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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진실을 찾아서... (스포) 더 폴 :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
novio21 2010-04-04 오전 2:59:21 1013   [0]

  동화 같은 화면과 영상, 과연 the Cell (2000)의 화려하면서도 신비로운 영상을 만든 감독, Tarsem Singh 이었다. 그가 만든 영화 속의 세상은 관객의 상상 이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영화는 그런 신비한 매력의 화면만을 갖고 있진 않았다. 본질적으로, 보고자 하는 세상과 그 뒤에 숨쉬고 있는 냉혹한 현실의 이중성, 그것을 품고 있는 영화는 그렇게 관객을 당황하게 만들었고 슬프게 했다. 어딘지 모를 신데렐라적인 분위기가 있었지만 그러나 감독은 결코 현실을 버리지 않았다. 가난한 환경 탓으로 캘리포니아의 오렌지 농장에서 일해야 하는 어린 소녀의 거짓된 행복을 위해 마련된 멋지고 아름다운 동화 뒤에 있는 세계는 냉혹했다. 그것은 동화였고 희망으로 거짓 포장된 신화였다. 언제나 거짓을 동반했고, 또한 누군가의 희망을 무너뜨릴 잔인함도 있는 그런 것을 의미한다.
  느린 흑백화면으로부터 시작한 이 영화, 시작부터 기이했다. 그래서였던 것 같다. 어린 소녀의 순수함을 이용, 자신의 고통을 끝내려는 스턴트맨 출신의 음모는 환상적인 동화의 이중적 의미를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동화의 결말을 자연스런 이야기의 흐름이 아닌 타협과 거래로 만들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 구조는 보는 내내 가슴을 멍하게 했다. 그래서 긍정적인 결말은 더욱 비극을 심화시켰다. 영화 내용이 아닌, 보는 관객들의 마음 속에 있는 비극 말이다. 아무도 영화의 결말을 개연성이 있다고 보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아팠다. 시작부터 기이한 모습의 흑백의 활동사진과 같은 모습이 아우성치면서 영화는 누군가의 상처를 기반으로 시작한 것이다. 그런 시작과 함께 미국 LA의 어느 조용한 병원엔 힘든 고통 속에서도 앞으로 생을 살아야 할 환자들과 어느덧 죽음을 앞둔 환자들도 있었다. 그 중 스턴트맨을 하던 중 큰 부상으로 세상에 대한 환멸과 함께 자살을 하려고 마음먹은 젊은 사내 ‘로이’는 자신의 계획을 이룰 수 없는 자신의 몸을 자책하기만 한다. 그런 절박함 과정 중 나타난 귀여운 히스패닉계 소녀, ‘알렉산드리아’는 캘리포니아의 어느 대농장에서의 힘든 노동에 지친, 그리고 생활고에 지친 소녀일 뿐이다. 그녀의 과거엔 아빠도 있었지만 불의의 습격으로 세상을 떠났고, 그래서 그녀는 의지할 곳 없는 고아였다.
  그런 둘이 만났다. 막연하지만 미래의 희망만을 품길 원하는 어린 소녀와 절망을 끝내기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려는 전직 스턴트맨, 그 둘은 자신의 마음을 달래고 또한 자신의 목적을 위해 기묘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하지만, 동화라는 수단은 일치했지만 마음 속의 의도는 달랐고, 이것이 이 둘의 관계를 위험하게 만들었다. 어른의 마음 속에 담겨 있는, 불운한 의지로 인해 만든 어느 신비한 이야기는 어린 소녀에겐 현실에서 맛볼 수 없는 즐거운 동화였다. 소녀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젊은 사내의 멋진 입담은 생활고에 지쳤고 슬픈 과거를 가진 알렉산드리아라는 이름의 소녀에겐 더 없는 즐거움이 됐다. 힘든 세상과 전혀 다른 모험의 세계 속에서 어느덧 자신의 모든 관심을 이 동화에 주고 있었다. 동시에 관객 역시 동화에 취했을 것이다.
  매력적인 영상미, 영화는 그런 아름다움을 갖췄다. 아름다운 화면과 이국적이고 환상적인 화면을 만드는 이야기의 마력은 끝이 없을 것만 같았다. 어린 소녀의 만족을 위해 꾸며낸 새로운 세상의 모험은 매우 유쾌했고 즐거웠다. 그러나 그것은 마약과도 같은 허상, 즉 신화였을 뿐이다. 힘들게 살고 있고, 그 생활이 결코 끝날 것 같지 않은 어린 소녀의 소망만을 충족시키기 위해 마련된 그런 동화였을 뿐이다. 그래서 오직 소녀의 소망으로만 움직여지고 제작됐고, 그리고 비현실적인 내용으로만 된 것이다. 소녀의 바람은 그만큼 거짓된 것이다. 그리고 그 동화의 이면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아픈 세상의 한 단면이 보이고, 동시에 그 동화를 만들어준 어른의 아픈 인생이 들여다 보였다. 무엇보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 어린 소녀를 이용하기 위해, 그런 동화가 제작됐고, 또한 손님을 대하는 직원처럼 그는 거짓으로만 이루어진 세상을 만들어간다. 그리고 그 뒤에 숨겨진 현실, 점점 무서워져만 갔다.
  즐거운 이야기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려는 어린 소녀와 그녀를 이용해서 자신의 의도를 실행하려는 스턴트맨과의 아슬아슬한 관계는 상황적 아이러니의 구도 속에서 영화의 이중성을 극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마치 마약과도 같이 동화에 취한 어린 소녀는 그 위험한 동화에서 벗어나질 못한 체, 점점 위험한 곳으로만 향하게 되고, 그것을 통해 보게 되는 현실의 우아하지 않은 모습들은 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서글픈 자신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 그리고 그런 동화 속에서야 만 행복해질 수밖에 없는 불행한 인간들의 우울한 자화상이 보였다. 원하면 원하는 데로 만들 수 있을 것만 같던 환상적이고 신비로운 동화는, 그러나 불순한 의도로 인해 점차 소녀가 원하는 아름다운 신화와는 거리가 먼 세상으로 가고 있었다. 그런 이야기를 바꾸기 위해, 그리고 상상에서라도 자신의 꿈이 이루어지길 원하는 어린 소녀는 결코 해서는 안 되는 부탁을 들어주게 되고, 점점 더 위험한 곳으로 가고 만다. 마치 마약에 취한 마약환자처럼 말이다. 그 속에서 파괴되는 동심은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리고 절망을 불행으로 끝내려는 남자와 그것을 들어주는 어린 소녀의 기이한 관계는 위험한 기쁨과 슬픔의 이중적인 서술 속에서 힘들어하고 표류하며, 희생당하고 또한 파괴된다.
  영화 후반부에서 파괴되는 두 영혼의 대면하는 모습은 절정이었다. 현실을 들려주고 싶은 스턴트맨 ‘로이’와 그런 현실을 모면하기 위해 아름다운 끝마무리를 원하는 ‘알렉산드리아’의 애절한 부탁은 현실을 살고 있는 관객들에겐 더 없는 갈등의 시간을 만들어주었다. 누구나 ‘알렉산드리아’의 소망이 실현되길 원했을 것이다. 그러나 동화 같은 거짓말 속에서도 현실의 냉혹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현실감, 이 두 가지가 침대 위에 누워있는 ‘알렉산드리아’와 휠체어에 앉아 고뇌하는 ‘로이’의 모습에서 두드러진다.
  영화에선 결국 ‘알렉산드리아’가 이긴다. 그리고 그녀의 소망이 영화 후반부를 지배한다. 그리고 아름다운 마무리가 진행됐다. 그것을 본 관객들 역시 마음은 편했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관객을 알았을 것이다. 감독의 배려로 인해 마련된 동화일 뿐이라고. 마지막에서의 극적인 반전을 통해 동화 이야기는 Happy Ending으로 종결을 맺는다. 그런 속에서 행복해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현실에서의 고통을 꿈과 같은 동화 속에서라도 이루려는 가엾은 인간들의 모습이 보였다. 거짓으로라도 행복을 잠시나마 찾고자 하는 불행한 인간들의 군상을. 그래서 이 영화는 모순형용인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영화의 구성 속에서 영화가 들려주고 있는 현실감은 매우 뼈저리게 다가온다. 과연 현실에서 행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하는 고민에 빠져드는 것이다. 영화는 비록 현대를 살아가는 불쌍한 영혼을 위해 위로를 선택했지만 영화를 본 관객의 마음은 그리 편하지 않았을 것이다. 영화 속에서의 동화를 쫓는 어린 소녀와 불구자가 된 스턴트 맨, 둘 다가 세상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뜻한 진실, 그것은 멀고도 험한 세상이다. 냉혹과 희생, 그리고 악용으로 점철된 사회에서의 삶은 결국 모두가 파멸을 하게 된다. 영화의 마지막 구성이 비록 비현실적이지만 그래도 인간은 그 비현실적인 신화를 계속 추구해야 한다. 신뢰하지 않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지 않는다면, 영화를 통해 보게 된 불운은 계속 인간 주변에서 기생할 뿐이다. 이런 면이 영화의 진정한 가치로 보인다. 안 될 수 있지만 포기할 수 없는 것, 그것이야말로 현실 속에서 행복을 찾는 유일한 길일 수밖에 없는 인간적인 역설일 것이다. 영화 속의 동화는 그렇게 현대인들의 미래가 되고 있는 것이다.


(총 1명 참여)
snc1228y
감사   
2010-04-08 12:05
enter8022
잘읽었습니다   
2010-04-05 13:19
ekdud5310
글이 길다   
2010-04-05 10:39
ssh2821
잘읽었습니다   
2010-04-04 21:55
moviepan
미래라   
2010-04-04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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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폴 :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2006, The F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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