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지에서 감히 <성서>에 비견되었던 소설!
정말 이 한줄로 인해 책을 읽었습니다. 2007 퓰리처상을 수상했고 아마존, 뉴욕 타임즈 베스트 셀러 1위라는 어마 어마한 이력을 가진 책이라는 기대는 대체 어떤 내용이길래 이렇게 인기를 모은 걸까 궁금했습니다. 그러나 '320 페이지의 절망, 그리고 단 한 줄의 가장 아름다운 희망'이 의미하 듯 코믹 매카시의 <더 로드>는 그리 호락호락 페이지를 넘길 수 없는 책이었습니다.
지구가 폐허로 변해 버린 뒤 살아 남은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보니 어둡고 처절하고 암울한 내용이 읽는 내내 마음을 무겁게 했습니다. 320 페이지 동안 암울한 상황과 인간이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동물로 변한 사람들 속에서 살아야 하는 주인공의 삶은 끝이 궁금하면서도 안타깝고 불편합니다. 어쩌면 그 많은 페이지 속에서 힘든 여정을 겪었기에 마지막 희망을 보는 순간 더욱 감동이 크게 느껴진 것이겠지요.
대화체를 표현함에도 " " 표시가 없어 누가 말한건지 이게 대화의 말인지를 처음엔 쉽게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적어도 김훈의 <공무도하>처럼 줄도 바꾸지 않으며 대화체를 섞는 난해함의 극치는 아님) 익숙해지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작가가 하려는 말의 주제도 어럽지 않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워낙 끝없이 걸어가는 암울한 내용이라 영화로 만들어질 것이라고 상상도 못한 책이었는데 2009년 존 힐코트의 연출과 <반지의 제왕>의 비고 모텐슨 주연으로 영화로 만들어 졌네요. 폐허가 된 지구가 배경이고 허기진 연기를 해야 했기에 배우들의 고생은 남달랐던 작품으로 특히 비고 모텐슨은 몇 차례 전라 연기를 통해 <내 사랑 내 곁에>의 김명민과 누가 작품을 위해 체중을 줄였는지 비교해 보고 싶을 정도의 혼신의 노력을 보였더군요.
굳이 인류가 대재앙으로 모든 것이 재로 변해 버리지 않더라도 요즘의 인생은 소리없는 전쟁을 살아가는 느낌입니다. 많은 사람이 점차 줄어만가는 자원을 남 보다 조금 더 갖기 위해 서로를 적대시하며 늘 경쟁 속에 살아갑니다. <더 로드>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그런 속에서 살아 남을 수 있도록 지켜주고 자신이 없는 상황에서도 살아갈 수 있는 희망과 용기를 주려 합니다. 아무리 춥고 배고파도 인간으로 해서는 안되는 일을 하지 않고 가슴속에 불씨를 갖고 착한 사람으로 살도록 가르칩니다.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다수 사람들과 달리 따듯한 남쪽 어딘가에 있을 '희망'을 찾아서 멀고 먼 힘든 여정을 택합니다. 그것이 인생이고 인생은 우리가 걸어가는 '길(the road)'과 같기에 아버지는 아들과 함께 걷기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책의 무거움과 진중함을 조금 영화에선 사건과 스토리를 살려 대중적으로 그려냈습니다. 배우들의 연기와 변해버린 인류의 모습도 상상했던 것과 비슷하게 그려졌구요. 그러나 영화는 원작의 중요한 사건을 모두 거의 흡사하게 담았지만 정작 중요한 희망을 이야기하는 마지막에선 조금 변화를 주어 오해를 불러 일으킵니다. '사실 네 뒤를 쫓을 것이냐를 두고도 말이 좀 있었지'의 원작은 다른 대사로 바뀌어 혼란을 야기하고 원작에 없는 '개(dog)'의 등장은 희망보다 어처구니 없어 실소를 던집니다.
그래도 <더 로드>는 힘든 인생의 길을 걸어가면서 우리가 겪을 고통과 좌절을 이겨내서 희망이라는 남쪽으로 갈 수 있는 의지를 심어 줍니다. 책을 읽지 않은 분들이나 책을 끝까지 읽지 못한 분들은 영화를 보고 그와 유사한 진리를 얻을 수 있는 <더 로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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