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배워 알고 있는 공자는 뛰어난 지략가나 병법에 능한 모사가라기 보다 강직한 성품으로 예를 통해 국민의 안녕을 위해 노력한 학자였습니다. 지금까지도 학문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되는 <논어>를 비롯한 헤아릴 수 없는 저서를 통해 그의 가르침은 현재의 여러 분야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그런 공자를 학자로서가 아닌 전쟁 영웅이자 자략가로서 평가하는 <공자>가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총 제작비 350억원, 세상은 알지만 누구도 몰랐던 전쟁영웅이라 칭하며 이번 작품에서 적벽대전만큼의 가공할 전투 장면을 통해 다양한 볼거리와 흡사 제갈공명과 같은 신출귀몰 놀라운 지략이 있을 것이라는 내재적인 광고를 서슴없이 해대는 <공자>... 과연 그럴까요?
일면 그런 내용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영화 초반 부 공자가 사는 노나라를 우방이자 호시탐탐 노리고 중원진출의 길을 열려는 제나라의 함정을 우마차 100대로 전차 500대를 막아내고 거기에 예전에 빼았긴 국토까지 피한방울 흘리지 않고 뛰어난 언변만으로 되찾아오는 그의 지략을 맛보기로 선보입니다. 그리고 출신도 모르는 서자 출신의 공자가 승승장구 높은 벼슬에 오르는 것을 시셈하는 무리들의 견제로 비어있는 도성을 반군들이 들이닥치며 반란을 꾀하는 위험천만한 상황을 불화살과 불기름을 이용한 전략으로 막아내는 능란한 병법도 보게 됩니다. 그러나 <공자>에서는 지략가로서의 공자나 압도적인 물량을 기대할 전투 장면도 실질적으로는 이것이 마지막으로 이후부터는 학자로서 존경받지만 정처없이 떠 돌아다녀야 했던 고된 삶에 초점을 맞춥니다.
오로지 자신의 국가인 노나라의 번영과 평화를 위해 주공을 받들며 정치를 펼친 그이지만 주변 세력들의 심한 견제로 노나라를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나 그런 그를 존경하며 뒤따르는 안회를 비롯한 제자들과의 여정을 과장없이 카메라에 담아 냅니다. 자신을 믿고 따르는 제자들을 편안히 가르치지 못하고 함께 고생시킨다는 자책감으로 시달리는 공자와 그의 가르침을 담은 글귀 하나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기꺼이 바치는 충직한 제자들의 모습을 통해 오늘날의 사회, 정치, 교육 환경을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을 수 있지만 진정으로 우리가 깨달아야 하는 것이 무엇일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합니다. 때문에 <공자>는 영화를 홍보하는 모든 글귀나 종이에 적힌 글귀나 사진에 담기지 않은 내용으로도 충분히 감동과 교훈을 전달하는 좋은 작품입니다.
그러나 <공자>는 초반부에 집중된 일부 내용을 지나치게 강조해 영화 내내 각 나라별로 무수한 전쟁을 벌이고 전쟁 중 공자가 뛰어난 지략을 발휘하여 승리를 이끌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한 마케팅으로 인해 기대한 것을 보지 못한 서운함을 영화의 혹평에 풀어버리는 아쉬움을 남깁니다. '대전쟁의 시작', '천하를 향한 눈부신 지략'...등의 카피만이 아닌 그의 학자로서의 비중도 담긴 그런 광고를 했다면 영화를 골고루 감상한다는 마음으로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삼성을 무너뜨려 진정 국민을 위한 정책을 펴려 한 공자의 삶을 담아낸 <공자>는 한편으로 치우친 기대만 아니라면 보고 듣는 감동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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