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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사랑해요!^^ 키사라기 미키짱
novio21 2010-02-07 오후 6:15:30 673   [0]

  멋진 반전의 향연이었다.
  유명 아이돌 스타의 죽음 1주년을 추도하기 위해 모인 어른들의 출연은 시작부터 괴이했다. 아이돌 스타들을 사모하기엔 너무 늙은 그들이었기에 영화는 어떤 광적인 팬들의 과도한 집착으로 보이기조차 했다. 그러나 철없어 보이기만 한 그런 다섯 명의 사회인들의 이야기는 각자의 사연을 통해 그들의 진정한 모습은 물론, 현실적인 캐릭터로 돌아오면서 각자의 애달프고 슬픈, 그러면서도 타당한 사연을 가진 보통 남자로 돌아온다. 하지만 그들이 어린 아이돌 스타를 사랑하는 것은 변치 않았다.
  영화인지 연극인지 헷갈린다. 어쩌면 의도적인 장치고 두 가지 요소를 결합시킨 이 영화는 재미있게도 추도식이 벌어지는 장소를 벗어나면 그곳은 환상과 과장의 세계로 표현된다. 그렇다고 그들이 모인 장소가 현실적으로 묘사되더라도 그들 속이 모두 현실적이라고 이야기할 수 없다. 그들은 아이돌 스타라는 환상적 이미지를 스스로 창조한 체, 그 속에서 벗어나기 힘들어하고 또한 벗어나고 싶지 않으려는 남자들일 뿐이다. 밖에서도 또한 안에서도 그들의 마음은 언제나 환상과 이상으로 뒤범벅된 것이다.
  선망의 대상이 됐던 ‘키사라기’ 아이돌 스타의 자살 1주년 추도식에 모인 다섯 남자들은 매우 기이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전혀 정상적일 것 같지 않은 이 남자들은 양복이 잘 어울리는, 결코 십대라고 볼 수 없는 남자들로서 얼굴엔 세월의 무게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은 어느 10대들처럼 소위 광적인 팬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모임 이후 자살이 아닌 살인이라는 기본 전제를 시작으로 하면서 그들의 흥미진진한 영화는 서서히 그 진가를 드러낸다. 영화의 압권은 무엇보다 반전의 연속이다. 그들의 과거의 비밀이 한 명 한 명 드러나면서 영화는 한 명의 과거사가 드러날 때마다 급격한 반전의 소용돌이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반전 속에서 영화의 연극적 요소와 맞물리면서 보는 관객들을 흥분시킨다. 이런 흥분을 일으키는 아드레날린은 무엇보다 뛰어난 배우들의 멋진 카니발이 있기에 가능했다.
  일본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사회생활하는 남자들의 애환이랄까? 영화는 통념으로만 취급됐던 삼촌이나 아저씨 부대를 중심으로 서사를 꾸려나간다. 어는 집안의 가장으로서, 혹은 사회의 짐을 짊어진 자들로서 여겨지는 그들은 생활 속에서 엄격함을 요구 받았고,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기를 강요 받았다. 그래서 한국의 아버지들처럼 사회생활하는 남자들의 모습은 과묵하고 기쁨과 슬픔을 억제해야 한다는 교육을 받았고 그것이 결국 상식과 선입견으로 자리잡았다. 감정이 사라진 인간, 그런 모습이 바로 남자들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 마음 속 한구석엔 인간으로서의 감정표현을 하고 싶었고, 욕망이 있었고, 갈구가 있었다. 사회와 책임에 의해 강요됐을 뿐, 그들도 인간일 뿐이다.
  그러기에 그들은 점차 앳된 여자 아이돌에 빠지고 있는 것만 같다. 일본이나 한국의 남자들의 생활은 별반 다르지 않는다고 할 때, [키사라기 미키짱 (キサラギ Kisaragi, 2007)]은 그래서 남의 이야기 같지 않다. 최근 한국에 여자 아이돌에 빠진 삼촌과 아저씨 팬들에 대한 이야기가 종종 Gossip이나 신문기사에 나오는 것을 보면 한국에서 이 영화를 찍는다고 문제될 것 같지 않다. 그리고 현재 그들의 소비성을 목표로 여성 아이돌 스타 그룹들을 만들기도 한다. 즉, 한국의 남자들도 과거의 편견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욕구를 표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이돌 스타는 어느덧 모든 세대의 욕망이 되고 있다. 10대들에겐 선망과 성공의 상징이라면, 20대는 물론, 30-40대 들에겐 사랑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것은 남녀 따질 필요도 없다. 오빠 부대는 물론, 삼촌 부대, 누나, 아줌마 부대 등 한국사회에서 각종 부대들이 넘쳐나고 있다. 부대란 의미는 개인이 아닌 집단적 특성을 아우르는 어휘다. 한 사람의 특성을 말하는 것이 아닌 집단적 현상이자 사회적 현상이며, 모두가 공동으로 갖고 있는 특성이란 말이다. 아이돌 스타에 대한 우리들의 이런 갈망은 어쩌면 잔혹해진 현실 속에서 정처 없이 떠돌고 있는 가련한 인간들이 보이기도 하다. 또한 허약해진 인간관계에 대한 지독한 불신이 낳은 대안으로서의 기능도 한다. 자신의 옆에 있는 사람들과의 연약한 관계를 믿기 보다 비현실적이고 이상적인 스타에 취함으로써 차라리 현실의 고통을 잊고자 하는 몸부림인지 모른다.
  현실에 기댈 수 없는 인간이 보인다. 확실히 과거엔 비정상적이고 몰지각한 어른이라는 핀잔을 들었을 다 큰 남자어른들의 슬픈 애착은 확실히 불쌍해 보이기도 하다. 그것은 남자 어른으로만 국한될 것도 아니다. 우리들 주변엔 자신 주변에서의 관계로 행복해지는 사람들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 가족도 그런 아쉬움을 채워주지도 못한다. 이러니 차라리 방송에 자주 등장하는 앳된 아이돌을 마음껏 사랑하는 것이 더 행복하고 만족스러울 뿐이다. 그들, 혹은 그녀들은 화를 내지도 않고, 언제나 팬을 위해 헌신하며, 또한 멋지지 않은가? 언제나 웃음짓는 그 모습이 겉과 속은 다르겠지만 어떻든 나를 위해 웃는 듯이 보이지 않은가? 참 좋지 않은가?
  정말 이런 모습에 취할 것이다. 현실을 살아가는 현대인 주위에서 자신을 위해 웃어줄 타인이 계속 줄어드는 상황이고 보면 말이다. 마약이나 환각제들이 확산되는 것도 다 그런 이유일 것이다. 불편해진 현실이 만든, 그래서 불안하기에 현대인들 스스로를 위해 자기만의 환상으로 만든, 아이돌 스타들은 그래서 현대인들의 약한 고리를 매워 주면서 행복의 전도사로서 오늘에도 열심히 뛰어주고 있다. 어쩌면 이런 기형적인 열성팬들은 슬픈 현대인들의 비극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그러나 행복을 위한 방식이 다양하다면, 공간적으로 혹은 시대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면 이런 아이돌을 통해 행복해진다면 그리 나쁠 것도 없을 것만 같다. 그러기에 영화 마지막에 추던 그들의 춤은 의미심장했고 사랑스러웠다. 또한 그런 행복을 준 아이돌 스타들에게 감사할 뿐이다. 행복하게 해줘서.


(총 0명 참여)
prettyaid
잘봤어요^^   
2010-02-09 17:37
boksh3
감사요   
2010-02-08 17:41
snc1228y
감사   
2010-02-07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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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사라기 미키짱(2007, キサラ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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