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히 말해서, 피터 잭슨이 제작하고, 30세라는 젊은 나이의 신예 닐 블롬캠프 감독은 실로 엄청난 SF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그것도 여름산 영화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적은 제작비를 가지고 말이죠. 창의적인 발상과 훌륭한 스토리텔링을 지닌 이 저예산 SF는 그야말로 올 해 나온 2억달러대의 블록버스터들을 지적인 측면과 오락적인 측면 모두 거의 압도해버립니다.
무엇보다도 영화의 발상부터가 뒤집혀져 있죠. 지구에 오는 외계인들의 거의 대부분은 지구를 날려버리거나 파괴하기 위한 목적으로 그려졌었죠.(E.T나 미지와의 조우 같은 영화도 있지만요.) 그러나 이 영화에서 지구에 오는 외계인들은 파괴하기 위한 목적이 아닙니다. 마치 굶주림에 지친 기아같거나 전쟁을 피해 온 피난민 같은 신세죠. 영락 없이 불쌍한 처지입니다
이들이 착륙한 곳 역시 미국 같은 대도시가 아닌 거의 보잘 것 없는 요하네스버그입니다. 이들이 여기에서 정착하면서 9 구역을 형성하는 것, 그리고 9 구역이 빈민촌인데다 사창가와 같은 느낌이 든다는 것 역시 새로운 발상이죠. 이러한 9구역과 영화 속 상황이 요하네스버그의 인종 정책이나 실제로 예전에 있었던 6구역과 비슷한 것처럼 보이는데, 이러한 현실 속 상황과 영화 속 상황은 묘하게 맞물리고 이 역시 이 영화가 대단하다고 이야기 할 수 밖에 없는 점 중 하나입니다.
게다가 인간들은 이들을 못 되게 대하고, 때때로 이들의 행동은 비인간적으로 보이기까지 합니다.
우리의 주인공 역시 그렇죠. 사설 기관 MNU 직원인 비커스 판데메르베(샬토 코플리)는 단순한 사무직원인데, 그는 인척관계 덕분에 막 승진해서 디스트릭트 9의 철거 임무를 담당하게 됩니다. 이러한 철거 임무를 담당하던 중 그는 이상한 물질에 중독이 되는데, 이로 인해 그는 외계인으로 변하게 됩니다. 그는 악몽과 같은 상황에 빠지게 되고, 이러한 상황 속에서 그는 인간들의 비인간적인 모습과 맞딱뜨리게 되고, 그 역시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결국 그는 외계인 중 하나인 크리스토퍼와 손을 잡게 됩니다. 크리스토퍼는 20년 가까이 9구역에서 살아가면서 돌아갈 기회를 노리고 있었고, 비커스는 자신이 인간으로 돌아가기 위해 크리스토퍼를 도와주게 됩니다.
이 영화는 이야기를 전개하는 데 있어서 이 영화는 페이크 다큐멘터리라는 익숙하지 않은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 방법은 무척이나 효과적으로 움직입니다.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듯한 이 상황을 상당히 현실적인 것처럼 보이게 하거든요. 주인공이 외계인으로 변하게 되는 지점부터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에서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스릴러로 변하고 결국 후반부는 블록버스터 보다는 전쟁 영화를 연상시키는 화면이 많은 액션 영화로 변하게 됩니다.
창의적인 발상과 효과적인 이야기 역시 흠 잡을 곳이 별로 없지만, 창의적인 비주얼 역시 인상적이라고 할 만 합니다. 고작 3천만불의 제작비를 들였지만 이 영화에서 보여지는 외계인들의 외양과 움직임은 CG의 흔적이 전혀 남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럽고 실감나게 보여집니다. 피 튀기는 액션 장면에서도 트랜스포머 같은 거대한 스케일을 자랑하지는 않지만 그러한 영화보다 더 현실적이고 자연스럽게 보입니다.
궁극적으로 이 영화는 인간의 나약함과 사회의 인종차별이라는 주제를,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빌려서, 전혀 저예산답지 않은 저예산 SF 영화라는 틀 안에 이보다 더 자연스러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연스럽게 삽입한 영화라고 봅니다. 많은 질문과 상상을 하게 하는 열린 결말을 통해 속편이 나올 것이라는 짐작을 쉽게 할 수 있겠지만, 전 개인적으로 속편은 나오지 않기를 바랍니다. 속편이 나온다고 해서 이 영화만큼이나 사회학적이고, 지적인 SF 영화가 나오기는 거의 힘들테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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