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은 화려했다. 그러나 뻔한 이야기였다. 어디선가 본듯한 내용들이 많이 배치돼서 이해하기 편했다. 공감도 갔다. 어쩌면 미국이 저지른 본토 인디언이나 흑인들에 대해 미안한 감정이 있다는 것을 솔직하게 이야기한 것도 같고, 환경피해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키기 위해서 제작된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고 흥행을 고려하지 않았다면 이해가 좀 힘든 3D라는 영상기술을 사용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어설프게 만든 것은 아니다. 정말 화려하게 만들었다. 아름답기도 하고, 공중장면에선 내가 마치 하늘을 날고 있다고 생각조차 들었다. 정말 대단한 장면이다. 그런데, 좀 아쉽다. 그렇게 만들려고 한 것이 아니겠지만 일본만화영화인 ‘바람의 계곡 나오시카’나 ‘원령공주’의 어떤 것들이 계속 연상이 됐다. 하긴 영화 치고 어떤 부분을 copy하지 않았다면 거짓이리라. 그러나 어떤 이는 ‘Mission’이란 영화의 어느 부분이 생각난다고 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이 영화의 구성은 너무 흔한 것들을 차용한 것만 같다. ‘제임스 카메론’ 정도의 감독이라면 그런 영화를 보지 않았다고 말은 하지 못하리라. 이 점에서 창조성은 너무 떨어진다. 설사 copy 안 한 작품이 어디 있겠냐고 주장할 수 있지만 그래도 어딘지 모를 새로운 Version으로 보이도록 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베끼는 것이 아닌 좀 더 upgrade된 그 무엇이 있었어야 했다. 그리고, 이 영화는 담고 있는 주제의식과 철학 역시 비판 받을 수밖에 없다. 자연으로 좀 더 가까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왜 지구인이 나비족의 새로운 대안이어야 하냐는 점이다. 영화는 결국 이해 못할 선택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우주를 넘나드는 첨단무기를 자랑하는 지구인이 거의 원주민 수준의 나비족과의 대결에서 멋지게 실패한다. 과거 본토 인디언이 그랬으면 하는 바램을 갖고 있을지 않을까 생각할 정도다. 이건 과도한 환상이고 자기만족일 뿐이다. 마치 지금의 아마존 지역주민이 정부 주도의 개발을 막은 사례와 같다고 할까? 그런데 과연 이것이 성공하고 있을까? 사실, 지구인들이 과연 나비족과 좋은 유대관계를 애초부터 생각했었을까 하는 의심조차 든다. 그러나 그것은 어쩌면 영화의 주제나 목적을 위해선 반드시 필요했기에 만든 장치 정도로만 생각하면 될 것도 같다. 인간이 그나마 희망이 있는 편이 낫다는 점은 부인 못하겠다. 역시 동화로만 끝나고 있다. 차라리 나비족이 인간이었던 주인공의 뛰어난 기술을 받아들여서 강해졌다면 그나마 낫지 않았을까? 결국 영화에서 남는 것은 뛰어난 영상이다. 앞으로 어떤 영화가 나오더라도 ‘아바타’는 그 시작을 알리는 영화로서 평가될 것이고, 많은 이들이 이 부분을 지적하고 주장한다. 나 역시 그 부분에 동의한다. 그리고 바로 이 영화가 왜 성공을 거두었는지에 대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이것은 미국자본주의의 승리를 의미하고 앞으로 미국이 열망하는 사회가 결국 기술발전에 의해 모든 것이 해결되는 사회이다. 이것은 심한 모순이다. 현대문명의 발전이 자연환경 파괴와 함께 가는 상황에서 문명의 발전으로 자연환경보호운동을 하자는 것이다. 의도는 좋다. 홍보용으로 좋은 영상과 기술을 사용한다는 것은 어쩌면 인류의 미래를 위해 좋은 일이다. 다만 상업성을 위해 주제를 단순히 최근 애용되고 있는 주제를 차용하지 않았나 하는 의심도 든다. 또한 현대문명을 이끄는 것은 서민도, 대중도, 심지어는 환경단체도 아닌 자본가들이며, 그들의 탐욕이야말로 현대문명을 발전시키고 있는 주체이다. 무기의 발전이 타인의 자본을 뺏기 위해 만든 것이라는 사실은 그 누구도 부정 못하리라. 과연 기술문명을 이끄는 자본가의 탐욕을 자연보호든 환경보호든, 아니면 어려운 서민들이나 공동체를 위해 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존재하는지 궁금하다. 영화는 너무 심한 모순을 갖고 제작된 영화이기에 영화를 보고 난 후의 씁쓸함은 지워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영화가 타당한 제안을 하고자 했다면 자본의 탐욕을 막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지, 대충 내쫓는 것으로 끝내서는 안되는 것이다. 그러나 자본주의를 이끌고 있는 미국이라서 그런 용기를 보여주지 못했다. 도리어 영화가 돈을 벌기 위해 자연환경이란 테마를 이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내가 너무 자본가를 불신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진실이 아니길 빈다. 그러나 우린 이렇게 모순적인 구도 속에서 산다는 사실이 너무 슬프다. ‘아바타’는 그렇게 나에게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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