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네이터 1, 2>의 성공 후 제임스 카메론을 최고 감독으로 만든 일생 일대의 역작 <타이타닉>이 대표적인 성공 작품인데 반해 그가 한 기획, 제작 작품은 국내에 개봉조차 하지 않아 그에 작품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갈렸습니다. 때문에 그의 스팩터클한 이야기 구조나 탁월한 영상 기술을 사랑하는 관객들은 늘 그의 새로운 작품에 목말라 하며 기다려야 했습니다.
드디어 올해 8월 21일 용산 IMAX 상영관에서 제임스 카메론의 신작 <아바타>의 20분 3D 예고편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간 극장에서 그를 기다린 관객들의 기대감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영화 전체를 보여 주는 것도 아닌 단 20분의 예고편을 보겠다고 1시간 30분 이상을 기다리는 고통을 감내한 그의 열혈 팬들의 사랑은 이미 <아바타>의 성공을 조심스레 예감할 수 있었죠. 입체 안경을 쓰고 목격한 화려한 색감이나 박진감 넘치는 장면, 웅장한 스케일은 지금까지 다른 영화에서 느낄 수 없었던 한 차원 높은 수준의 작품이었습니다.
이미 이 작품을 30년 전부터 기획했지만 당시의 기술력으로는 만들 수 없었기에 기다려야 했던 시간이 지나 이제는 가능해진 영상기술로 탄생한 그의 상상력은 놀랍도록 경이롭습니다. 영화적 상상력의 한계를 뛰어넘는 발상과 거의 3시간 가까운 상영시간을 단 1초에 방심도 허락하지 않는 그만의 연출력은 그저 놀라울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바타를 통한 현실과 다른 세계의 이야기 구조, 제이크가 선택된 자라는 모호한 설정은 <매트릭스>를, 제이크 설리(샘 워싱턴)이 다른 종족 (나비)에 섞이는 흐름은 <늑대와 춤을>을, 숲의 신비한 생명력과 아름다움의 원천으로 묘사한 것은 <원령공주>를 연상시키면서 자칫 독창성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라는 비판을 하게 합니다. 보는 관점에 따라서 그런 견해도 있을 수 있겠지만 <아바타>는 그런 유사한 이야기 구조를 새로운 형태로 전환시켜 독창성을 발휘하며 전혀 다른 창조물을 만들어냈습니다.
창과 활을 든 인디언을 가공할 화력으로 압도하며 몰아 낸 미국의 역사와 석유를 노린 속내를 감추며 다른 이유를 들어 시작한 전쟁처럼 <아바타>에서도 '언옵타늄'이라는 미래의 자원을 위한 그들의 전쟁이 흡사 현실을 반성하는 듯 하며 개발을 위해 자연을 홰손한 인간도 결국은 생존할 수 없다는 교훈을 '이크란 - 동물들과의 교류로 하나되는 행위'을 통해서 알리려 합니다. 실제로 아바타는 가상의 공간에서의 나를 나타내는 존재를 의미하지만 <아바타>에서는 영화라는 가상 세상을 통해 현실을 반성하고 미래를 일깨우는 교훈적인 메세지가 담겨 있습니다.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이야기 흐름과 상대가 안되는 전쟁 속에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 아름다운 화면 속에서의 자연의 신비로운 생명과 색감은 <타이타닉>을 만들고 수상 소감에서 자신이 세상에 왕이라고 한 그 말이 지나친 자만심은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최고의 흥행 아니면 미 개봉이라는 극과 극의 명암이 갈리는 그의 영화지만 적어도 이번 <아바타>만큼은 논란이 필요없을 듯 보입니다.
한해가 저물어 가는 요즘 2009년 가장 최고의 작품은 무엇이었을까를 고민하던 저에게 <아바타>는 더 이상 고민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이 영화는 절대 TV화면으로 다시 보지 않을 것입니다. 극장에서 본 감동을 퇴색시키고 싶지 않기 때문이죠. 그리고 IMAX 3D 화면을 통해 다시 볼 겁니다. 아... 벌써 제 마음은 입체 안경을 쓰고 자리에 앉아 <아바타>가 시작되기를 기다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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