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핏> 시사회 있던 날 영화 시작에 앞서 마케팅을 맡고 계신 분이 영화에 대한 분위기를 띄우며 입소문 부탁과 함께 선정된 리뷰에는 아이폰을 준다는 솔깃한(?) 멘트가 들렸습니다. 그리고 영화를 본 지금 어떤 리뷰를 적어야 하나... 잠시나마 망설이게 되네요... 갖고 싶은 아이폰을 위해 홍보에 도움이 될 내용으로 적느냐 아님 늘 그렇듯 영화를 본 느낌을 적느냐를 아주 잠깐 고민하긴 했지만 역시 선택은 솔직하자고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아이폰을 위해 좋은 평만을 적을 수 없다는 의미이지 <위핏> 자체가 영화를 보기 전 생각했던 것 이하로 형편없는 영화라는 의미는 분명 아니였습니다.
이 영화의 감독인 드류 베리모어는 30대 중반의 나이로 다른 여배우보다 우여곡절이 많은 삶을 산 배우입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E.T.>를 통해 아역배우로 화려한 주목을 받은 그녀지만 후속작들마다 실패를 거듭하며 방황의 시간동안 술과 마약에 의존했고 그 시절 <야성녀 아이비>같은 성인 영화에도 출연해 많은 이들에게 실망을 주기도 했습니다. 그런 힘든 역경의 시간을 지나 <도플갱어>, <나쁜 여자들>, <배트맨3-포에버>를 통해 조금씩 나쁜 이미지를 털어 내며 대중에 인식을 바꿔가다가 <웨딩 싱어>를 시작으로 당당히 대중 앞에 자신의 진짜 매력을 어필해 나가며 확고한 스타의 자리매김을 해 나가고 있지요. 그런 그녀가 새롭게 감독에 영역에 도전하여 만든 첫 작품인 <위핏>은 평범한 삶을 산 감독 작품이 아닌 굴곡 깊은 인생을 토대로 한 감독의 연출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갖게 하는 영화입니다.
실제로 영화의 주요 내용도 시골 마을에서 단조롭고 소외된 삶을 사는 블리스(엘런 페이지)가 자신에게 내제된 재능과 열정을 찾아 롤러 더비라는 스포츠를 통해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다는 성장 영화입니다. 지성과 미모를 갖춘 여자가 되어 '블루 보넷'이라는 미인 대회에 참가하기를 바라는 엄마의 기대와는 다른 삶을 살고 싶은 세대간의 갈등을 치유하는 과정과 17세 소녀가 꿈꾸는 아름다운 사랑도 담아냅니다. 또 착하고 순종적인 블리스가 롤러 더비를 통해 무자비한 (그녀의 닉 네임처럼 Ruthless) 소녀가 되어 지금까지 괴롭히고 무시했던 사람에게 통쾌한 복수와 자신을 믿고 함께 해준 친구끼리의 우정을 여성 감독 특유의 섬세한 시각과 때로는 힘차고 역동적 장면으로 그려냅니다.
다만 롤러더비라는 스포츠를 처음보는 관계로 우리 팀이 잘하고 있는건지 아닌지를 몰라 열심히 달리고 뛰고 구르지만 스포츠 영화에서 느껴야할 긴박함과 박진감을 제대로 만끽할 수 없다는 스포츠 영화에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영화 제목인 '위핏'이라는 의미도 망설이는 친구에게 "그냥 질러버려"라는 의미로 롤러더비에 특정 동작이라지만 그런 내용을 알길 없는 저에겐 그냥 낯선 그들만의 스포츠일 뿐이었죠. 그럼에도 보다 보니 이해도 가고 의외에 상황에서 웃기는 유머도 나름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미운 오리 새끼였던 소녀가 백조로 변하기 위한 역경을 이겨내 케케묵은 여성에 대한 편견을 깨는 모습은 남자가 봐도 멋져 보였습니다.
비록 아이폰은 받지 못해도 제겐 역동적인 쾌감과 감동의 교훈을 얻었기에 그 이상의 충분한 보상이 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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