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요리 예술 마스터하기 (Mastering the Art of French Cooking)>는 60년대의 전설적인 프랑스 요리사로 유명했던 '줄리아 차일드'의 베스트셀러 요리책의 이름이다. 영화의 마지막에서도 그녀가 여러번의 시도 끝에 출판하게 된 출판사에서 수많은 제목들 중 어렵사리 고른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2000년대의 주인공 '줄리 파웰'은 이 책을 쓴 줄리아의 524개의 요리를 365일동안 만들기로 하면서 새로운 인생의 목표를 설계하고 이루기로 한다. 그러면서 그녀에게 줄리아와 그녀의 요리는 하나의 인생의 목표이자 스승이 되고 삶의 활력을 갖게 한다.
이 영화는 두 가지의 실제 있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1950년대 제2차 세계대전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남편을 쫓아 프랑스로 이사온 줄리아에게는 새로운 삶의 활력소가 필요했다. 그것은 바로 '프랑스 요리'였다. 그녀는 바로 요리학교에 들어가서 요리를 시작했고, 곧이어 두 명의 친구들과 함께 미국인들을 위해 간편하게 만들수 있는 프랑스요리 레시피책을 만들기로 한다. 요리하고 레시피만들고, 요리하고 레시피만들고. 그것은 그녀의 새로운 삶의 돌파구이자 살아있는 활력소가 된다. 오죽했으면 남편인 폴은 그녀를 보고 부엌의 불 앞에서 요리하는 그녀가 가장 사랑스럽다고 했을까?
2000년대의 줄리 역시 마찬가지이다. 2002년, 9.11테러의 여파를 전화상담으로 담당하고있는 그녀에게 일적이나 삶적이나 활력소가 될만한 일은 없는 상태이다. 그러다, 줄리아 차일드의 <프랑스 요리 예술 마스터하기>라는 책을 만나게되고, 그 요리를 해가는 과정을 블로그에 올려가면서 해보라는 남편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일과 꿈은 점점 커진다. 그 안에서 어려움과 고충, 그리고 행복과 사랑을 동시에 배우고 느끼게 되는데...
이 영화는 두 가지 키포인트의 영화다. '요리'와 '삶의 목적'. 엄격하면 말하면 다양한 프랑스요리가 나오는 요리영화이다. 오히려 줄리아(메릴 스트립)의 요리보다 2000년대에서 그녀의 요리를 따라만들어보는 줄리(에이미 아담스)가 더 많이 나온다. 아주 먹음직스럽게 말이다. 줄리아가 책을 쓰면서 꿈꾸었던 뜻대로 미국인들이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 프랑스 요리를 2000년대의 줄리가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1950년의 줄리아나 2000년대의 줄리나 둘 다 이 '프랑스 요리'를 통하여 삶의 목적성과 방향을 찾았다는 것이다. 개인적인 목표에 가깝던 줄리의 뜻보다는 미국인 전체를 대상으로 손쉽고 간편한 프랑스요리를 전파하겠다는 줄리아의 뜻이 더 커보이긴 했지만말이다.
'당신이 진정으로 하고싶은 것은 무엇입니까? 진정으로 즐길 수 있는 일은 무엇입니까?'라는 말을 하는 것 같았다. 줄리나 줄리아나 진정으로 요리를 즐기면서 했고, 그러면서 자아를 찾은 것 같았다. 그녀의 요리를 하는 모습에 두 남편은 진정으로 그녀를 더 사랑하게 됐고, 그 사랑이 담긴 요리를 주위 사람들에게 전해주는 것만으로도 행복은 전파되었다. 특히나 '요리'란 전도사는 더욱 그런 점이 큰 것 같다. 먹을 때의 행복함, 먹는 사람의 행복을 보는 기쁨, 그러한 것들이 하나둘씩 전해져 행복함이 느껴지는 법!
이러한 부분들이 연기의 여왕 '메릴 스트립'의 새지저귀듯한 하이톤의 즐거운 목소리로 1950년대에서 만들어지고, 조금은 투덜투덜 욕도 좀 하고 거친듯한 2000년의 '에이미 아담스'에서 또 다르게 변형되어 만들어진다. '줄리&줄리아'는 2000년대의 줄리가 블로그에서 쓴 글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그럼에도 영화에서도 그렇고, 실제로도 '메릴 스트립'과 '줄리아 차일드'라는 워낙 전설적인 인물에 의해 '줄리아&줄리'의 영화로 남게 됐다. 영화에서도 잠깐 언급되지만, 줄리가 블로그를 통해 유명세를 누리게되자 어느 기자의 전화를 통해 이러한 사실에 대해 '줄리아'가 불쾌하게 여긴다는 말이 짧게 나왔었다. 이 말이 사실인진 모르겠지만, 사실 영화가 끝날때까지 줄리와 줄리아는 만날 일이 없었다. 무려 90세의 할머니인 줄리아가 그녀의 블로그를 실제로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기자가 그런 말을 남긴 것도 그렇고, 굳이 그걸 영화에서까지 남긴걸 보면, 실제로 줄리아가 어떻게 생각했는지가 내심 궁금해졌다. '줄리&줄리아'의 책은 2005년에 발간됐고, 줄리아는 아쉽게도 그 몇해전에 사망하게 되었다고 한다.
영화의 끝도 조금 아쉬웠다. 두 다른 시대의 여자들이 각자의 삶과 목적을 '요리'를 통해 찾아가는 과정은 재밌었지만, 그 두 여자가 끝에는 직접 만났으면 하기도 했다. 뭔가 영화적이라도 시너지효과가 더 있었으면, 훈훈한 결말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유브 갓 메일'의 노라 애프론 감독이 만든 작품인지라, 조금은 단조로운 면도 있었다. 그럼에도 나름 재밌게 볼 수 있었던 건 두 여자배우의 연기덕분이었을지도. (특히 메릴 스트립의 '줄리아 차일드'의 연기는 거의 빙의가 된듯한 수준이었다. 그 하이톤의 웃음소리란~)
그녀들을 전적으로 사랑해주고 믿어주는 남편들이 있었기에 그녀들은 꿈에 더 한발짝 다가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 누구보다도 든든한 지원자들이었다. 보나뻬띠! (Bon appetit!). 줄리아가 그녀의 TV요리프로그램에서 항상 마지막에 하던 말이다. '맛있게 드세요!'~ 이 말을 듣고 그 누가 그녀의 맛있는 요리를 거절할 수 있을까? 두 여자의 꿈과 행복을 찾아가는 '요리'의 과정, 그것이 보고싶다면 바로 '줄리&줄리아'를 찾아가보면 될지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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