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룡과는 동시대를 살면서 서로 다른 무술 스타일로 액션 영화에서 양대 산맥을 이루다 이소룡이 죽은 뒤 독무대를 이루며 한시대를 풍미한 액션 영웅 성룡. 추석이나 설 연휴때마다 빠지지 않고 안방 극장을 찾아 주셨고 그 때쯤 개봉한 새 영화는 늘 또다른 재미와 웃음을 선사한 희대에 광대이기도 했습니다. 그의 얼굴에서도 볼 수 있듯 장난기 섞인 표정과 제스쳐는 맨 몸 액션과 합쳐져 자신만의 확고한 영역을 구축했고 그를 바탕으로 불혹의 나이에 미국 할리웃에 진출해 그곳에서도 Jackie Chan을 연호하게 만든 입지적인 인물 되시겠습니다. 그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취권>을 비롯해 <오복성>, <쾌찬차>, <용형호제>는 홍금보, 원표등과 함께 현대식 코믹 액션 장르를 개척함과 동시에 관지림, 장만옥, 임청하등 당시 유명한 여배우를 스타로 만들어 주기도 했지요. 그런 뒤 웃음기 빠진 진지한 정통 액션 작품인 <폴리스 스토리>시리즈와 <홍번구>등을 통해 고정된 자신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줄어드는 그의 액션은 성룡식 액션을 기다리던 관객들에게 조금씩 실망을 안겨 급기야 극장을 찾는 관객의 발걸음이 줄어 들었고 최근작 <신주코 사건>에선 '이게 진짜 성룡 영화 맞아?'라는 분노섞인 관객들의 원성마저 듣게 되었죠. 하긴 이제 나이가 있어 예전만큼 날렵하고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을 할 수 없는 그가 진지한 연기로 승부하려는 선택은 최선의 선택이지만 예전 성룡식 액션을 기대하는 관객들은 여전히 그의 신작에서 옛 모습을 보고 싶어 합니다. 그런 상황 속에 성룡 주연의 최신작 <대병소장>은 그런 관객들의 기대에 얼마나 만족을 줄 수 있을까요...
영화는 양나라와 위나라가 서로 치열한 전투를 벌인 직후부터 시작됩니다. 모두 죽은 시체들 사이에서 나타난 성룡. 그는 죽지 않고 부상당한 위나라 장군을 포로로 잡아 양나라로 돌아가 논밭을 일구며 평안하게 살기 위해 그와의 멀고 먼 여정을 시작합니다. 그런 단꿈도 잠시 위나라 장군을 쫒는 위나라 정예부대에 추적을 따돌려야 하고 산속 떠돌이들과 묘령의 여인, 게다가 산적들까지 합세 해 꼬이는 상황은 정말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으로 치닫습니다. 과연 성룔은 위나라 장군을 양나라까지 끌고 갈 수 있을지... 카피대로 정말 코믹 액션이 터질지... 유승준도 나온다는데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지더군요.
예전처럼 와이어 없이도 붕붕 날아다니는 액션까지는 아니지만 예전 전성기를 떠올리게 할 정도의 코믹 액션만큼은 확실합니다. 늘 이기는 액션의 주연이 아닌 당하는 상황을 상대의 상처를 집중공략하며 결국 이기는 모습은 포복절도하게 하지요. 또한 버디무비 형식을 띄며 위나라 장군과 양나라까지 함께하는 여정 속에 두 남자간의 우정이 싹터 감정적 교화가 생기는 과정도 흥미롭기도 합니다. 국가를 위한 전쟁에서 어쩔 수 없이 수반되는 국민들의 희생 특히 보통 사람들의 가장 중요한 '목숨'을 건 희생에 대한 성룡의 대사들은 이름없이 죽어간 이들의 희생을 기리며 인간의 존엄성과 올바른 국가관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해 줍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성룡에 의존하는 영화의 전개와 무술감독까지 맡아 성룡이 선보이는 액션의 수준은 미약해 별다른 볼거리가 없이 단조로운 전개라는 스토리 라인의 약점을 드러냅니다. 성룡이 무술을 기대한 관객들에겐 인색하리만치 적은 분량의 액션은 아쉬움을 더하기도 하구요. 그래도 20년을 기획하여 제작과 각본, 무술감독에 주연까지 맡은 <대병소장>은 성룔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작품임에는 틀림없어 보입니다. 오랜만에 보는 유승준은 비중있는 역을 액션과 대사처리를 통해 무난하게 소화해 내며 성룡사단에서 앞으로의 행보도 기대하게 되네요. 중국에선 폭발적인 흥행을 기록한 <대병소장>이 우리 극장가에선 얼마나 호령할 지 무척이나 기대가 됩니다. 여전한 마지막 엔딩인 NG 퍼레이드도 놓칠 수 없는 재미이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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