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하하하>의 첫번째 '하'는 실소의 하. 두번째 '하'는 여름의 하(夏), 마지막 '하'는 관객의 웃음 '하'라고 하고싶다. 사실 감독님 말씀으로는, 통영인가 어딘가 지나가시면서 '하하'라는 이름의 간판을 본 적이 있으셔서 운율도 좋고 어차피 여름에 찍으니까 '하하하'로 정하셨다고 하시던데, 밝고 경쾌한 제목으로 간만의 좋은 제목.
암튼, 극 중 등장인물들의 행동들을 보면 대부분은 박장대소의 웃음 '하'가 가장 많다.
본인이 보기에는 정말 찌질하기 짝이 없는 두 남자가 서로 통영갔다온 일을 술안주삼아 만담식으로 오가면서 얘기하는데, 그들의 통영에서의 행동 하나하나들이 정말 찌질하다. 그래서 역으로 공감가고 캐릭터들이 사랑스러울 수도 있다. 홍상수 감독님의 영화는 사실 뭐라고 정의할 수 없는 영화가 많다. 그래서 주로 캐릭터를 가지고 얘기하는 일이 많아지고, 그 캐릭터들간의 얽힌 관계에 따라 우리사회의 군상들을 보는 경우가 대부분.
김상경, 유준상, 김강우, 김민선, 예지원, 문소리. 윤여정. 정말 내노라하는 배우들이 이 영화를 위해 뭉쳤다.
모두 일상인(人)다운 연기를 끝내주게 잘하지만, 이번 영화에선 솔직히 문소리가 가장 눈에 보였던 것 같다.
어디에서는 그녀의 연기를 보고 '신인'다운 연기같다고 했는데, 솔직히 본인도 영화내내 그 생각만 떠올랐다.
내가 아는 연기잘하는 '문소리'씨가 맞나? 왜 이렇게 풋풋하지? 신선하지? 상큼하지?
영화 속 김상경의 대사처럼 "얼굴이 예쁜 건 아닌데, 몸매가 참 예뻐~"이다. 매력이 은근 넘친다.
통영사투리인지 아닌지 모를듯한 사투리와 수줍은 듯 당찬 성옥을 연기한 그녀는 이번 영화의 비너스(Venus)격이다.
사실 이 영화에서 뭔가 메시지성이나 의미를 찾긴 힘들었다. 보고나서도 뭘 말하려는거지?했으니까.
하지만, 이런 스타일로 영화를 만들 수도 있고 또한 즐겁게 웃을 수 있구나,
이런게 홍상수 스타일이구나 하면서 영화의 다양성을 새삼 느끼기도.
감독님은 당일날 배우들에게 시나리오를 줄 정도로, 크게 형식이나 의미를 두고 찍지않는다고 하셨다.
대화할 때도 느꼈지만, 뭔가 자연인 분위기 보통 일반인답지 않다는 인상을 받았다.
질문 중에도 "이런 부분은 무슨 의미가 담겨져있나요?"하면 별 의미를 두고 찍지않으셨다는 대답이 많았다.
그래도, 배우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왠지 '혼돈 손의 질서'를 유지해나가는게 홍상수 감독님의 스타일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지않고서야, 엉망인 영화가 나오지 이렇게 캐릭터가 살아있고 유쾌한 영화가 나올 수 있나.. 감독님은 의도하지않으셨다지만, 그런 와중에 무언가가 나온다는 것은 은근 아시고 찍으시는 것 같다. 음, 무의식 중의 의식. 어떻게보면, 영화 속에서 의미를 부여하고 의미를 찾는건 우리 관객들의 몫이자 관객들의 습관이 되어버린 것 같다.
거두절미하고, 영화는 115분 가량 친구의 얘기를 술먹고 듣는듯이 시종일관 웃고 떠들면서 볼 수 있다.
사람사는 이야기가 가장 재밌다고 하지 않나? 찌질하기 짝이 없지만, 그게 우리네 사는 이야기이고,
또한 남녀관계의 붙고떨어짐 역시 우리 주위에서 쉽게 벌어지는 일들 아닌가?
그냥 웃고 공감하면 될지어다. 또 거기서 보고 느껴지는게 있으면 더 좋은 것이고 말이다.
여름(夏)과 막걸리를 배경삼아 벌어지는 두 남자의 술판과 통영이야기.
사실 그 둘은 서로 통영에 갔다온 얘기를 실컷하지만, 정작 둘은 서로 말하는 인물들과 얘기들이
서로와 관련있는 줄은 영화 끝까지 모른다. 관객만 안다. 그래서 웃음이 나온다.
어른들 이야기이면서 몸만 어른이고 하는짓은 애들인 두 사내의 통영스토리를 듣고있노라면,
근처에 어디선가 진짜 있을법한 그대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영화를 보면 통영한번 가보고싶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2시간동안은 시원하게 웃을 수 있다. 하하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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