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이동진 기자의 글입니다.. 내용이 좋아서 한번 올려봅니다.. 이 글을 무단 게재한 것에 대해서는 이동진 기자님께 죄송하지만 글이 좋아 올립니다..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
이 영화의 첫 장면은 극장에서 로맨틱 코미디를 보면서 관객들이 완전히 상반된 두가지 반응을 보이는 것을 대조시키면서 시작합니다. 똑같은 로맨틱 코미디를 보고나서 누구는 뻔하디 뻔한 설정들에 넌더리를 내고 또 누구는 눈빛을 반짝이며 그 달콤함에 흐뭇해하지요. 이 영화는 결국 자신이 놓여 있는 상황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리고 딱 그 놓인 자리만큼만 충실하려고 하지요.
간단히 말하지요. 결혼정보회사에서 일하는 신은경이 회원 정준호를 다른 여자 회원들과 연결시켜주다가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다룬 이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즐길 수 있을 만한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그러나 이 장르의 달콤한 관성을 풋내로 기억하고 있는 관객들에게는 지지부진하고 지겨운 영화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저는 이 영화를 충분히 즐긴 쪽이었습니다. 이제 스물여섯살 모지은 감독은 여성의 사랑 이야기 못지 않게 여성의 일에 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내며 귀여운 로맨틱 코미디 한 편을 완성해냈습니다. 영화를 보다보면 좀 과장된 구석이 없지 않지만, '브리짓 존스의 일기'가 떠오르는 작법이었습니다.
가끔씩 나타나 멋지고 넉넉하게 웃기만 하는 남자 주인공 정준호의 캐릭터가 너무 밋밋하다는 지적도 일정 부분 옳고, 또 여성 감독에 여성 시나리오 작가가 쓴 작품치고는 지나치게 결혼에 대한 환상을 자극하고 있다는 혐의도 둘 순 있지만, 이 영화가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로맨틱 코미디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체로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봅니다. 그런게 맘에 들지 않는다면, '화양연화'나 '쥬드' 같은 쓰고 아린 멜러 한 편을 챙겨보면 되는 거죠.
다들 전성기가 지났다고 여기지만, 그래서 작년 '조폭 마누라'의 빅 히트 이후에도 여전히 그녀의 캐스팅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신은경은 여전히 관객에게 보여줄 매력을 지니고 있는 듯 합니다. 하트모양의 방울을 터뜨려대는 타이틀 시퀀스부터, 지루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무심하게 날려대는 문자 메시지의 자막 처리까지, 톡톡 튀는 아이디어들도 사랑스럽게 여겨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