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 더비'라는 낯선 소재를 다룬 영화. 롤러라는 자체가 낯설지만 스포츠 자체가 낯선 나에게 영화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처음에는 분명 규칙을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치고 박고 싸우는 스포츠인 줄 알았다. 그러나 이게 웬 걸. 가면 갈 수록 흥미진진한 전개와 속도감, 박진감 넘치는 한 소녀의 이야기까지!
어리지만 결코 어리지 않은 나이, 때때로 자식은 부모의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루기 위해 태어난 존재가 되기도 한다. 그건 꾸준히 할 줄만 알았던 일을 포기하고 진로를 바꾼 나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가장 행복하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한 일이다. 그리고 블리스는 마침내 해냈다. 해내고야 만다. 그것이 비록 미스코리아를 꿈꾼 엄마와의 마찰, 아버지와의 거리, 더불어 가장 친한친구와 믿었던 남자친구까지 멀어지고 마는 파란만장한 사연을 겪은 뒤에야 이루어지지만 모든 완전히 달콤한 것이 어디 있으랴. 고통이 지나간 후에 얻는 기쁨이 가장 큰 기쁨이라 하겠다.
총평을 하자면 (정신은 하나도 없지만) 즐겁고 신나는 영화다. 시사회가 늦은 시간에 이루어졌지만 잠마저 번쩍 깨고 무엇인가 미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의욕까지 북돋았으니 이 얼마나 행복한 결과랴. 아직 꿈을 찾지 못한 누군가에게도, 일상에 치여 꿈을 포기해야 했던 그 누군가에게도 힘을 주는 영화다. 롤러 더비처럼 엄청난 속도로 누군가를 밀쳐내야 하는 게 인생이라지만 그럼에도 나에게 휩! 기술을 함께 해줄 친구나 가족들이 있기에 세상은 살만한 게 아닌가,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