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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윅' 性의 벽 깨는 유쾌한 도발 헤드윅
datura 2002-08-09 오후 11:19:17 2457   [15]
아리스토파네스의 '양성신화'를 인용한 플라톤의 '향연'은 이렇게 설명한다.

"태초에 남자와 남자, 여자와 여자, 그리고 남자이자 여자인 쌍 등 3개의 성이 존재했다. 인간이 교만에 빠지자 제우스는 이 쌍들을 둘로 쪼갰다. 그래서 인간은 잃어버린 반쪽을 찾아 헤맨다."

'헤드윅 (hedwig and the angry inch)'은 이러한 얘기를 모티브로 한다.

영화는 '반쪽을 찾아 헤맨다'는 아이디어를 남자와 여자, 게이, 레즈비언 등 여러 性의 모습에서 그려낸다.

동베를린에서 엄마와 함께 살고 있는 소년 '한셀'은 미군 라디오 방송을 통해 들려오는 록음악에 열광하며 자란다.

어른이 된 한셀은 젤리 '구미 베어'로 유혹하는 한 미군병사를 만나 사랑하는 사이가 되고 그와 결혼하기 위해 성전환 수술을 받지만 수술이 잘못돼 성기 대신 '1인치의 살점'만 남게 된다.

헤드웍이라 이름을 바꾸고 미국으로 건너온 한셀은 미군에게서 버림받고 밴드를 조직해 '별 반응없는' 록공연을 계속한다.

그러던 중 헤드윅은 16세 소년 토미를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토미는 헤드윅의 곡을 훔쳐 음반을 내고 록스타가 된다.

이에 헤드윅은 밴드 엥그리 인치를 결성 전국 투어 콘서트를 여는 토미의 공연장 주변 카페에서 자신의 얘기를 들려주며 콘서트를 연다.

'헤드윅'의 원제는 'Hedwig And The Angry Inch' 이다.

'헤드윅(주인공의 성전환 후 이름이자, 가발을 상징)과 성난 1인치'라는 뜻.

여자가 되고 싶어 가발을 썼던 남자는 성전환 수술을 받지만, 6인치 중 5인치가 잘려 나가고 1인치의 성기만 남았다.

헤드윅이 여자가 되는 길을 그렇게 순탄치 않았다.

영화 '헤드윅'은 다면체다.

보는 각도에 따라 그 의미가 다르게 다가온다.

남성과 여성, 음악과 권력, 역사와 개인 등 곱씹어 볼 요소가 풍성하다.

가장 큰 매력은 역시 음악이다.

영화 자체가 록 뮤지컬이기 때문이다.

전편에 흘러넘치는 강한 비트에 몸을 맡기는 즐거움이 대단하다.

감독.주연.각본을 도맡은 존 캐머런 미첼은 심지어 노래방을 연상시키는 화면도 끼워 넣었다.

관객도 동참해 노래를 부르자는 것이다.

영화를 처음 보는 사람이 가사를 따라갈 순 없겠으나 아이디어 하나는 분명 재치있다.

'헤드윅'은 일부 기성세대에게 불쾌한 영화일 수 있다.

남성과 여성으로 이분화된 성을 정면에서 부정하는 까닭이다.

그러나 마지막 자막이 올라가는 순간, 그런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남녀노소의 차이를 뛰어넘는 인간의 아름다움에 바치는 송가로 비추어지는 것이다.

영화는 겉으론 제법 심각하다. 더욱이 비극적이다.

'헤드윅'은 게이영화이고 록뮤지컬이면서 동시에 강렬한 화면과 신랄한 대사도 들어있는 영화다.

각각 넘치는 생명력을 갖고 있는 영화의 다양한 모습은 따라잡기 쉬운 내러티브 속에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자칫 어둡고 우울하게 비칠 수 있는 '헤드윅', 그러나 감독은 정반대의 색채로 영화를 화려하게 치창한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처럼 공연 현장을 전면에 내세우고, 중간 중간 헤드윅의 회상(플래시 백)을 통해 현재와 과거를 매끄럽게 연결한다.

앙증맞은 애니메이션도 곳곳에 배치했다.

예컨대 남성과 여성을 함께 지녔던 자웅동체형의 인간이 어느날 천둥.번개를 맞고 둘로 갈라져 서로 싸우다 화해하는 모습 등에서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실사 영화에 부분적으로 삽입된 그래픽만을 놓고 볼 때 프랑스 영화 '아멜리에'에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만화에 견줄 만큼 더욱 경쾌하고 신선하다.

'헤드윅'은 잃어버린 '나의 반쪽'을 찾아나선다.

플라톤의 '향연'에 나타난 남성간의 순수한 사랑, 성경에 그려진 아담과 이브의 탄생 등 고전을 슬쩍슬쩍 언급하며 남녀의 성차, 나아가 그에 따른 역할 분담을 당연시하는 상식적 가치관을 전복시킨다.

자유와 젊음을 지향하는 록의 정신과도 통하는 대목이다.

"나는 두 개로 찢어진 마을에서 태어났지. 의사의 수술대에서 한 조각을 잃었어. 한 다리는 남자, 한 다리는 여자. 나는 콜라주, 그냥 꿰매진 몽타주"라고 노래하는 헤드윅은 우리가 평상시 잊고 사는 나의 또다른 부분, 즉 불완전한 나 자신일 수 있다.

'헤드윅'이 단순한 트랜스 젠더(성전환자) 영화가 아니라 인간의 보편적 가치를 파고든 작품이란 느낌을 주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초현실적 환상이 짙게 깔린 화면도 매혹적이다.

이 영화는 '소란스러운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록키호러픽쳐쇼'와, 2001년에 나온 걸작 뮤지컬 영화라는 데서 '물랑루즈'와 비교되기도 하지만 '록키호러픽쳐쇼'보다는 정돈됐으며 '물랑루즈'보다는 강하고 흥겹다는 평이 일반적이다.

독특한 캐릭터인 헤드윅의 심리를 온몸으로 표현한 존 카메론 미첼은 이 영화의 감독이기도 하며 영화에 앞서 오프브로드웨이에서 먼저 무대에 올려졌던 뮤지컬의 원작자다.

이 영화에서 빠질 수 없는 게 스티븐 트래스크의 음악. 무대 뮤지컬에서부터 존 카메론 미첼과 같이 작업을 해온 그는 왈츠에서 하드록까지, 장난스런 노래에서 슬픈 노래까지 다양한 음악을 환상적으로 사용했다.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초청작이기도 한 영화 '헤드윅'은 2001년 선댄스영화제에서 감독상과 관객상을 휩쓸며 평단과 관객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바 있다.

99년 그래미상 뮤지컬 쇼 앨범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뮤지컬을 바탕으로 한 '헤드윅'은 비슷한 소재의 '벨벳 골드마인'보다 훨씬 더 과격하다.

70년대 영국에서 시작한 보여주는 록인 글램록의 탄생사와 동성애자의 내면을 교직한 '벨벳 골드마인'이 화려한 쇼에 충실했다면, '헤드윅'은 트랜스젠더(성전환자)의 희로애락에 더 충실하다.

그(녀)는 다른 이들보다 더 많이 사랑하고, 깨지고, 아파한다. 그리고 노래한다.

존 카메론 미첼(39). 조그만 여장남자 전용바에서 시작한 작은 뮤지컬이 오프 브로드웨이의 인기작으로, 그리고 할리우드 영화로 옮겨진 것은 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이며 주연배우인 그의 천부적인 재능 때문이었다.

그는 영화에서 펑크록부터 팝발라드까지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며 노래와 춤을 선보인다.

재치있는 스토리 구성과 만화 화면을 끼워 넣는 장르의 실험정신은 그보다 더 높이 살만하다.

한셀이 미군방송을 보며 미친 듯 춤을 추어대는 장면은 '포레스트 검프'에서 다리 교정기를 착용한 어린 검프의 엘비스 프레슬리 춤이나 '빌리 엘리어트'에서 발레리노 엘리어트가 침대에서 추는 춤 이후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다.

여기에 벌을 받는 한셀이 전자레인지에 머리를 집어 넣고 환상에 빠지다 성인의 모습으로 오버랩되는 장면처럼 발상도 기발하다.

한셀이 양아버지로부터 성폭행 당하는 장면, 태초에 존재한 3가지 성(性)을 만화로 표현한 부분도 성공적인 실험이다.

소재만으로 기겁할 사람도 많지만 일단 객석에 앉으면 노래, 춤, 이야기에 푹 빠져들만한 영화이다.

영화 속에서 헤드윅이 결성한 밴드에는 한국인 '광희'가 등장한다.

그녀는 캐나다에서 VJ로 활동하는 이숙인씨로 몇몇 TV 시리즈물에서 연기자로도 활동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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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윅(2001, Hedwig and the Angry Inch)
제작사 : New Line Cinema, Killer Films / 배급사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수입사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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