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는 놀랍고 경이롭다.
그냥 놀라운 정도가 아니고 황홀할 정도로 압도적인 기술적 성취도를 뽐낸다.
앞서 개봉한 '패자의 역습' 이나 '2012' 역시 대단한 영상을 보여주었지만
뻔한 이야기와 결말을 가지고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드는 흡인력은
앞선 두 영화의 그것을 뛰어넘는다.
하지만 아바타를 카메론 감독 최고의 작품으로 불러주긴 망설여진다.
12년의 공백 탓인지 몰라도 새영화는 그닥 창조적이지 못했다.
판도라 행성과 그곳의 생물들은 앞서 개봉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의 그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 '킹콩' '스타워즈' 등의
기시감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수 없는 일이라 해도
직무태만 수준의 시나리오는 카메론 감독 답지 못하다.
외부 세계에서 온 이방인(당연하지만 백인 남성이다.)이 약자들을 규합해서 거대한 악에
맞선다는 설정은 어디서 본것 같지 않은가?
그렇다.... 신비고고학으로 치장한 백인우월주의 영화 '스타게이트' 나
손발이 오그라드는 감상주의로 점철된 오리엔탈리즘 영화 '라스트 사무라이' 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물론 카메론 감독의 시나리오는 앞선 두 영화만큼 뻔뻔스러운 수준이 아니라서 다행이지만
'아바타' 는 결국 우주로 나간 오리엔탈리즘 영화에 머물고 있다.
자연에 순응하는 삶에 대한 찬양도, 북아메리카 원주민의 변형된 모습임에 분명한 나비족의 생활에
동화되어 가는 주인공의 이야기도 결국 후반부에 가면 백인우월주의 한방에 허물어지고 만다.
이게 바로 할리우드 오리엔탈리즘의 어쩔수 없는 한계다.
탐욕스러운 자본의 무력을 이겨내고
결국 승리를 쟁취하지만 나비족은 자신들의 의지와 힘으로 운명을 개척하는 존재가 아니다.
판도라를 침략한 것도 백인들이지만 무기력한 나비족을 일깨우고 일어나 싸우게 만드는 것도 백인남성의 몫이다.
거기에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백인영웅과 원주민 여성의 로맨스는
구태의연함의 화룡점정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런 기분나쁜 이데올로기를 첨단기술력과 자본으로 감쪽같이 포장해서 환호성을 내지르게 만드는
할리우드가 얄밉지만 한편으로 부럽고 대단하기도 하다.
나역시 보는내내 혀를 내두를 만한 기술력에 감탄하고 또 감탄했으니까
그렇지만 기술적인 성취도만 가지고 '영화의 미래' 라고 추켜 세우기엔 참 민망한 영화라는게
나의 결론이다.
사 족 - 혹시나 해서 말인데 캠버전으로 볼 생각은 아예 하지 말기 바란다.
아바타는 10년에 한번 볼까 말까한 진귀한 수준의 화면빨을 자랑한다.
가까운 3D 상영관으로 달려라 그게 정답이다.(2D화면으로 봐도 무난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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