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 않아도 현재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영화 체험의 한 극한의 위치에 서서 전세계를 호령하고 있는 <아바타>를 또 보고 싶게 만드는 호재가 생겼다. 바로 4D 상영을 시작한다는 소식이었다. 사실 처음 개봉할 때부터 이 영화를 4D로 상영하지 않은 것이 의아하긴 했었으나, 여러 가지 사정이 있었으려니 생각하고 드디어 그 사정들을 모두 헤치고 개봉 한 달여 만에 이 영화를 제대로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물론 아이맥스 3D 또한 내가 앞서 쓴 글에서처럼 판도라가 담긴 영화를 관람하는 것이 아닌 판도라에 직접 가는 것과 같은 쭈뼛쭈뼛한 경험이긴 하나, 4D 버전이라면 얘기는 또 달라진다. 18,000원이라는, 웬만한 연극 한 편 관람료를 뛰어넘는 만만치 않은 가격임에도 다른 영화도 아니고 '체험'으로 유명해진 <아바타>였기에, 나는 분연히 나의 첫 4D 영화 관람에 나섰다.
현재 4D영화는 우리나라에서는 CGV만이 운영하고 있고, 전세계 최초이기도 한 기술인데, 시청각의 한계에서 벗어나 사지와 전신, 피부를 자극하고 심지어는 후각까지 자극하는 영화 상영 방식을 의미한다. 아니나다를까, 거금을 들이긴 했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의 느낌이란 단순히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보고 온 것이 아닌, 오감이 만족하는 총체적 엔터테인먼트를 즐기고 온 느낌이다.
첫 4D 상영작이었던 <블러디 발렌타인>을 비롯해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해운대>, <전우치> 등 여러 편의 영화들이 4D 버전으로도 상영되었지만, 내가 짐작하기에 아마도 <아바타>의 4D 버전이 그 중에서도 가장 다양한 경험을 맛볼 수 있게 해주지 않을까 싶다. 기본적으로 <아바타> 4D는 디지털3D로 상영되는데, 아무래도 아이맥스 3D보다 영상 자체가 주는 쾌감은 약간 떨어진다. (이번이 재관람이라 그럴 수도 있다) 또한 영화가 애초에 3D 영화들이 늘상 시도하기 마련인 불쑥 튀어나오거나 하는 충격 효과에 별 관심이 없기 때문에, 영상만 본다면 확실히 아이맥스 3D가 넘사벽의 위치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4D 버전을 보는 동안에는 이런 것에 전혀 개의치 않게 된다. 영화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관객들을 긴장시키는 각종 효과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4D 상영관은 다른 상영관들에 비해 좌석수가 적은 편이고(그래서 금방 매진된다), 의자가 크고 높게 설치되어 있으며 미용실 의자처럼 넓다란 발판도 마련되어 있다. 그렇게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는 의자이나 영화를 보기 시작하면, 이 의자 안에 도대체 어떤 장치들이 숨어 있는지 궁금할 정도로 이 의자는 곧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게 된다. 별도의 안내 멘트가 끝난 뒤 아니나다를까, 판도라 행성의 숲 위를 날아다니는 첫 장면에서부터 의자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전후좌우로 서서히 움직이는 의자는 둥실둥실 떠 있는 비행기 안에 앉아 있는 느낌을 상당히 사실적으로 전달한다. 놀이공원에서만 단 몇 분 만끽하던 이런 효과를 영화관에서 만나게 되니, 상영관 안에선 잠시 탄성이 흘러나온다.
이렇게 시작된 160여분동안 우리는 생각보다 다양하게 감각을 자극하는 체험을 할 수 있다. 그것은 영화에서 등장인물 역시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데, 숨가쁘게 뛰거나, 뛰어내리거나, 말과 같은 동물(팔레이)을 타고 달리거나, 이크란을 타고 날거나, 비행선을 타고 나는 등 실로 다양한 종류의 경험이 영화 내내 끊임없이 펼쳐진다. 여기에 걸맞게 이 만능의자는 때론 위아래로 출렁출렁거리며 말 등에 올라 탄 듯한 느낌을 전달하고, 때론 전후좌우로 거세게 움직이며 이크란의 거친 비행 솜씨를 몸에 와닿게 전달한다. 뿐만 아니다. 주변 환경을 전달하는 데도 능숙해서, 기지 바깥으로 나와 판도라의 외부 모습이 비칠 때마다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와 야외 분위기를 조성한다. 헬기가 거센 바람을 동반하여 날아오면 역시나 꽤 센 바람이 상영관 안을 가득 메우기도 한다. 앰프수트(사람이 위에 타서 조종하는 로봇)가 걸음을 옮길 때의 쿵쿵 울리는 진동이 의자를 통해 전달되고, 주변에 거대한 폭발이 있을 때에는 진동 수준을 넘어서 의자가 한바탕 관객을 들었다 놓을 만큼 흔들거리면서 반짝하며 진짜 섬광이 비치기도 한다. 여기에 중간중간에는 영화 속 공간의 공기를 간접적으로 전하는 듯한 매캐한 폭약냄새나 은은한 꽃향기가 퍼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효과들은 전체적으로 봤을 때 비교적 평범하다 느껴질 만큼 생각할 수록 희한한 효과들도 있다. 영화 속에서 등장인물이 물에 첨벙 뛰어드는 장면에서는 관객 앞에 있는 의자에 설치된 장치에서 물이 뿜어져 나와 살짝 관객의 얼굴을 적시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등장인물이 여기저기를 다니며 겪을 수 있는 충격이 꽤 세심하게 의자를 통해 전달된다. 누군가가 무언가에 부딪쳐 크게 넘어진다 싶으면 등받이에 있는 어떤 장치가 허리춤이나 등을 툭툭 치기도 하고 엉덩이 부분도 어쩌다 툭 때림으로써 그 충격을 간접경험하게 한다. 거기에 등장인물이 길을 가다 어딘가에 발이 걸려 넘어지거나 무언가가 발목을 후려친다 싶으면 어디에 있던 건지 발목 부근에서 무언가가 살짝 휘어 감는 듯한 느낌마저 준다.
가장 독특하다 생각되는 부분은 미세한 바람 효과다. 앞서 얘기했듯 판도라의 공기를 묘사하듯 쉼없이 불어오는 큰 바람도 즐길거리지만, 좌석 하나하나에 어떻게 이런 효과를 심어놓았을까 싶을 정도로 미세하게 작용하는 바람 효과들은 그저 감탄을 자아낼 뿐이다. 영화 속에는 화살을 쏘는 장면이 꽤 여러 번 등장하는데, 이 때 화살이 화면 왼쪽으로 날아간다 싶으면 정말 왼쪽 귀 부분에 샥 하는 느낌의 가느다란 바람이 스쳐 지나간다. 마치 내 옆으로 화살이 스쳐 간 것처럼 말이다. 이 바람 효과는 왼쪽, 오른쪽은 물론이요 때로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가로지르며 콧등을 살짝 자극하면서 지나가기도 한다. 또한 영화 속에서 등장인물이 검이나 기타 무기를 재빨리 휘두를 때에도 코 앞을 스치는 조그마한 바람으로 그 질감을 전달한다. 영화를 보면 볼 수록 신기한 효과들이 이 장면 저 장면에서 튀어나오는 셈이다.
이렇게 신기하고 놀라운 경험은 2시간 40분이 넘는 시간도 좀처럼 지루할 틈을 주지 않다가 별 효과가 필요 없을 것 같은 엔딩 장면에서도 결정적 효과를 투입하면서 영화의 감흥을 더욱 극대화한다. 이처럼 <아바타> 4D 버전을 보는 동안에는 관객도 등장인물처럼 하늘을 나는 느낌을 만끽할 수 있고, 말을 타고 달리거나 거세게 뛰어가는 생동감을 맛볼 수 있다. 또한 영화 속에서 펼쳐지는 거대한 전투를 바로 내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인양 꽤 강력한 진동을 동반하며 지켜볼 수 있다. (나비족과 인간들의 일대 결전이 펼쳐지는 후반부가 정점이다.) 아이맥스 3D와는 다른 방식으로, 4D 버전은 <아바타>의 '체험적 면모'를 다시 한번 피부 구석구석에 와닿게 전달한다. 아이맥스 3D를 보고 판도라 관광을 간 기분을 만끽했다면, 4D 버전을 통해서는 주인공들의 체험을 바로 옆에서 함께 겪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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