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알려주듯 이 영화의 주인공 아탐은 A플러스도 B플러스도 아닌 C플러스급 정도의 루저 탐정이다. 실력과 두뇌보다는 대책 없는 열정과 왕성한 호기심이 전부인 그는 전형적인 동물적 감각의 탐정. 그러나 추리극은 전형적일수록 재미있다.
파리만 날리던 아탐의 일상은 자신을 죽이려는 한 여자를 막아달라는 사내의 등장으로 침묵을 깬다. 아탐은 유일한 단서인 사진 한 장을 들고 추적을 시작하는데, 그가 찾아가는 족족 사건의 용의자들이 죽어나간다. 이 영화의 매력은 나름 공을 들인 스토리보다 비주얼에 있다. 영화 컬러리스트 출신인 옥사이드 팽 감독이 빚어내는 비주얼은 역시나 탁월하다. 여전히 낯설고 그래서 더욱 매력적인 방콕의 색채감과 고유의 지역 색은 영화를 살리는 또 다른 주인공.
낯선 풍광이 영화의 스릴러적 기운을 배가 한다. 할리우드 영화처럼 스피디하고 현란하지는 않지만, 차근차근 점층법으로 부풀어가는 이야기가 꽤 솔깃하다. 그러나 아탐과 관객의 두뇌 싸움이 무색하게도 팽 감독의 장기인 호러로 결말이 간편하게 흘러간 점이 아쉽다. 홍콩에서는 꽤 흥행에 성공해 이미 속편 제작이 결정된 상태. 2편에서는 옥사이드 팽 감독의 쌍둥이 형인 대니 팽이 시나리오를 맡는다고 하니 그들의 시너지를 기대해 봐도 좋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