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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um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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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8-05 오후 2:10: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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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너빵점 꽃미남 남 주긴 아까워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 줘’(감독 모지은·8일 개봉)는 오랜만에 만나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 코믹 요소에 비해 로맨스의 ‘울림’이 다소 약하지만 산뜻한 에피소드와 깔끔한 영상이 돋보이는 가작(佳作)이다. 부담없이 몰입했다가 뒤끝없이 빠져나올 수 있는, 잘 만든 장르영화다.
효진(신은경)은 결혼정보회사에 다니는 커플 매니저. 타고난 감각을 바탕으로 성공 확률 100%를 자랑하는 능력있는 직원이지만 정작 자신은 스물 아홉의 노처녀다. 카이스트 박사 과정에 있는 애인 사진을 책상에 보란 듯 붙여 놓았지만 실제론 헤어진지 오래다.
유능한 컴퓨터 프로그래머 현수(정준호)는 모친 등쌀에 못이겨 결혼정보회사에 등록은 했지만 여자에 무관심하다. 서울공대를 나오고, 기막히게 잘생기기까지 한 이 친구는 매번 약속 시간에 늦고 상대방 이름조차 까먹는 데다 애프터 신청이라곤 안중에도 없다. 이 불량회원의 관리를 넘겨받은 효진은 점점 그에게 끌리는 자신을 발견한다…. # 오랜만에 만나는 깔끔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
장편 극영화의 사전 제작단계에서 콘티를 짜는 스토리보드 작가로 활동하며 ‘친구’‘해적, 디스코왕 되다’‘결혼은 미친 짓이다’ 등 화제작 10여편의 스토리보드를 그린 신인감독 모지은 ‘아기자기한’ 시각적 표현을 끌어들이는데 탁월한 재주가 있는 듯하다. 자기 자랑이 한창인 남자 선배와의 술자리에서 맞은편 여자들끼리 휴대폰 메시지 주고 받는 것을 화면 여기저기로 돌아다니는 문자로 표현한 것이나, 효진의 친구들인 수다장이 폭식족(暴食族) 3인방이 휴 그랜트가 좋네, 디카프리오가 최고네 수다떨 때 아바타 형상을 재치있게 이용한 것, 집에서 누워 보던 비디오 화면이 갑자기 결혼정보회사 가입회원들의 갖가지 자기소개 화면으로 바뀌는 것 등에선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요즘 한국 젊은층의 트렌드를 모두 볼 수 있다.
박상면이 신은경에게 “작년에 어디서 많이 뵌 분 같은 데요”(둘은 ‘조폭마누라’에서 부부로 나왔다)라 말하고, 인기 그룹 컨츄리 꼬꼬의 입담좋은 탁재훈이 등장, 강력한 웃음을 선사하기도 한다.
#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영화
감독은 영화 도입부에서 인물들 대사를 통해 자신이 이제부터 보여주려는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 자체를 스스로 신랄하게 비꼰다.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영리한’ 방식이다. 폭식 3인방은 극장에서 나오며 일갈한다. “로맨틱 영화는 왜 다 똑같고 뻔하지?” “일단 엇갈린 남녀주인공이 만나 정해진 수순대로 티격태격하지. 그리고 엔딩엔 키스와 더불어 결합이 이뤄지고 ‘그래서 그들은 오래오래 잘 살았습니다’라며 거짓 행복을 강요한다니까.”
# 신은경의 실수연발 노처녀 역이 좋고,조연들의 연기도 탄탄하다.
이 발칙한 장치를 통해 감독은, 그 공식에서 한치도 벗어나 있지 않으면서도 얼마든지 새로운 로맨틱 코미디가 가능하다는 것을 자신있게 보여 준다. 무엇보다 ‘좋은 사람…’은 남자 아닌 여자들이 받아들이는 로맨스가 어떤 것인지를 절제된, 그러면서도 섬세한 화면에 담았다. 이는 “서른살 먹은 여자가 좋은 남자를 만날 확률은 원자폭탄을 맞을 확률보다 낮아” 등의 시나리오를 쓴 31세 여성작가(인은아)의 재능이며, 감기약 콘택600 알맹이를 방바닥에 흩뜨려 놓고 하나하나 셀 때의 노처녀 표정을 끌어낸 27세 여성감독과 29세 여배우 신은경의 능력이다.
덕분에 이 영화에 등장하는 남성들은 영화 언저리를 맴돌며 장식적인 차원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인공인 정준호조차, 마주앉아 차 마시다가 “지금 창문이 어느쪽에 있어요”류의 뜬금없는 질문이나 던지고, 영화 내내 사람좋은 미소만 지으며 여자들(영화 안팎 모두) 마음을 사로잡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좋은 사람…’은 ‘여성(감독)의, 여성(배우)에 의한, 여성(관객)을 위한’ 영화다.
<조선일보 신용관기자 qq@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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