으로 행복해 보인다. 달라이라마가 평화고 행복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주변에는 총을 든 병사와 경호원들이 그들의 평화와 행복을 항상 지키고 있다. 평화와 행복은 지키지 않으면 빼앗긴다는 슬픈 사실을 그들도 뒤늦게 깨달은 모양이다.
달라이 라마는 20세기 이후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자국이기주의가 넘쳐나는 지구를 걱정한다. 그리고 해결방안을 제시하는데 스님과 수녀를 늘리자고 한다. ㅎㅎ 그다운 아주 비폭력적인 아이디어다.
내가 지구를 위해 할수있는일은 스님이 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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