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까지 재미있을줄은 몰랐는데 영화를 보는내내 많이 웃었다. 내 옆에 앉은 중년의 아저씨도, 뒤에 앉은 10대 남학생도 시종일관 웃는걸 보면 세대를 뛰어넘는 공감대가 이 영화에 있는것 같다. 아마도 여자들보단 남자들이 더 즐기고 좋아할만한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된다. (그리고 부산 사투리를 알면 더 좋을것 같다. 못들은 단어가 많았기 때문이다.) 난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남학교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접했지만 그들은 직접 겪었을 테니까. 주인공의 표현대로 남학교는 마치 '동물의 왕국'이었다. 강한자가 살아남는 사회.
주인공 짱구가 들어간 고등학교는 폭력이 일상화된 곳으로 문제아들이 득실대는 곳이었다. 입학식날 무서운 분위기를 내뿜는 선배들이 직접 1학년생들을 둘러보는데, 싸움 좀 할것같은 아이들을 골라내기 위해서였다. 왠지 그 모습이 멋져보인 짱구는 은근히 자신도 뽑히길 바랬지만, 덩치도 크지 않고 순하게 생긴 짱구는 당연히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래도 아는 선배를 만나 도움도 받고(확실히 빽이 있으면 학교 생활이 수월해질것 같다. 싸움에 휘말려도 선배때문에 잘 해결되니까.) 말썽꾸러기 친구들과 지내면서 명실공히 문제아(?)로 발돋움하게 된다.
땡땡이 치다가 걸려 선생님한테 대걸레로 맞기도 하고, 폭력을 휘두른 학생으로 고발당해 유치장 신세도 졌다. 술,담배 하지 않고 동네에서 존경을 받는 아버지와 엄한 형의 바램을 저버리고 걱정스런 아들이 된 것이다. 유치장에 갇혀있을때 아버지가 건네주신 우유와 빵을 먹으며 조금씩 깨달음을 얻는 짱구. 하지만 그것도 오래 가진 않았다.
학교로 복학하고 친구에 의해 억지로 음성클럽에 가입하게 되면서 짱구의 학창시절은 점점 파란만장 해져간다. 물론 패싸움을 하거나 손에 피를 묻힌적은 없지만, 부모님과 누나의 걱정은 하루도 가실날이 없다. 그래도 짱구의 학창시절에서 가장 큰 사건도 굉장히 평화적(?)으로 끝나는걸 보면 확실히 애들은 애들이구나 싶었다. 어른들과는 다른 치기어린 모습이 못내 귀엽게 느껴지기도 했고.
생각해보니 영화속 아이들이 귀엽게 느껴지는게 내가 어른이 되었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10대 아이들이 겪는 폭력은 아무리 작은 거라고 해도 굉장히 크게 느껴진다. 짱구와 친구들은 강자에 속하고, 영화의 이야기도 그들의 눈으로 봤기 때문에 폭력이 심하게 느껴지진 않았겠지만 약자인 학생은 달랐을 것이다. 짱구가 같은 반 학생에게 조용히 하라고 소리치고 의자를 집어 던지는건, 당하는 학생 입장에선 수치스럽고 불쾌하고 무서운 폭력이었을 테니까.
짱구는 그렇게 사는게 폼나는거라고 생각했다. 강한 힘을 가지진 못했지만 강한 척 하는게 멋진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렇게 살수 있었던건 바로 선배와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자친구의 전 남자친구에겐 얻어터졌지만, 친구와 선배를 등에 업었을땐 자신감 넘치게 행동한걸 보면 말이다. 이렇듯 폼생폼사로 학교생활을 해나가던 짱구에게 어느날 가슴아픈 일이 생겨버렸다.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것 같던 아버지의 느닷없는 병은 짱구를 철들게했고, 잊고있던 어린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뒤늦게 후회하며 눈물을 펑펑 흘리며 아버지께 다짐하는 모습에 눈물이 핑 돌았다. 이렇게 영화는 유쾌하게 쭉 이어오다 마지막에 진한 눈물을 안겨준다. 이 부분에서 끝까지 유쾌하게 했으면 어땠을까, 마치 두 장르가 섞인것 같아 감독이 욕심을 많이 낸것이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그것도 그런대로 좋았다. 짱구가 철들지 않고 영화가 끝나는 것 보단 지금의 짱구, 배우 정우씨를 있게한 일들을 보는게 더 의미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짱구는 아픈 성장통을 겪고 어른이 되어간다. 아버지의 죽음이 철없는 아들에게 새로운 가르침을 준 것이다. 영화가 끝나고 실제 정우씨 가족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나와 감동을 더 해줬다. 배우 정우씨의 실제 이야기라서 더 짠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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