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남친 제레미와 연인으로 함께한 지 4년째를 맞는 애나(에이미 아담스). 그의 청혼을 기다리고 있던 중 친구로부터 남친이 청혼할 지 모른다는 귀뜸에 상상의 날개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날아 오릅니다. 하지만 건네 받은 것은 청혼 반지가 아닌 귀걸이... 낙담하기보다는 할머니처럼 윤년인 2월 29일을 이용해 남자에게 청혼하기 위해 용기를 내고 아일랜드 더블린을 향한 대장정에 오릅니다. 그런데 이게 왠일... 폭풍우가 그녀의 앞길을 막고 가려하면 할 수록 더욱 멀어지기만 합니다. 우여곡절 도착한 딩글이라는 작은 도시를 벗어나 더블린으로 가려는 그녀는 도와줄 데클렌(메튜 굿)을 매수(?)하기에 이르지만 . 더불린으로 갈 수 있을거란 그녀의 희망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여행은 계속 꼬여만 갑니다.
4년에 한번씩 돌아오는 윤년(Leap Year -영화의 원제목)에는 여자가 남자에게 청혼을 할 수 있고 남자는 반드시 승낙을 해야 한다는 아일랜드의 독특한 풍습에서 출발한 영화 <프로포즈 데이>는 철저히 로맨틱 코미디 공식을 따라 갑니다. 남녀가 처음에는 서로 티격태격 다투고 모진말도 하지만 함께 했던 시간 동안 서로 몰랐던 매력을 느끼며 해피엔딩으로 결실을 맺는 이야기 구조는 예외를 두지 않습니다. 그런 정형화된 스토리와 가벼운 웃음과 함께 볼 수 있는 영화이긴 하지만 <프로포즈 데이>에는 뭔가 다른 사랑에 대한 메세지가 숨겨져 있습니다.
"앞이면 남자가 승, 뒤면 여자가 패"
여자가 사랑을 고백할 수 있다는 영화의 설정은 굳이 이것을 풍습이라 표현하지 않아도 이제는 여성도 자신있게 자신의 사랑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합니다. 거기에 사랑을 찾아 떠나는 험난한 여정은 여자인 애나의 주도권으로 이루어져 (물론 돈을 주는 입장이긴 하지만) 더 이상 여자가 수동적인 위치에 있지 않고 능동적인 주체로 자리매김했다는 걸 보여주기도 하죠. 그런 이면에 자신의 블렉베리 폰을 충전하겠다고 방의 물건들을 부시고 충전기를 그냥 꼽아 온 동네를 암흑으로 만들 정도의 얼렁뚱땅 그녀의 인간적인 모습과 그녀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무뚝뚝해 보이지만 자상하기 이를데 없는 남자의 모습은 정말 잘 어울리는 이상적인 커플의 전형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우연일까... 운명일까..."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프로포즈 데이>에는 사랑에 대한 정석을 보여 줍니다. 머리가 하려는 '조건'이 충족되는 사랑과 가슴이 하고 싶은 사랑, 이 두가지 서로 대립되는 사랑을 대비시키며 관객의 판단에 맡깁니다. 애초에 결혼하려했던 제레미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지만 애나보다 일을 더 사랑해 자신의 목적을 위한 결혼을 선택하는, 조건이 충족되는 사랑인데 비해 데클렌은 시골 조그만 마을에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사회적 성공과 조금 멀어보이긴 하지만 그녀와 모든 것을 함께 하고 많은 시간을 보내며 사랑이 커지는 가슴이 하고 싶은 사랑입니다. 애나도 처음엔 그 차이를 알지 못하다가 데클렌이 말한 '불이나 60초안에 무언가를 가지고 나와야 한다면 무엇을 가지고 나올 것인가'를 생각하며 애나는 자신의 사랑을 결정합니다.
"당신 덕에 되찾은 앞날을 함께 하고 싶어"
이들의 구르고 뒹굴고 빠져가며 떠나는 험란한(?) 사랑의 여정은 <원스>의 배경이기도 했던 아일랜드 더블린의 절경을 배경으로 아름답게 그려집니다. 모든 것을 가졌지만 정작 갖고 싶은 것을 갖지 못한 그녀가 가슴이 하고 싶은 사랑을 찾아 아무 계획없이 떠나는 새로운 인생 여정은 석양의 절벽에서 마지막 청혼의 장면과 어울어져 최고의 장면을 선사합니다. 44년 결혼 생활을 행복하게 이어가는 비법도 얻을 수 있었던 <프로포즈 데이>... 머리가 하려는 사랑이든, 가슴이 하고 싶은 사랑이든 사랑엔 정답은 없어 보이긴 하지만 분명한 것은 두명이 서로 모든 것을 함께 한다면 그것이 바로 정답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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