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nnel 2.0 김영진의 영화보기 - 좋은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의 스크립트 입니다.. 그냥 영화가 좋고 또한 내용이 좋아 퍼와봤습니다.. 많이 많이 읽어주시길..
*『좋은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는 오랜만에 보는 한국로맨틱 코메디 영화입니다. 스물여섯살의 감독 모지은의 데뷔작인데요, 로맨틱 코메디의 기성관습을 살짝 비트는 재치를 사줄 만한 영화입니다.
* 커플매니저인 효진은 이 분야의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결혼정보회사의 직원입니다. 그런데도 정작 자신은 이렇다할 연애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결혼을 알선하는 그녀의 책상에는 떠나간 옛애인의 사진이 놓여있을 뿐입니다. 어느날 불성실한 회원의 커플매니저를 맡게 된 효진은 박현수란 이름의 이 준수한 청년에게 조금씩 마음이 끌리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 직업상 알게 된 고객과 사적인 감정을 나눠서는 안된다는 강박에 시달리면서 그녀는 주변의 친구들이 결혼하거나 또는 실연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가운데 스스로 고독감에 시달립니다.그런 와중에 효진과 현수 두 사람은 어쩔 수 없이 끌리는 관계의 자장안에 휩쓸려 들어가게 됩니다.
* 로맨틱 코메디는 서로 다른 남녀가 만나 티격태격하고 결국은 사랑에 골인하게 된다는 다소 전형적인 결말을 갖고 있는 영화입니다. 그런 로맨틱 코메디의 도식에 이 영화의 남녀 주인공 현수와 효진은 2%씩 모자라는 인물들입니다. 그런 주인공들이 로맨틱 코메디 환타지의 주인공으로 조금씩 올라서는 것이죠..
* 여주인공 효진은 결혼정보회사의 커플매니저라는 직업에는 능숙하지만 정작 자신의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데는 서투르고 매사에 실수투성이인 다소 덜렁대는 순진한 성격의 여자입니다. 그녀와 마음을 여는 박현수 역시 잘 생긴 외모를 지니긴 했지만 세련된 매너를 지닌 사업가와는 거리가 멉니다. 효진과 어린시절부터 친구인 준은 스스럼없이 효진과 지내는 사이지만 우정과 애정사이에 막연히 걸치고 있는 그들의 관계를 넘어서지는 않습니다. 경계가 명확하지 않고 진정으로 몸과 마음을 나누는 연인이 되기엔 영화속의 등장인물 누구나 상대를 감염시키는 에너지가 조금씩 모자랍니다. 그건 결혼정보회사를 찾아오는 자신이 원하는 조건에 맞는 상대를 찾는 대다수 미혼 남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 이 영화는 그렇게 서로 소외된 사람들의 마음상태를 헤프닝 코메디로 비추는 가운데 은근슬쩍 여주인공 효진의 건조한 일상을 비추는 데서 꽤 흡입력을 발휘합니다.
* 다소 교과서적인 접근법으로 로맨틱 코메디의 표현관습을 다루는 것이나 등장인물의 성격묘사 밀도가 떨어지는 결함을 감추진 못하고 있지만 이 영화는 세상이 강요하는 사랑의 환타지에 굴복한 평범한 사람들의 허약한 내면을 슬쩍 보여주는데 성공하고 있습니다.
*『좋은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는 매끈하게 빠진 상업영화입니다. 그런 만큼 새로운 표현법이나 새로운 시각을 기대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미혼여성 대다수의 공허한 내면에 웅크린 사랑의 환타지를 애교있게 건드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