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와 여자는 자지와 보지의 엇갈린 운명을 타고 나면서부터 서로를 갈구한다. 평생토록... 물론 예외는 있다. 독신주의자(그들도 물론 성적 욕구해소의 창구로 이성을 찾기도 할 것이다.), 동성애자, 성불구자...?
살면서 가장 많이 들먹이는 얘기는 여자 얘기요, 가장 많은 신경을 쓰는 것도 여자요, 남자 둘 이상만 모이면 이야기의 끝은 결국 성적으로 흐르는 깔때기이론(처음엔 깔때기의 넓은 원반처럼 여러가지 소재에 관한 이야기를 두루두루 하다가 결국은 깔때기의 한 구멍에 이르듯 이성에 관한 성적인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는 이론???)은 한번도 어긋난 적이 없다. '아메리칸 파이'로 자위하는 청소년기를 지나면서부터 조금 달라지는 것 같기도 하지만...
솔직히 나도 지겹다. 지겨우면서도 언제나 관심은 여자다. 아니 이성이다.(지금은 고도의 집중력으로 일에만 전념하고 있다. ㅋㅋㅋ ㅡㅡ;) 여자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성의 친구나 애인이 없으면 뭔가 모자란 사람으로 취급받는 이유도 바로 이성에 대한 갈구가 일반화된 사회 분위기-아니 그 이전에 동물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종족보존과 번식의 본능 때문이 아니겠는가? 그렇기에 이성의 상대가 없다는 것은 뭔가 부자연스러운 것으로까지 취급받기 쉽상이다. 그러니 여친이나 남친이 없으면서도 있다는 거짓말까지 하게 되는 것 아니겠는가?
이야기를 꾸며내는 최상위 형태인 영화를 봐도 가장 많이 다뤄지는 소재는 남녀간의 사랑이다. 왜? 사람들이 좋아하니까... ^^; 특히 한국에서는 그 정도가 더해서 한때 충무로 영화판에서는 내러티브에 '사랑의 코드'가 빠지면 뭣도 안된다는 통념이 판을 치기도 했다. 이성에 대한 '구다리'가 없으면 영화도 모자란 취급을 받았던 것이다.
"좋은사람있으면소개시켜줘" 또한 이성간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이 영화는 아예 커플매니저를 주인공으로 설정하여 짝짓기에 열을 올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로 이용하기까지 한다.
이 영화는 그간 많이 보아온 로맨틱코메디들과 맥을 함께하는 듯 하지만, 조금은 다른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소란스러운 듯 하면서도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고, 들뜬 듯 하면서도 가라앉아 있어서 종종 웃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할 때가 있다. 주인공 김효진의 나이 또래 여성이라면 특히 더 그러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어쩌면 그런 감정은 일찍이 맛보지 못한 당혹스러운 감정일 지도 모른다. "좋은사람..."만의 매력이라면 바로 이런 정리되지 않는 당혹스러움을 내 스스로 정리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데 있다. 헐리웃 영화들에선 결코 맛볼 수 없는 토종영화만이 지닌 장점을 잘 살린 로맨틱코메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