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조치 19호>는 불쾌한 코미디이다. 시작과 동시에 싸이렌이 울리면서 '긴급 조치 19호'가 발령됨을 알리면서 나오는 화면은 주영훈의 매트릭스 패러디이다. 여지껏 숱한 매트릭스 패러디를 봐왔지만 내가 본 패러디들중 가장 조악하고 유치한 패러디였다. 21세기에 단편 영화급의 특수효과와 화질을 제공하는 오프닝은 <긴급 조치 19호>에 대한 관객의 기대를 여지없이 무너뜨려 버린다.
서세원 프로덕션의 야심작이라는 <긴급 조치 19호>에는 영화배우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시트콤에서 철저히 망가진 후 그 이미지를 반복하는 노주현이나 사실상의 주연인 공효진 정도가 배우로 눈에 띌 뿐이다. 대신에 서세원의 인맥을 이용해서 출연한 많은 가수들의 행동은 평소 모습을 연상시키며 단발성 웃음을 유발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웃음보다는 짜증이 날 뿐이다. 이런 영화가 우리가 그렇게 욕해대고 외면하던 헐리웃의 패러디 영화들과 다를게 무엇이 있을까? 패러디의 대상이 <재밌는 영화>처럼 다른 영화가 아니라 가수들의 이미지였다는 것을 제외하면 다를것이 하나도 없다. 코미디는 단발성 상황으로 웃기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탄탄한 상황 설정에서 매끄러운 웃음을 뽑아내야 한다. 그러나 비상사태라는 명목하에 평화적인 시위를 하는 여고생 시위대를 진압하는 유격복 입은 군대의 모습을 보거나 말도 안되는 상황을 긴급조치라며 이끄는 것에는 정말 두 손 다 들었다.
영화속에서 가수들이 웃기는 것은 이들의 평소 이미지다. 캔이 개그맨으로 분류되어서 긴급조치를 피했다고 기뻐하거나 송은이나 양진석이 가수로 인정받으려고 악착같이 자수를 하는 것부터 상대방의 비하같은 유머가 판을 친다. 이런 유머는 이미 서세원쇼나 개그콘서트에서 질리게 본 유머다. <네 발가락>에서 웨이터라는 대변자를 내세워 조폭 영화의 특징을 총정리 해주려다가 망했던 것이 석달도 안 지났는데 도대체 서세원은 무슨 생각을 한 것일까? 물론 이런 영화가 의외로 관객에게 어필할 수는 있다. 최악의 방송 프로그램으로 꼽히는 [서세원쇼]의 시청률이 최고를 기록한다는 것은 이런 유머에 반응하는 관객이 있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는 극장이다. 비디오로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지만 이런 영화에 기꺼이 7000원을 투자할 관객은 많지 않을 것이다. 서세원은 <납자루떼>의 실패를 벌써 까맣게 잊은 것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